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듣는다] 은평성모병원 배시현 교수, 간암에서 멀어지는 7가지 생활습관

【건강다이제스트 |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배시현 교수】

간암은 예후가 나쁩니다. 사망률이 높습니다. 조기 발견이 어려운 것도 한 이유입니다.

간은 여간해서는 아프다는 내색을 안 합니다. 침묵의 장기라 불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암이 생겨도 아무런 증상을 나타내지 않다가 상당히 진행된 다음에야 복통, 피로감, 복부 팽만감, 식욕부진 등 몇 가지 증상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간세포가 많이 망가진 상태여서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간암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간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뚜렷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간암을 일으키는 70%의 원인은 밝혀져 있습니다. 간암 예방은 발병 원인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세우는 것입니다.

첫째, B형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만일 없다면 B형간염 백신을 접종합니다.

우리나라 간암 발생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B형간염의 감염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신생아가 태어날 때 필수 예방접종으로 B형간염 백신을 일괄적으로 접종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성인의 약 20%가량이 B형간염 항체가 음성이며, 이들은 모두 잠재적인 B형간염 백신 접종 대상자에 해당합니다.

건강한 사람에게 세 차례 B형간염 백신을 접종한다면 약 90% 이상은 B형간염에 대한 면역 능력이 형성됩니다. 다만 백신 접종자의 10%가량은 면역 능력이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는 있겠습니다.

둘째, C형간염 역시 간암 발생의 주요한 원인입니다.

C형간염에 의한 간암 발생률이 약 10% 정도를 차지합니다. C형간염은 예방 백신이 없기 때문에 감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C형간염은 혈액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따라서 침, 바늘, 면도기, 문신이나 피어싱 등의 시술 과정에서도 감염될 소지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성관계를 통해 감염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사기는 반드시 1회용을 사용하여야 하고, 성 접촉 시에는 콘돔을 사용해야 합니다. 침을 맞거나 문신, 피어싱을 할 때에는 꼭 소독된 기구를 사용해야 합니다. 면도기, 칫솔, 손톱 깎기 등 개인용품은 타인의 혈액에 노출되지 않도록 위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다행인 점은 C형간염 예방 백신은 아직 없지만 치료 효과가 매우 높은 약제가 현재 시판되고 있으며, 이들 치료약은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한다면 95% 이상은 완치됩니다.

셋째, B형간염, C형간염과 함께 우리나라 간암 발생의 3대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술, 즉 알코올입니다.

남성의 경우 하루 2잔, 여성은 더욱 취약하여 하루 1잔 술을 마시면 간암 사망률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며, 간경변증까지 포함한다면 사망률은 3배 이상 증가합니다.

적정 음주량으로 평가하는 남성의 하루 두 잔, 여성의 하루 한 잔도 지속적으로 음주하면 간암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안심할 수 있는 음주는 없습니다. 따라서 가급적 금주, 절주 등을 통해 불필요한 음주는 삼가야 합니다.

넷째, 최근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의한 간암 발생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음주와 관련 없이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의 대사증후군과 관련이 높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에 만성 염증을 유발하여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동반질환인 당뇨, 고지혈증에 대한 적절한 약물치료가 중요하고, 비만과 지방간 치료를 위해 적극적인 체중감량, 적절한 식이습관, 꾸준한 유산소 운동이 필수적입니다.

비만을 동반하지 않은 지방간도 과당 함유 음료의 섭취 제한 등 식습관 교정을 해야 하며, 체중에 변화가 없더라도 근력운동 역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섯째, 금연이 중요합니다.

흡연은 폐암과 관련이 있고 간암과 관련이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술과 마찬가지로 담배도 간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원입니다. 하루에 반 갑 정도 흡연하더라도 간암 사망위험도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며, 따라서 금연은 간암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생활습관입니다.

여섯째, 땅콩이나 옥수수에 생기는 곰팡이 독소인 아플라톡신(aflatoxin)은 간암을 유발하는 유해 성분입니다.

아플라톡신을 생성하는 곰팡이는 주로 열대나 아열대 지방에서 널리 분포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비교적 드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후도 점차 아열대 기후의 특성을 띠게 되면서 아플라톡신의 노출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후와 상관없이 수입된 땅콩이나 곡류에서 아플라톡신이 검출된 경우가 몇 차례 있었습니다. 인간의 미각만으로는 아플라톡신의 오염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오래된 견과류나 유효기간이 지난 건조 곡류는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일곱째, 간암을 완전히 예방할 수 없기 때문에 간암의 고위험군이라면 정기적인 검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간암의 3대 고위험군으로는 만성 B형간염, 만성 C형간염, 알코올성 간질환이 있습니다. 만성 B형간염 환자의 경우 아직까지는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며, 우리나라 간암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간암을 예방하지는 못하더라도 조기 발견을 위한 정기적인 검사가 필수적입니다.

비활동성 B형간염 보유자라고 하더라도 정상인에 비해 간암 발생 위험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역시 정기적으로 검사하여야 합니다.

C형간염의 경우에는 완치시킬 수 있는 경구약이 있기 때문에 제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C형간염이 완치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간경화 등으로 진행한 경우라면 역시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합니다. 알코올성 간질환의 경우에도 금주와 함께 정기적인 검사는 필수입니다.

배시현 교수는 간세포암, 간이식, 간줄기세포 치료 분야의 권위자로 간염, 간경변, 간암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아시아태평양 간학회(APASL) 2022 Seoul 사무총장이며, 은평성모병원 소화기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대한간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간학회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배시현 교수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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