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이야기] 먹는 치질약 바르는 치질약 어떻게 쓸까?

【건강다이제스트 | 배현 약사(분당 밝은미소약국)】

국내 치질 환자는 어느 정도나 될까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치질 관련 질환 진료 인원은 연 60만 명 정도로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치질 수술 건수는 무려 6만 건으로 한 해 전체 수술의 약 3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치질 전체 환자의 10%가 수술한다는 통계로 볼 때, 치질 환자들은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증상을 참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치질에 대한 증상을 남에게 이야기하거나 노출하고 싶지 않다는 부끄러움과 부담감이 있기도 하지만, 별것 아니라는 생각도 크게 차지하고 있어 병을 키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 돼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진행되면 약물 등 보존 치료가 아닌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리니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치질은 항문 주위에 발생하는 질환을 말합니다. 그 형태에 따라 돌출 형태가 있는 치핵, 항문의 피부와 점막이 찢어지는 치열, 항문 주위에 농양이 생기는 치루, 항문 가려움증 등이 있어요. 대부분 환자들이 이야기하는 치질은 치핵인 경우가 많습니다.

치핵은 발생 위치에 따라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나누는데, 치상선 상부에 발생하는 것을 내치핵, 하부에 발생하면 외치핵, 둘 다 존재하면 혼합 치핵이라고 부릅니다. 흔히 치핵이라 하면 내치핵을 말합니다.

내치핵은 크게 4단계로 구분합니다.

1기 | 변을 볼 때 피만 나는 상태

2기 | 변을 볼 때 피가 나고 항문이 빠져나오는데, 저절로 들어가는 상태

3기 | 변을 볼 때 피가 나고 항문이 빠져나오는데,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상태

4기 | 변을 볼 때 피가 나고 항문이 빠져나오는데, 손으로 밀어도 잘 안 들어가고 다시 나오는 상태.

보통 2기 이하라면 수술을 하지 않고 약물과 생활요법으로 치질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손으로 밀어야 들어가는 3기 이상의 상태라면 수술적 요법을 고려해야 해요. 만약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신속하게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 12세 미만의 환자에게 나타난 항문, 직장 질환

•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의 질환이 있는 환자

• 대장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 농양, 치루, 열창, 암 등의 심각한 항문, 직장 질환이 의심되거나 과거에 이런 질환을 진단받은 경력이 있는 환자

• 심각한 급성 통증, 출혈, 삼투, 돌출, 혈전증, 흑변, 중등도~고도의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

• 경미한 항문, 직장 증상이지만 7일간 자가 치료한 후에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경우 (출처 : 비처방약 핸드북에서 발췌)

치핵은 ‘Hemorrhoid’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혈관성 질환을 말합니다. 특히 정맥 혈관에 과도하게 압력이 가해지거나 혈액이 정체되어 혈관이 늘어져서 생기게 되는데, 이는 마치 다리에 정맥류가 생기는 것과 같아요. 치질이 직립 보행하는 사람에게만 생기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체로 혈액 흐름이 정체되기 쉬운 경우 많이 발생합니다.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직장인이나 학생들 ▶대변볼 때 과도하게 항문에 힘을 줘야 하는 변비 환자 ▶만성 음주자 ▶임산부 ▶급격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사람 ▶육식 위주의 식단을 가진 사람들은 치질에 걸리기 쉽습니다.

만약 가벼운 항문 주위 불편함, 가려움, 부종, 통증, 출혈 등이 있어 치질이 의심된다면 일반의약품을 통해서 그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어요.

01. 초기 치질 증상이 의심될 때 먹는 약은? 꾸준히 복용하자.

치질은 항문 부위에 혈액이 몰려 혈관이 늘어지는 것이 원인입니다. 즉, 혈관 상태와 순환을 개선한다면 치질 증세를 예방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어요.

치센 캡슐(동국제약), 렉센엔 캡슐(한림제약)은 디오스민 300mg이 함유된 먹는 치질약입니다.

디오스민은 천연 플라보노이드인 헤스페리딘에서 유래한 성분으로 혈관 탄력성을 개선하고 모세혈관 투과성을 정상화하며 활성산소를 억제해 항염, 항산화 작용이 있어요. 즉, 항문 혈관 상태를 개선시켜 치질 증상을 완화시켜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1일 2캡슐을 복용하며 증상이 심하면 최대 6캡슐까지 복용이 가능합니다. 임신 3개월 이후 임산부나 수유부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뉴베인액(대원제약)과 엘라스에이 액(조아제약)도 효과가 좋은 먹는 치질약입니다. 트록세루틴 3,500mg 단일 고함량제제입니다. 뉴베인액은 주로 정맥류 개선제로 광고하고 있지만 치질에도 잘 듣죠. 트록세루틴은 회화나무에서 추출한 플라보노이드로 항염증 효과와 정맥 탄력성 증가, 혈전 생성 억제 효과 등이 있어요.

