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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탈모 교과서 쓰는 탈모 명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2021년 11월호 18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탈모 치료,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세요!”

무려 천만 명! 우리나라 탈모 인구다. 탈모로 남모를 고민을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무척 많다.

탈모는 탈모의 뜻조차 모르는 어린아이, 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춘기 청소년, 일도 사랑도 성공하고 싶은 청년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탈모가 있으면 무심한 시선 한 번에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다는 가벼운 위로에도 다잡았던 마음이 무너지곤 한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는 오래전부터 탈모로 고통 받는 이가 마음이 쓰였다. 탈모를 치료해 자신 있게 세상 속으로 나가 공부하고, 일하고, 사랑하길 진심으로 바랐다. 그래서 20년 넘게 탈모 치료뿐 아니라 탈모 치료법 연구에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 최대한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치료했다.

그 결과 탈모 명의로 불리며 감사 인사를 받는 일이 많아졌다. 전국 각지에서 환자가 찾아온다. 효과적인 탈모 치료로 당당한 오늘을 선물하는 허창훈 교수에게 탈모 이야기를 들어봤다.

▲ 허창훈 교수. (사진제공=분당서울대학교병원)

두 번의 세계 최초 논문

‘탈모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졌다.’ ‘탈모 때문에 결혼을 못 할 것 같다.’ 허창훈 교수는 탈모를 전문으로 치료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이런 말을 들어왔다. 무심하게 넘길 말이 아니었다. 들을 때마다 탈모 때문에 소중한 무언가를 포기하게 하고 싶진 않았다. 환자가 적극적으로 탈모 치료를 받도록 이끌었고, 연구 주제도 진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골랐다.

“탈모에 효과가 있다는 새로운 이야기를 접하면 그 치료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는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요즘에는 탈모 치료용 레이저에 관한 연구를 주로 해왔습니다.”

흔히 ‘대머리’라고 부르는 남성형 탈모의 표준 치료법은 먹는 약, 바르는 약, 자가 모발이식을 들 수 있다. 그런데 2007년, 탈모 치료용 레이저기기가 미국 FDA 허가를 받았다. 새로운 치료법이 세상에 나왔지만 분위기는 부정적이었다. 대다수 의사는 레이저로 탈모를 치료하기는 힘들다고 여겼다.

허창훈 교수는 달랐다. 검증해보고 싶었다. 마침 탈모 레이저 의료기기 개발에 도전한 국내 기업이 있었다. 2009년, 허창훈 교수는 대조군까지 설정해 탈모 치료 레이저의 효과를 알아보는 임상시험을 6개월 동안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분명한 효과가 나타났다.

임상시험을 했던 기기는 국내 제1호 탈모 치료용 레이저로 허가를 받았고, 허창훈 교수의 논문은 세계 최초로 탈모 레이저 치료 효과를 밝힌 SCI급 논문이 됐다. 이 논문 발표 이후로 다른 탈모 치료 레이저에 관한 임상연구가 활발해졌고 최근에는 의학학술지도 탈모 치료 레이저의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세계 최초 논문 타이틀은 이뿐만이 아니다. 탈모 치료법 중의 하나인 모발이식은 절개식과 비절개식이 있는데 비절개식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절개식보다 흉터가 적고 신경이 다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단, 비절개식은 모낭을 하나씩 뽑아서 옮겨 심다 보니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수술 후반부로 갈수록 의사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체력 소진이 심하다.

이런 단점을 보완해 줄 해결책이 등장했다. 로봇수술이다. 로봇으로 수술을 하면 의사는 훨씬 편하다. 수술 시간도 크게 줄어든다.

허창훈 교수는 2011년 8월 미국 덴버에서 진행된 로봇 모발이식 수술에 아시아 의사 최초로 참관했고, 아시아 최초의 로봇 모발이식 집도의가 됐다. 그리고 대학병원 중에서 세계 최초로 로봇 모발이식 수술을 도입했다.

그 후 허창훈 교수는 동양인의 모낭 특성이 로봇 모발이식에 적합한지를 평가하는 논문을 발표해 세계 최초의 로봇 모발이식 논문이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모발이식 영어 교과서의 로봇 모발이식 부분을 집필하기도 했다.

탈모 치료는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탈모는 무엇보다 빨리 알아채서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성형 탈모는 7단계로 나뉘는데 1단계가 헤어라인이 살짝 올라간 정도라면 7단계는 뒷머리만 남는 정도를 말한다. 7단계 정도면 치료를 포기하고 삭발을 하거나 가발을 쓰는 사람이 많다.

