[배현 약사의 약 이야기] 핫이슈! 탈모약 효능에서 한계까지

【건강다이제스트 | 배현 약사(분당 밝은미소약국)】

여러 가지 이유로 탈모 환자는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탈모 환자를 겨냥한 시장도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실제 탈모로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얼마나 될까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2020년 탈모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3만 3,000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2001년 10만 3,000여 명이었던 환자가 두 배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모두 진료를 보는 것은 아니겠죠. 때문에 잠재적 탈모 인구는 훨씬 많을 것이라 예상을 합니다.

지금 4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필자의 친구들도 대부분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20대 시절보다 머리카락도 가늘어지고 숱도 적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탈모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도 엄청나다고 합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탈모 상품 시장이 4조 원 내외로 추정된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시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탈모 상품의 효과는?

날로 커지고 있는 탈모 상품 시장과 별개로 과연 이들 상품들이 탈모에 효과가 있을까요? 그렇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이들 상품의 대부분이 두피 환경을 개선하고, 혈액 순환을 촉진하며, 영양성분을 공급한다는 개념 정도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품들은 화장품 등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의학적인 생리활성까지 기대하긴 어렵다고 보면 됩니다. 진짜 탈모 치료를 기대한다면 효과가 확실히 입증된 의약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길 권장드립니다.

탈모 유형과 탈모약 활용례

탈모가 발생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치료제도 다양할 수 있어요. 탈모에 사용하는 약을 살펴 보기 앞서서 탈모의 종류를 살펴보겠습니다.

탈모는 크게 ▶안드로겐성 탈모 ▶원형 탈모 ▶휴지기 탈모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물론 곰팡이균 감염이나 성장기 탈모 등 특수한 상황도 있습니다.

안드로겐성 탈모(유전적 탈모) | 유전적으로 안드로겐성 탈모가 발생하는 원인은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작용 때문입니다. DHT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 환원요소(5a-reductase)의 작용을 받아 생성됩니다. 두피에서 DHT는 모발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여성호르몬은 모발을 유지하는 효능이 있어요. 즉, 유전적인 이유로 5-알파 환원요소가 많이 활성화되면 그만큼 탈모가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두피별로 이 효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위가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주로 이마나 정수리가 민감하게 반응하며, 옆머리와 뒷머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남성형(안드로겐성) 탈모가 주로 M자나 정수리 부위에서 나타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남성형 탈모가 주로 ‘M형’을 띠고 있다면 동일한 반응이 여성에게 나타나면 ‘확산형 탈모’로 이어지게 됩니다. 남성호르몬이 주로 작용해서 남성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죠.

안드로겐성 탈모에 활용하는 탈모약은 피나스테리드, 알파트라디올, 미녹시딜이 사용됩니다.

원형 탈모 | 자가면역성 질환으로 모낭에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합니다.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고 유전적 요인, 자가 면역 상태, 스트레스 등 환경적 인자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주로 경계가 명확한 원형 크기로 탈모가 일어나지만 두피 전체에 일어나기도 하고 눈썹, 턱수염, 겨드랑이 등 다양한 곳에 탈모가 발생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원형 탈모에 활용하는 탈모약은 원인에 따라 스테로이드나 면역 조절제, 미녹시딜 등이 사용됩니다.

휴지기 탈모 | 출산, 다이어트, 스트레스, 영양결핍, 갑상선 질환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휴지기 모발이 한꺼번에 다량으로 빠지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모발이 완전히 빠지거나 가늘어지는 것보다는 머리숱이 전체적으로 적어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휴지기 탈모는 탈모 발생 전 1~6개월 동안 어떠한 촉발요인이 있어야 합니다만 거의 알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만약 머리칼이 100개 이상 빠지는데 안드로겐성 탈모 요인이 전혀 없다면 신속하게 의사의 진단을 받아 원인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휴지기 탈모에 활용하는 탈모약은 약용 효모나 시스틴, 케라틴, 비오틴 등이 함유된 단백아미노산제제를 사용합니다.

