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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이브사이] 리얼돌 체험방 뜨거운 논란… 왜?2021년 10월호 88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창원대학교 철학과 윤지영 교수】

【도움말 | 굿상담클리닉 나현정 소장】

2019년, 대법원은 리얼돌 수입과 판매를 허용했다. 개인의 사적 영역에 대해 국가 개입이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판결 이후로 거센 반발과 열띤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찬성하는 이는 개인의 자유이며, 리얼돌이 성욕을 해소하기 힘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이는 리얼돌이 일반화가 되면 건강한 성문화를 저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는 사이 전국에는 리얼돌 판매점뿐 아니라 리얼돌 체험방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오피스텔이나 매장의 룸 안에서 리얼돌 사용을 알선, 대여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성인인증만 거치면 리얼돌을 살 수 있게 됐다.

국회에서 리얼돌을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본회의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리얼돌 판매와 체험방, 이대로 손 놓고 있어도 괜찮을까?

전국에서 성행 중인 리얼돌 체험방

리얼돌은 여성 신체 형상을 고도로 모사한 인형이다. 리얼돌을 찾는 주목적은 성행위다. 그래서 리얼돌은 섹스돌이라고 불린다. 지난 2019년 대법원의 리얼돌 수입 판매 허가 판결 이후 리얼돌은 음지에서 양지로 나왔다. 얼마 안 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26만여 명이 동의해 청와대가 답변해야 하는 기준인 20만 명을 넘었다.

이런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전국 곳곳에 리얼돌 체험방이 생겨났다. 리얼돌 체험방은 학교 경계로부터 200m 이내에서 운영하지 않으면 따로 제재를 받지 않는다. 업종 자체를 규제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

리얼돌 체험방에서는 말 그대로 돈만 주면 리얼돌을 체험할 수 있다. 리얼돌 체험방이 늘어나면서 리얼돌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행위는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리얼돌을 사용하면 남성이 성관계를 원하면 여성이 이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고, 남성의 성욕만이 유일한 성욕으로 여기는 인식이 조성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리얼돌, 지배의 에로티시즘>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창원대학교 철학과 윤지영 교수는 “리얼돌은 여성의 몸을 가지고 무엇을 어디까지 했느냐를 모의 훈련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임과 동시에 여성의 신체 형상을 남성에 의해 언제든지 정복당할 수 있는 수동적인 것으로 오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남성의 성 의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성관계를 할 때는 포르노그래피를 참고하고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포르노그래피는 단순한 소비에서 그치지 않고 포르노그래피적 시선으로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물로 만들고 유포하는 행위로 이어지고 있다. N번방, 박사방이 대표적인 예다.

윤지영 교수는 “포르노그래피와 성적 폭력 행위 간의 상관관계가 입증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직접 만지고 조작까지 할 수 있는 리얼돌의 등장은 여성에 대한 폭력적 인식을 일상으로 실행하고 모의 훈련하여 실제 여성과 남성 간의 관계 양상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리얼돌이 청소년 성 의식에 미치는 영향

아직 미성숙한 청소년이 리얼돌 체험방이 버젓이 판치는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경기도 용인시, 의정부시 등에서는 학교 근처에 오픈한 리얼돌 체험방이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폐업한 바 있다.

성인처럼 청소년도 성 행위에 대한 정보를 포르노그래피 문화를 통해 얻는 경향이 있다. 그 부작용은 이미 밝혀졌다. N번방과 박사방이라는 여성 대상 신종 디지털 성범죄의 주요 가해자 그룹에 10대 남성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지영 교수는 “리얼돌은 포르노그래피 문화의 하나이자 가장 최신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일부 청소년이 여성에 대한 성폭력, 성적 학대를 남성 또래 문화에서 통용되는 놀이이자 돈까지 벌 수 있는 행위로 인식하는 현실 속에서 리얼돌의 사용은 여성은 남성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을 뿌리내리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정부는 아동 리얼돌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금지하면서 성인 여성 리얼돌은 인정하고 있다. 정부는 영국, 캐나다, 미국 등의 아동 리얼돌 금지 조치를 참고해 아동 리얼돌이 아동에 대한 성폭력을 훈련하게 하는 장치이자 아동에 대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둔화시키고, 아동의 저항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한다.

윤지영 교수는 “정부가 아동 리얼돌과 아동 성폭력의 상관관계만 인정하고 성인 여성 리얼돌과 성인 여성 상대 성폭력의 상관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면, 아동 리얼돌 금지 조치의 사법적 근거가 유효하지 않다는 결론이나 성인 여성은 성폭력을 당해도 되는 존재라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리얼돌 순기능의 모순

일부에서는 성욕을 해소하기 힘든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리얼돌을 규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를 낸다. 장애인 남성, 노년기의 남성 등의 성욕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런데 리얼돌의 가격은 쉽게 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신체 모사가 얼마나 정밀하느냐에 따라 수십만 원부터 시작해 수천만 원에 이른다. 회원이 남자 위주인 인터넷 커뮤니티나 유튜브 콘텐츠를 중심으로 가격이 비싼 리얼돌을 사서 경제적 부를 과시하는 일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또한 리얼돌의 무게는 보통 30~40kg이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 남성이나 노년 남성이 무거운 리얼돌을 혼자서 쉽게 들어 올리거나 조작하는 일은 쉽지 않다.

윤지영 교수는 “장애인 남성이나 노인 남성의 성욕 해소 도구로 리얼돌의 순기능을 주장하지만 정작 수백만 원에 이르고 무거운 리얼돌의 주 사용자는 그들이 아닐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성관계를 통해 성욕을 해소하려면 자신의 몸의 다양한 성감대를 발견하고 증폭시키는 데서 출발해 상대에 대한 존중, 의견 조율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리얼돌은 남성이 원하면 여성의 신체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고 성욕 해소를 위한 도구라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

또한 리얼돌을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로 한정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이미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리얼돌 사용 후기 문화가 유행하고 리얼돌 음란물까지 제작되고 있다.

리얼돌의 또 다른 부작용, 섹스리스 부부

기혼 남성의 리얼돌 사용은 부부 사이까지 틀어지게 할 수 있다. 부부의 성관계는 신체적인 것뿐 아니라 정서적 교감을 필요로 한다. 부부는 성관계를 통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상처받은 감정을 회복하기도 한다. 또 부부관계 전후에 하는 대화 속에서 더욱 진솔한 감정을 나누거나 애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리얼돌은 남편의 성욕만 해소할 뿐이다.

굿상담클리닉 나현정 소장은 “리얼돌은 감정을 나누고 능동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남편의 자기중심적 성적 태도를 강화시킬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리얼돌에 익숙한 남편은 부부관계에서도 아내를 배려하거나 존중하기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아내의 욕구나 감정에 불만이 생길 수 있으므로 부부 사이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리얼돌 같은 일종의 판타지에 익숙해진 남편은 일상적이고 인간다운 것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될 수 있다. 이는 부부간 섹스리스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의 중독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도 있다.

윤지영 교수는 프랑스 파리 소르본느 대학에서 철학 학사·석사를, 프랑스 팡테옹 소르본느 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 <지워지지 않는 페미니즘>이 있고 역서로는 <자신을 방어하기> 등이 있다.

나현정 소장은 부부 상담, 가족 상담 전문가다.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상담위원, 서울지방경찰청 아동진술분석전문가, 수원지방검찰청 범죄피해자지원센터 협력상담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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