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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난치성 당뇨병 치료 전문가,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재현 교수2022년 2월호 18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인슐린 치료 집중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가 의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가가 자동차를 사는 비용은 도와주는데 자동차를 운전하는 교육을 안 해주면 어떻게 될까? 운전 강습을 받고 싶어도 해주는 곳이 없다면? 처음부터 자동차 운전을 포기하거나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나기 쉽다. 당뇨병 치료법 중 하나인 인슐린 펌프를 포함한 인슐린 치료가 꼭 이런 상황이다. 인슐린 치료 최고 전문가로 불리는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재현 교수는 요즘 어딜 가나 인슐린 치료 이야기뿐이다.

인슐린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환자라면 누구나 제대로 된 최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언론, 유튜브뿐 아니라 국회까지 오가며 절실함을 호소하고 있다. 당뇨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는지 그 이유를 들어봤다.

미국은 61%, 대한민국은 5%…왜?

당뇨병은 인슐린이 필요한 양보다 적게 나오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루어지지 않는 질환이다. 인슐린은 혈액 속의 포도당(혈당)이 세포 내로 들어가서 에너지원으로 이용될 수 있게 한다.

당뇨병은 발병 원인에 따라서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으로 나뉜다. 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도 베타세포가 자가면역에 의해 파괴되어 인슐린 분비가 불가능한 당뇨병이다. 1형 당뇨병은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인슐린을 주사하더라도 매번 정확한 용량의 인슐린을 스스로 계산하여 제 때에 맞지 않으면 저혈당과 고혈당을 오가는 극심한 혈당 변동이 일어나 자주 생명을 위협받는다.

2형 당뇨병은 상대적으로 인슐린은 나오지만 인슐린에 대한 우리 몸의 반응이 정상보다 떨어지거나 병이 경과하면서 인슐린 분비 기능도 점차 감소하는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당뇨병은 2형 당뇨병에 속한다.

“치료 관점에서는 인슐린 치료가 절대적인 경우와 인슐린 없이 치료가 가능한 경우로 당뇨병을 나누고 있습니다. 인슐린 없이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를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이라고 합니다.”

100세 장수 시대가 되면서 유병 기간이 늘어난 2형 당뇨병 환자에서도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으며, 현재 국내에서는 당뇨인의 약 6~7%가 인슐린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한다.

1형 당뇨인과 인슐린 의존형 2형 당뇨인도 혈당 조절이 잘 되면 합병증 없이 건강한 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의 대다수 1형 당뇨인과 인슐린 의존형 2형 당뇨인은 매일 저혈당과 고혈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인슐린 의존형 당뇨인은 경구약을 사용하는 2형 당뇨인에 비해 합병증이 잘 생기고 사망률도 높다. 또한 자기관리를 못해서 인슐린 주사를 맞는다고 여기는 따가운 주변 시선도 감당해야 한다. 김재현 교수가 오랫동안 1형 당뇨병 환자를 살뜰하게 챙겨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뇨 치료 제도가 잘 되어 있는 나라는 1형 당뇨인도 건강하게 50년, 75년 이상 합병증 없이 지내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1형 당뇨병은 연속혈당측정기가 필수이고, 인슐린에 대한 정밀 교육과 함께 다회 인슐린 주사 또는 인슐린 펌프로 인슐린을 주입해야 합니다. 저혈당의 위험을 낮추면서 정상에 가까운 혈당을 유지하려면 연속혈당측정기와 연동된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국내 전체 1형 당뇨인의 5~10% 정도만 인슐린 펌프와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은 1형 당뇨인의 61%가 인슐린 펌프를, 30% 이상이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고작 5~10%!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 걸까? 심지어 인슐린 펌프는 전액까지는 아니어도 의료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교육 없으면 그림의 떡

인슐린 펌프는 인슐린 주사 대신 인슐린을 자동으로 주입해주는 기계다. 인슐린 펌프를 몸에 차고 있으면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된다.