탈모약 대표주자 3인방 효능과 한계

01. 피나스테리드(전문의약품)

안드로겐성 탈모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물입니다. 탈모에 작용하는 약들은 선택적으로 5-알파 환원효소의 활성을 저해해 DHT의 농도를 낮춤으로써 탈모를 막아줍니다. 간혹 먹는 탈모약(이하 5-알파 환원효소저해제)이 남성호르몬을 줄인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런 오해는 남성호르몬 대사를 살펴보면 금방 해소될 수 있습니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정소에서 분비됩니다. 테스토스테론은 생식기능 조절, 2차 성징, 골격근 발달과 뼈 성장 촉진(남성화), 정자 형성, 피지 분비 촉진 등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테스토스테론은 각 해당 조직에서 5-알파 환원효소에 의해 DHT로 대사되며, DHT는 외성기발달과 남성형 발모, 탈모 기능이 있어요. 즉 5-알파 환원효소 저해제로 DHT 생성을 저해한다고 해서 특별히 남성호르몬 자체가 억제되는 건 아니랍니다.

그렇다면 피나스테리드는 어느 정도나 효과가 있을까요?

탈모 환자에게 피나스테리드 1mg을 1년 동안 투여한 임상 연구에 의하면 80%의 환자가 임상적 효과를 보았다고 알려져 있어요. 또 유전형 탈모를 가진 일본인 3000여 명을 대상으로 1년 동안 피나스테리드 1mg을 복용했을 때 효과를 살펴봤는데요. 역시 약 87%의 높은 증상 개선율을 보였습니다.

같은 논문에서는 피나스테리드 1mg 복용은 확산형 탈모에도 약 86% 효과가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단, 피나스테리드는 3개월 이상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나며, 꾸준하게 복용해야 효과가 유지된다는 것도 기억해 주세요.

02. 알파트라디올(일반의약품)

알파트라디올은 5알파-환원효소와 17베타-탈수소효소를 억제하고 DTH 생성을 억제해 탈모를 개선하며, 방향화효소를 촉진해 모낭 세포 증식을 자극하는 효능으로 안드로겐성 탈모를 개선합니다. 국내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모발 개수와 굵기가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미녹시딜보다 효과가 덜하다는 결과도 있기 때문에 미녹시딜을 먼저 사용해 본 뒤 효과가 없을 때 사용하거나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03. 미녹시딜(일반의약품)

미녹시딜은 일반의약품으로 여성용 3%, 남성용 5% 제제로 출시되어 있습니다.

미녹시딜을 국소적으로 적용하면 해당 부위의 혈관 확장 효과를 통해 혈액순환을 왕성하게 합니다. 휴지기 모낭을 자극해서 크기를 증가시키고, 휴지기 모낭을 성장기 모낭으로 활성화시켜 줍니다. 또 성장기를 연장시키는 효능도 있어요. 앞서 안드로겐성 탈모는 모낭이 작아지고 휴지기가 길어지는 이유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했는데요. 미녹시딜은 이런 효과로 탈모를 막고 새로운 머리카락이 나게 도와줍니다.

그렇다면 미녹시딜을 어느 정도 사용해야 효과가 나타날까요?

한 연구에 의하면 미녹시딜 5%를 사용했을 때 6~8주 후 눈에 띄게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12~16주 사이에 최고 효과를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런 효과는 사용하는 내내 유지됐는데요. 문제는 약을 중단하자 바로 효과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즉 미녹시딜을 사용할 때 효과를 어느 정도 느끼려면 3개월 정도는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죠.

탈모인들 중에는 미녹시딜과 피나스테리드를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연 효과는 어떨까요?

두 가지 약물을 같이 사용했을 때 모발이 빠지는 정도와 자라는 정도가 모두 크게 상승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안드로겐성 탈모를 치료하는 데 있어 두 가지 약물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적극 추천됩니다.

피나스테리드는 안드로겐성 탈모에만…

흔히 탈모약이라고 하면 피나스테리드나 미녹시딜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탈모로 진료를 본, 특히 여성 환자의 경우에는 원형 탈모가 더 많습니다. 원형 탈모는 탈모약 피나스테리드를 사용한다 해도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탈모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정확한 진단 후에 치료 기간을 꾸준히 지켜야 보다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배현 약사는 충북대 약대를 졸업하고 헬스경향 자문위원, OTC연구 모임 자문위원, 경기도 약사회 임원, 경기도 마약 퇴치 운동본부 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분당 밝은미소약국을 10년째 운영 중이다. 네이버 블로그 <배약사의 건강정보>, 유튜브 <링거TV>, 헬스경향 칼럼, 약사 및 학생, 대중 강연 등을 통해 바른 의약 정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저서는 <몸을 위한 최선 셀프메디케이션>, <약사가 말하는 약사(공저)> 등이 있다.

배현 약사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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