“탈모가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치료하면 아무래도 치료 효과가 떨어집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고 포기하지는 마세요. 7단계라고 해도 약물치료, 모발이식 등을 병행하면 5단계 정도까지는 되돌릴 수 있습니다.”

빨리 치료하면 지금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40대 이전에 치료를 받으면 지금 모발을 유지할 가능성이 99%에 달한다. 남성형 탈모는 유전될 가능성이 50% 정도다. 한 대를 걸러서 생긴다는 속설을 믿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만약 할아버지, 아버지가 탈모가 있다면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탈모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더 신경 써야 한다.

반면 탈모 가족력이 없는 사람은 탈모가 꽤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탈모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탈모는 누구나 피해갈 수 없다. 탈모를 치료하는 의사라도 말이다. 사실 머리숱이 제법 풍성해 보이는 허창훈 교수도 탈모 환자다. 탈모약을 먹으며 탈모의 진행을 최대한 늦추고 있다.

▲ 허창훈 교수는 탈모가 시작되면 최대한 빨리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제공=분당서울대학교병원)

1%와 99%

탈모 치료 전문 의사인 허창훈 교수도 수년째 먹고 있는 약이지만 탈모약을 겁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성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속설에 탈모 치료를 머뭇거린다.

“탈모약 부작용 확률은 1~2%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부작용이 안 생길 확률이 98~99%라는 말이지요. 남한테 부작용이 생기는지 보다 나에게 부작용이 안 생기는지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탈모약 부작용은 대부분 한 달 안에 나타납니다. 탈모약을 한 달 먹었는데 부작용이 없다면 부작용이 안 생기는 98~99%에 해당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성기능 관련 부작용이 생겨도 약을 끊으면 대부분 회복된다.

탈모는 걱정되지만 탈모 치료는 부담스러워서 탈모 샴푸로 효과를 보려는 사람이 있다. 인터넷, SNS에는 탈모 샴푸로 효과를 봤다는 후기가 넘쳐난다. 이런 후기를 곧이곧대로 믿어선 곤란하다. 시중에서 파는 대부분의 탈모 샴푸 속에는 탈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성분이 아닌 두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들어 있다. 샴푸를 쓴다고 없던 머리카락이 다시 생기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정말 탈모가 걱정된다면 샴푸에 의존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탈모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환자의 자신감으로 힘을 얻는 의사

털(毛)을 연구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다양한 탈모 치료법의 선구자가 된 허창훈 교수!

인터뷰도 점심시간에 할 만큼 허창훈 교수의 하루 일과는 빽빽하다. 진료, 연구에 더해 탈모 영문 교과서를 집필 중이고, 온라인 강의 준비도 해야 한다. 언론사에 의료기기 칼럼을 연재 중이고, 각종 방송에 출연해 탈모에 관한 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허창훈 교수는 탈모 레이저 치료, 로봇 모발이식 수술 등 탈모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거침없이 도전해 왔다. (사진제공=분당서울대학교병원)

쉽게 낫지 않는 원형탈모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가발을 기증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아이들의 가발만이라도 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지속해서 건의하는 일에도 동참하고 있다.

허창훈 교수가 많은 일을 해내는 힘과 열정은 탈모 환자를 돕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다. 답답한 모자 대신 자신감을 머리 위에 올린 환자를 보면 내일처럼 기쁘다. 탈모를 치료했을 뿐인데 우울한 마음까지 사라진 느낌적인 느낌. 머리카락이 채워졌을 뿐인데 자신감이 충전된 느낌적인 느낌. 이 느낌이 계속되는 한 허창훈 교수의 탈모 치료법 연구는 계속될 것이다.

허창훈 교수가 알려주는 탈모 자가진단법

남성형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지 간단하게 알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남성형 탈모는 원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게 아니라 가늘어지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가늘어지고 솜털처럼 되어서 빠진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탈모가 심해도 뒷머리는 빠지지 않고 앞머리나 정수리 부위가 가늘어진다.

첫 번째 탈모 자가진단 방법은 뒷머리 머리카락과 앞머리·정수리 머리카락의 굵기를 비교해보는 것이다. 뒷머리 머리카락이 더 두꺼우면 탈모를 의심해볼 수 있다.

두 번째 탈모 자가진단 방법은 뒷머리, 앞머리, 정수리에 손을 넣어서 머리카락을 만져보는 것이다. 탈모라면 뒷머리와의 차이가 느껴진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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