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별기획] Part3. 나홀로 인간관계 명과 암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

O인 이상 집합 금지! 처음에는 낯설었던 집합 금지라는 말이 어느덧 익숙해졌다. 2021년에는 더욱 그랬다. 4차 대유행이 정점일 때는 같이 사는 가족, 일터를 공유하는 사이가 아니면 누구도 만나면 안 되던 시기가 있었다. 집합 금지로 감염의 위험은 줄었지만 잃은 것도 많다. 사람과 어울리는 재미를 잃었다. 어울려서 일을 하고, 어울려서 운동하고, 어울려서 밥을 먹는 재미를 잃었다. 그런 재미를 2년 가까이 억누르고 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지만 나홀로 인간관계가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홀로 인간관계가 우리에게 미친 명암과 그럼에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노하우를 알아본다.

코로나 유행 장기화의 속살

코로나가 우리들의 심리 상태에 미친 영향은 상당하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 국민의 우울과 불안을 증가시켰고 특히 생애주기에서 가장 활발한 시기를 보내야 하는 많은 젊은 여성이 실직, 고립 등으로 인해 정신건강 문제가 늘어났다.”고 우려한다. 우울증 등의 기저 정신질환자의 경우 질환이 악화되고 알코올 남용이 증가하고 있기도 하다.

어른들만 힘든 게 아니다. 아동 청소년의 집중력 저하, 초조, 과민함도 증가했고, 폭력성 성향도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유행 자체로도 힘든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을 직접 만나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횟수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우리의 마음도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감염의 공포에 외로움까지 더해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하면서 더불어 잘 사는 법

마스크 없이, 코로나 걱정 없이 사람들과 즐겁게 놀았던 때가 그립지만 당장은 그렇게 살 수 없다. 현재에 맞춰서 살아야 한다. 마음을 좀 바꾸면 혼자여도 혼자가 아닌 것처럼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

1. 전화, 문자 등으로 꾸준히 소통하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전화, 문자 등으로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특히 영상통화를 하면 마스크를 벗고 생생한 표정을 보면서 대화할 수 있다.

2. TV, 라디오, SNS, 인터넷 등으로 사회적 접촉하기

코로나 뉴스를 안 보면 마음이 편하다고 세상의 소식과 단절한 채 사는 사람이 있다. 김율리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나 반응은 실질적인 위험에 기인하는 면도 있으나 무지, 불확실성,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되기도 한다.”라고 말한다. 오히려 정확한 정보를 제때에 알게 되면 불안이 줄어들 수 있다.

3. 좋은 것은 적극 나누기

만나지 않고도 좋은 것을 나눌 수 있다. 좋은 글귀, 예쁜 꽃사진 등을 휴대폰으로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같은 것을 보고 같은 마음을 느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4. 병원, 시설에 있는 사람에게 격려와 지지 보내기

가족이나 보호자로부터 분리되어 병원이나 시설에 있는 사람은 더욱더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수시로 격려와 지지를 보낸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5. 마음 털어놓기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거나 힘들고 막막할 때는 마음이 통하는 가족, 친구, 이웃 등에게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 편한 방법으로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위로를 받는다.

김율리 교수는 “어려운 시기에 적절한 대응 방법을 찾고 잘 적응해 나가면서 회복 탄력성을 키워 자부심과 자신감을 강화시킨 경우도 있다.”며 “재난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이타심이나 협동심을 보여주고, 남을 도우면서 큰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한다.

지금 스트레스 받고 불안한 건 자연스러운 일

그동안 우리는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적 책무 사이에서 고민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스트레스와 분노가 쌓이고 쌓여 극에 달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혼자 지내는 사람은 이런 스트레스에 더 취약하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김율리 교수는 5가지 생활습관을 제안한다.

첫째, 일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둘째, 즐거움과 이완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셋째, 잠을 충분히, 규칙적으로 잔다.

넷째, 적절한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한다.

다섯째, 신선하고 다양한 음식으로 영양을 고르게 섭취한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슬픔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고,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김율리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마음을 나누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대화 혹은 접촉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 노력에도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가 안 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대화하고 도움을 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