김재현 교수는 인슐린 펌프 치료를 시작하려면 사용법에 관한 집중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늘 강조해 왔다. 인슐린 펌프의 강점은 식사 할 때나 혈당이 높을 때 필요한 인슐린 용량을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볼러스 계산기 기능에 있다. 하지만 볼러스 계산기를 사용하려면 식사할 때마다 음식에 들어있는 탄수화물 양을 계량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미리 인슐린 1단위가 탄수화물 몇 g을 담당할 수 있는지(탄수화물 계수)를 알아야 하고 인슐린 1단위를 추가로 사용하면 혈당이 얼마나 떨어지는지(교정계수) 등의 개념을 이해하고 인슐린 펌프에 설정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전문가의 자세한 설명이 없다면 혼자서 터득하기 매우 어렵다. 충분한 교육 없이 사용하는 경우에는 응급상황인 당뇨병성 케톤산증의 발생이 도리어 증가한다.

그런데 1형 당뇨인에게 필요한 인슐린 펌프 사용법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의사가 거의 없다. 일상적인 진료가 아닌 매우 복잡한 교육에는 의료 수가가 전혀 책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슐린 펌프를 쓰려면 사용법을 오롯이 혼자서 터득해야 한다. 소수의 1형 당뇨병 환자와 보호자만 외국 사이트, 유튜브 등을 보고 스스로 배우고 터득해서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고 있다.

▲ 김재현 교수는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당뇨인이 제대로 된 교육과 최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국가 의료 시스템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차는 주는데 운전은 알아서?

지금 우리나라 인슐린 펌프 정책은 차는 세금으로 지원해 주는데 운전 교습은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1형 당뇨인 대다수는 차를 타길 포기한다. 그 차를 타는 소수의 사람은 독학으로 공부해서 높은 사고 위험을 감수한다.

“그나마 소수의 3차 병원을 중심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1형 당뇨병 전문 클리닉도 위기 상황입니다. 국가는 3차 병원은 4대 중증 질환을 중심으로 진료하도록 유도하는데 1형 당뇨병은 아직 국가로부터 4대 중증 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제도는 답답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인슐린 펌프 소프트웨어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도 연속혈당측정기, 스마트폰 앱과 연동되어 보다 정확하고 편리하게 인슐린을 조절할 수 있는 인슐린 펌프가 나왔다. 제도가 잘 되어 있는 미국, 유럽 등은 인공 췌장 시스템과 같은 우리보다 몇 단계 진보한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고 있다.

김재현 교수는 교육 시스템이 마련될 때까지 인슐린 펌프를 외면하지도 마냥 기다리지도 않는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환자에게 인슐린 펌프 교육을 하고 의사, 당뇨인를 위한 교육 콘텐츠도 제작한다.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의 정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 펌프 사용법을 알려주는 강의를 하고 있다.

또 1형 당뇨병 환자 단체와 함께 정부를 상대로 1형 당뇨병 중증난치성질환 인정, 인슐린 펌프 집중 교육 수가 책정, 급여 가격 현실화 등을 요구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인슐린은 죄가 없다!

처음부터 인슐린 밖에 답이 없는 1형 당뇨병과 달리 2형 당뇨병은 먹는 약으로 조절을 하다가 시간이 지나 인슐린 분비 기능이 감소하면 인슐린 치료를 한다. 하지만 인슐린 치료만 시작하면 의사나 당뇨인에게 인슐린은 고마운 존재가 아닌 비난의 대상이 되기 쉽다.

“상당수의 2형 당뇨병은 현재 나오는 약으로 조절이 잘 되는 편입니다. 선진국에 비해서도 치료 데이터가 좋지요. 문제는 나이가 들고 당뇨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인슐린 치료를 시작했을 때입니다. 다들 인슐린 주입보다 약을 먹는 게 편하니까 경구 당뇨약의 종류와 용량을 최대치로 늘려서라도 가능한 인슐린 치료를 미루는데 이는 미봉책일 뿐입니다.”

인슐린 치료를 미루고 미루는 사이 췌장 기능이 더 나빠져 버리면 더 복잡하고 어려운 방법으로 인슐린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음식, 운동 등을 고려해 인슐린의 양을 정확하게 조절하고 제 때에 투여해야 하지만 앞서 강조한 대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다. 결국 합병증도 진행하고 췌장 기능은 급속도로 나빠지는 수순을 밟는다. 이런 이유에서 국내에서는 의료진이나 당뇨인 모두 인슐린 치료를 더 기피하고 있다.