1일 1회 복용으로 편리하지만 위장장애가 있어 식후에 복용해야 하며, 임산부·수유부는 되도록 복용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케이나 정(삼진제약), 후바후바 정(대화제약)은 헵타미놀, 은행엽추출물, 트록세루틴이 복합된 제제입니다.

헵타미놀은 혈관 수축제로 혈관이 늘어지는 상태를 개선시켜 주고, 은행엽추출물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혈관을 강화시켜주며 트록세루틴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즉, 혈관 수축, 강화, 혈액순환 촉진 작용으로 치질 증상을 치료해 주죠.

단 헵타미놀은 혈관 수축 등의 작용 때문에 갑상선기능항진증, 고혈압, 빈맥 환자는 사용하면 안 됩니다. 또, 도핑테스트에서 검출되기 때문에 운동선수들은 복용 시 주의해야 합니다. 위장 장애가 있으므로 1일 3~4회 식후에 복용합니다.

그 외 베니톨 정(광동제약)처럼 디오스민과 헤스페리딘이 복합된 제제도 있습니다.

02. 항문의 불편함이 심하다면? 넣고, 바르자.

항문의 불편함 때문에 괴롭다면 국소에 사용하는 좌제와 연고로 신속한 효과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좌제와 연고는 다양한 성분으로 나오지만 세 가지 형태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어요.

자극 완화제 : 센엔 연고, 렉센에스 좌제(한림), 프라렉신 크림(태극), 프라멕스 크림, 프라멕스 좌제(씨트리), 헤모렉스 좌제, 크림(대화) 등은 프라목신을 함유하고 있어 치질로 인한 자극감과 통증을 감소시켜 줍니다.

혈관수축제, 국소마취제, 피부보호제(혈관강화), 항염증제 복합제 : 푸레파 연고, 푸레파A 좌제(일동제약), 푸레파레이숀H 연고(한국화이자), 설간구구좌제(환인제약), 프레스탑 연고(태극제약), 엑스칠플러스 연고(코오롱제약) 등 잘 알려진 치질 연고들이 대부분 여기에 속합니다.
치질에 의한 자극감을 감소시키고, 출혈을 억제하며, 혈관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가장 다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세균 감염을 감소시키는 제제 : 프록토세딜 연고(한독약품), 포스테리산 연고, 좌제(동화약품) 등은 항문 주위의 세균 감염을 감소시켜 치질 치료에 도움을 주는 제제들입니다. 프록토세딜 연고의 경우에는 국소마취제 등 복합제로 되어 있고 포스테리산은 박테리아 배양액 단일제로 되어 있습니다.

03. 좋은 효과를 원한다면? 한약, 생약제제를 병용하자.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한약 치질 치료제는 을자탕입니다.

을자탕은 스트레스성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치질 치료에 효과적이며, 일본에서는 임상논문도 다수 발표된 처방이에요.

진교창출탕 역시 치질에 사용되는 한약제제입니다. 주로 열이 많은 사람의 치질에 사용하는데, 음주나 흡연, 자극적인 음식 등을 많이 섭취해 변비와 함께 치질 증상이 유발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어요.

그 외에 피곤하면 항문이 밀려 나오는 환자에게는 보중익기탕을, 염증이 형성된 환자는 배농산급탕을, 치질 부위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는 어혈성 환자에게는 계지복령환을 환자의 증상에 따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치지래 과립(한풍제약)은 치질에 사용할 수 있는 생약 성분 복합제입니다. 자근, 목단피, 칠엽수종자와 토코페롤이 같이 함유되어 있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어혈을 제거하며 모세혈관을 강화하여 치질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제제입니다.

만약 치질 증상이 있다면 상황에 맞춰 복용하는 약이나 외용제를 사용해 보세요. 약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가까운 단골약국에서 하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배현 약사는 충북대 약대를 졸업하고 헬스경향 자문위원, OTC연구 모임 자문위원, 경기도 약사회 임원, 경기도 마약 퇴치 운동본부 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분당 밝은미소약국을 10년째 운영 중이다. 네이버 블로그 <배약사의 건강정보>, 유튜브 <링거TV>, 헬스경향 칼럼, 약사 및 학생, 대중 강연 등을 통해 바른 의약 정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저서는 <몸을 위한 최선 셀프메디케이션>, <약사가 말하는 약사(공저)> 등이 있다.

배현 약사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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