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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비만 해결사로 불리는 한양대학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우 교수2021년 12월호 16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비만은 중독입니다!”

중독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의사도 피하지 못한 중독이 있다. ‘비만 중독’이다. 비만에 중독된다?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면 생각해보자. 비만인데 살을 빼지 않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런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포기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도전한다. 음식이 너무 먹고 싶고, 점점 더 많이 먹어야 만족스럽고, 안 먹으면 힘들고, 건강을 망치는 걸 알면서도 먹는 것을 끊지 못한다. 알코올, 도박, 마약, 인터넷 중독의 특징과 꼭 닮았다.

한양대학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우 교수는 비만 중독에서 벗어난 주인공이다. 중독을 치료하는 방법을 다이어트에 적용해 그 어렵다는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그리고 올여름 비만 극복 노하우를 담은 <비만은 중독이다>라는 책도 냈다. 중독 전문가 한창우 교수가 말하는 비만이라는 중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혼술의 유혹

그런 사람이 있다. 나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찐다는 사람! 한창우 교수도 한때는 자신이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 레지던트 3년 차에야 비로소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으면 자신도 살이 많이 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10년 넘게 보통(?)의 다이어트 인생을 살았다. 빼고, 찌고, 또 빼고, 또 찌고….

그러다 작년부터 코로나가 대유행하기 시작했다. 모임, 외부 활동이 모두 중단됐다. 예상보다 코로나 유행이 심각해져서 불안했고, 한편으로는 무료했다. 불안과 무료함을 달래줄 뭔가를 찾다가 혼술의 유혹에 넘어갔다. 편의점 주류 매출 향상에 기여하며 열심히, 꾸준히 혼술의 낭만을 누렸다. 어느덧 체중의 앞자리가 바뀌었다.

“체중이 81kg이 되자 또 올 것이 왔구나 싶었습니다. 비만이라는 중독 질환이 재발한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체중 관리를 해야 하는 고혈압 환자이고 3년 전부터 고혈압 약을 먹고 있습니다. 살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꼭 해야 하는 사람인 거죠.”

정신을 차리고 7번째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일명 ‘다이어트팀’을 꾸렸다.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간호사 10명과 함께 했다. 동료들의 격려, 응원, 감시에 굳은 의지가 더해져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지난 봄, 무려 10kg을 감량해 71kg이 됐다. 옷을 새로 사야 할 만큼 살이 쏙 빠졌다.

다이어트에 성공하자마자 다음 단계에 돌입했다. <비만은 중독이다>라는 책을 썼다. 좋은 것은 같이 하고 싶었다. 이 악물고 힘든 다이어트를 버틴 이유이기도 했다. 한창우 교수처럼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사람들에게 비만이라는 중독을 벗어날 좋은 방법을 소개해 주고 싶었다.

다이어트 약의 함정

강남을지병원 병원장을 역임하고 최근 한양대학교 명지병원에서 근무하게 된 한창우 교수는 그동안 중독 치료 전문가로 불렸다.

중독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대부분 1~2가지 중독을 전문으로 한다. 그런데 한창우 교수는 우리나라 4대 중독이라고 말하는 알코올 중독, 도박 중독, 마약 중독, 인터넷 중독을 모두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독보적인 인물이다. 특히 국내에 마약 중독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2~3명뿐인데 그중 한 명이 한창우 교수다.

중독 치료의 최고봉이라고 불리는 ‘12단계 중독 치료 프로그램’ 전문가로서 수많은 중독 환자의 치료와 회복을 도왔다.

또한 정부의 중독 질환 정책 수립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중독 치료 전문가 양성교육에 참여했다. 연구도 쉬지 않았다. 술과 마약 같은 중독성 물질이 인간의 뇌를 얼마나 파괴하고, 사고와 판단을 하는 인지 기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연구도 꾸준히 해왔다.
4대 중독 치료와 강의, 연구에 집중하던 한창우 교수에게 몇 년 전부터 예상 밖의 환자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다이어트 약에 중독된 사람들이었다.