인슐린이 필수적인 당뇨인과 같은 꿈을 꾸는 의사

오늘도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당뇨인은 어떤 방법으로든 인슐린을 맞아야 한다. 김재현 교수는 그 방법을 더 편하게, 정확하게, 효율적으로 만들려고 부단히 애써왔다. 인슐린 펌프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더 좋은 인슐린 펌프가 세상에 나오도록 제작회사를 설득하고, 제대로 된 인슐린 및 최신 기기 교육을 위한 의료수가가 책정되길 바라며 국가를 상대로 청원서와 의견서를 쓰고 있다. 여기에 사회적 편견과 싸우고 있는 당뇨병 환자의 마음을 다독거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김재현 교수는 인슐린이 꼭 필요한 당뇨인을 만나면 잘못 살아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는 말을 전한다. 당뇨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고 누군가에게는 안경이 필수이듯 인슐린이 필수인 사람이 있다고 여기라는 것이다.

“인슐린이 필수인 당뇨인도 차별적 시선을 느끼지 않으며 제대로 된 전문 교육과 치료를 받아서 합병증 없이 50년, 75년 건강한 사회일원으로 함께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로 조금씩이라도 바꾸고 싶습니다.”

너도나도 희망에 부푼 2022년 새해다. 올해는 그동안 인슐린이 필요한 당뇨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먼저 발 벗고 나선 김재현 교수의 노력과 열정이 빛을 발하는 해가 되길 바란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인터넷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뇨병#김재현#건강다이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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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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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영익 2022-10-01 21:42:00

    저는 현재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나 내과 김재현 교수님에게 진료를보는 당뇨인입니다.
    교수님의 때로는 날카로우면서 또 환자를 이해하고 건내주시는 말 한마디에 병원 가는게 즐겁습니다.
    저의 정확한 관리 상태를 지적해주시고 또 어떻게 해야하는 가이드를 제시하여주시는데 이분이라면 온전히 따를수 있다라는 확신을 주셨습니다.
    교수님의 가이드데로 관리잘해서 건강한 인생을 살것입니다.
    교수님 감사하고 늘 부탁드립니다!   삭제

    • 전경희 2022-02-20 18:02:38

      이런 선생님들이 계셔서 우리 아이들이 희망을가질수 있지않나 싶습니다~감사합니다   삭제

      • 김기애 2022-02-18 08:45:00

        진단받고 나니
        궁금한게 너무 많은데 이런 교수님들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삭제

        • 최유정 2022-02-18 02:39:04

          교수님의 기사를 보며 너무 감사드립니다. 1형당뇨 아이의 엄마인데 많은 위로가 되고 환자의 아픔을 공유하시는 것 같아 힘이 납니다.   삭제

          • 김소연 2022-02-17 20:09:18

            첫진료 첫만남 속에서.. 발병년월일을 물으시곤
            절대잊을수가없는 날짜죠? 하실때 울컥했습니다.
            의사선생님으로서 제가 가진병에대해 깊이 이해해주시고 노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삭제

            • 김정아 2022-02-17 20:06:00

              김재현 교수님, 1형당뇨인을 위해 애써주시는점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자세하게 설명해주시고 해결책을 함께 찾아 주셔서 정말 힘이 됩니다. 정말 감사해요!   삭제

              • 배중환 2022-02-17 18:18:23

                교수님 감사합니다. 항상 환자들을 위해 힘써주셔서 저희도 힘을 냅니다.   삭제

                • 김혜경 2022-02-17 18:12:22

                  감사합니다   삭제

                  • 햇살 2022-02-17 15:28:50

                    김재현교수님 감사합니다. 1형당뇨인들을 깊게 이해하시고 환자들을 위해 늘 노력해 주시고 앞장서서 나서 주시니 든든하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진료만 보고 끝이 아닌 당뇨인들의 삶을 살펴보시고 연구와 노력을 얼마나 많이 하셨을지 기사에 느껴집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삭제

                    • 이정훈 2022-02-17 10:59:11

                      정작 듣고싶은 답변은 거의 듣지 못하고 돌아옵니다.
                      왜 이렇게 바쁘신지요?? 주치의 선생님~~
                      투덜투덜 카페에 문의하고 카페에서 해답을 찾습니다.

                      당뇨의 정석에서도 교수님의 방송을 봤는데 정말 진정성 느껴지고 환자에대한 감정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글 감사히 잘 읽고 앞으로도 교수님 많이 응원하고 기대하겠습니다.
                      물론 저희도 열심히 시스템이 바뀔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겠습니다.
                      다시한번 교수님 같은 분이 계신것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화이팅 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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