비만에 중독된 사람들

중추신경흥분제(교감신경 자극제)는 대표적인 다이어트 약물이다. 식욕을 뚝 떨어뜨려 다이어트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효과가 좋은 반면 부작용이 만만찮다. 중추신경흥분제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이라는 마약과 구조가 매우 유사한 약으로 중독되기 쉽다.

“다이어트 약물에 중독된 환자를 어렵게 치료하고 나면 약물 중독은 치료됐는데 도로 살이 찌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약이 없어도 건강하게 살을 빼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비만까지 치료하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비만을 제대로 치료하려면 지금까지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리는 비만을 식이, 운동과 같은 생활습관 문제로 가벼이 여겨왔다. 마음만 먹으면, 습관만 바꾸면 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물론 잠깐 바뀌는 것은 가능하다. 그런데 살을 뺐다고 해도 금방 요요가 온다. 바뀐 습관을 오래 유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 중독 치료 권위자 한창우 교수는 <비만은 중독이다>라는 책을 내고 방송, 강연 등을 통해 효과적인 비만 중독 치료법을 알리고 있다.

한창우 교수는 비만을 중독 질환으로 본다. 중독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것을 말한다. 비만은 스스로 음식 섭취를 조절할 수 없는 상태다. 알코올, 도박 등의 중독은 완전히 끊어내는 것이 목표인 반면, 비만은 음식을 먹는 것 자체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먹다가 조절해야 한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침이 고이지 않고, 냉정하게 젓가락을 놓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다.

또한 다른 중독은 한 가지 물질이나 한 가지 행위에 중독되는데 비만은 복합 물질 중독(다양한 음식)에 행위 중독(야식 먹기 등)이 복잡하게 합쳐진 상태다.

한창우 교수는 그동안 수많은 중독 환자를 치료한 12단계 중독 치료 프로그램에 바탕을 두고 비만 중독 12단계 치료법을 고안해 비만 치료에 이용하고 있다.

지금이 다이어트하기 좋은 때

한창우 교수는 지금이 다이어트하기 좋은 시기라고 본다. 앞으로 위드 코로나로 방역수칙이 단계적으로 완화되면 내년 봄과 여름은 올해와 많이 달라질 것이다.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는 시기가 있는데 그때가 한편으로는 기회입니다. 이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인생을 정비하는 시간으로 쓰세요. 지금처럼 코로나가 유행할 때 다이어트를 해서 건강한 몸을 만들고,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멋진 모습으로 세상에 나가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한창우 교수를 비롯해 비만 중독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모두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다. 비만 중독이 치료되면 세상을 사는 방식이 달라진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올라가고 나를 더욱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사실 다이어트는 잘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건강하고 당당하게 잘 살려고 하는 것이다. 비만인 채로 살면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해도 비만이 언젠가는 인생의 큰 걸림돌이 된다.

“환자는 소중한 스승”

중독은 치료가 힘든 질환 중의 하나다. 한창우 교수를 찾아오는 알코올 중독 환자가 1년 동안 술을 끊을 확률은 10% 안팎이다. 그 10%의 환자에게 한창우 교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중독에서 벗어났다면 인생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모든 일에 감사하며 중독에 빠졌을 때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죠. 오히려 제가 배울 점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환자와 동반 성장하는 의사로 살고 싶습니다.”

심각한 중독에 빠져 가족, 건강, 돈, 명예를 잃은 사람이 치료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다시 건강을 찾고, 가족을 찾고, 직업을 갖게 될 때 벅차오르는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한 명의 환자도 포기할 수 없다. 중독을 치료하는 의사는 망가진 인생을 치료하는 의사이기 때문이다.

치료 가능성보다 중독 뒤에 가려진 환자의 안타까운 삶을 먼저 보는 한창우 교수는 강조한다.
“이번에는 꼭 중독에서 벗어나세요.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더는 이 핑계 저 핑계, 코로나 탓, 세상 탓만 하면서 현실을 외면하지 말자. 뭐든 해보자. 한창우 교수처럼. 그 시작이 지금 당장이면 더 일찍,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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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한창우#비만#명지병원#건강다이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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