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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고위험·고난도 고관절 수술 명의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임승재 교수2021년 10월호 18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뼈 건강 지키려면 햇볕 보고 걷고 저항운동하세요!”

귀를 의심했다. 111세에 수술을? 그것도 고관절 골절 수술을? 101세가 아니고 111세가 맞느냐고 재차 확인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111세 할머니의 수술은 잘 됐고 그 후로 2년 넘게 정기검진을 하러 병원을 오갔다.

이 놀라운 고령·고위험·고난도 수술 집도의는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임승재 교수다. 나이가 많아도, 까다로운 재수술이어도, 다른 병원에서 안 된다고 했어도 환자를 되돌려 보내거나 포기하지 않는 의사다. 그럼에도 성공률까지 높아 전국에서 환자가 모여든다. 많은 사람이 백세, 아니 백세가 넘어서까지 고관절 걱정 없이 힘차게 걸었으면 좋겠다는 임승재 교수를 만나봤다.

고난도, 고위험도, 고령이 많은 고관절 수술

고관절은 엉덩이 관절로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관절이다. 골반과 대퇴골을 연결해 체중을 지탱하고 걷고 뛰는 것 같은 다리 운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매우 중요한 관절이다. 이런 고관절에 문제가 생긴다면? 삶의 질이 확 떨어진다. 고관절이 탈이 나면 휠체어, 지팡이에 의지하거나 누운 채로 병원에 간다.

임승재 교수는 이런 고관절 환자가 유난히 마음이 쓰였다. 정형외과에서 고관절 수술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 수술이다. 수술 자체가 위험하고 어렵다. 특히 낙상으로 발생한 고관절 골절로 수술하는 환자는 주로 80대 이상의 고령이다. 고령이면 대부분 지병도 한둘이 아니다. 자칫하면 수술 중 마취 사고나 크고 작은 수술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인공 고관절 수술에서 감염, 관절이 빠지는 탈구, 뼈가 안 붙는 불유합 등과 같은 문제가 생기면 2차, 3차 재수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임승재 교수는 고관절 수술의 어려운 점보다 수술을 잘하면 누워서 병원에 온 환자도 예전처럼 걸을 수 있다는 점에 집중했다. 밤낮없이 수술법을 공부하고 연습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났다.

“교수가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습니다. 고관절 수술을 한 환자가 몇 시간 후에 사경을 헤매게 되었습니다. 급하게 검사를 해보니까 혈전이 폐를 막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흉부외과 교수님이 바로 수술로 혈전을 꺼내서 나중에 멀쩡하게 걸어서 퇴원하셨고 지금도 병원에 오십니다.”

이 일을 계기로 임승재 교수는 수술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술 전후 관리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수술 합병증 철통방어 시스템

아무리 수술을 잘해도 수술 전후 관리가 안 되면 환자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임승재 교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관절 수술 전후 관리시스템을 하나씩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금은 거의 철통방어 수준이다. 수술 합병증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최고의 시스템을 갖췄다.

첫째, 수술 전에 혈전 검사를 하고 필요할 경우 혈전을 걸러낼 수 있는 필터를 사용하는 등 혈전에 철저하게 대비한다.

둘째, 수술 도중 출혈을 최소화하는 술기와 약제를 통해 수혈하는 일이 거의 없다.

셋째, 수술 후에는 중환자의학팀의 도움을 받아 24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살핀다.

넷째, 고령, 고위험 수술에 숙련된 전담 마취팀이 있다.

다섯째, 수술 후 음식 섭취 과정에서 흡인성 폐렴이 발생할 수 있는데 신경과, 재활의학과와의 협진을 통해 미리 검사하고 적절하게 대처한다.

여섯째, 퇴원하면 골다공증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서 낙상을 예방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갖춰지는 시간 동안 임승재 교수의 수술 실력도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었다.

수술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고, 수술 테크닉도 발전을 거듭해왔다.

임승재 교수에게 오는 환자는 수술을 못 받는 경우가 드물다. 고관절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온 재수술, 초고령 환자의 수술 등 아무리 어려운 케이스도 임승재 교수는 피하지 않는다.

인공 고관절 수술은 인공관절 수술 중 가장 먼저 개발됐다. 그만큼 역사가 오래되어 수술한 지 오래된 사람이 많다. 지금은 세라믹으로 된 관절면이 개발되어 인공관절 수명이 30년 이상이지만 전에는 수명이 10~15년 되는 플라스틱 인공관절을 사용해 재수술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

“제 스승님이신 박윤수 교수님은 다른 병원에서 수술한 환자의 재수술을 마다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저도 배운 대로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고관절 수술은 큰 수술이라서 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에서 하는 게 좋고, 대형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이상 제가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 환자를 돌려보낼 수 없습니다.”

▲ 임승재 교수는 고관절 수술 권위자다. 철저한 수술 합병증 관리시스템을 도입해 환자 만족도와 성공률이 높다.

임승재 교수는 고관절 수술 중에서도 재수술, 고령 환자의 고위험 수술, 고난도 수술을 전문으로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111세 할머니도 수술했고, 97세 환자도 수술을 받고 10년을 더 생존했다. 남다른 수술 실력과 수술 전후 관리시스템, 그리고 어떤 환자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더해져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뼈 건강 지키는 햇볕과 운동

임승재 교수는 수술뿐 아니라 연구 분야에도 두각을 나타냈다. 임상강사가 되어 쓴 첫 논문이 정형외과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JBJS, Journal of Bone & Joint Surgery)에 실렸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그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런데 다음 논문도 실리고 다음 논문도 또 실렸다. 임상강사 시절 논문 세 편이 연속으로 JBJS에 실리고 모두 학술상을 받아 큰 주목을 받았다.

교수가 된 후에도 연구는 계속됐고 굵직굵직한 수상도 이어졌다. 2016년 가을에는 대한고관절학회에서 해외학술상을, 2017년에는 대한골절학회에서 최우수연구상을 받았다. 1년 동안 국제학술지에 실린 논문 중에 최고로 선정된 것이다. 지금까지 100편 이상의 논문을 쓰고 그중 80편 이상은 국제학술지에 소개됐다.

임승재 교수가 고관절 수술과 연구에 매달릴수록 많은 이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평소 골다공증을 예방하려고 노력하고 뼈와 관절 건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뼈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히 비타민 D를 신경 써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는 비타민 D가 부족한 사람이 많습니다. 실내에서 일하는 저도 비타민 D가 부족하다고 나옵니다. 비타민 D는 햇볕을 쬐면 피부에서 만들어지므로 햇볕을 충분히 봐야 합니다. 자주 햇볕을 보고 걸으면 좋습니다.”

꾸준한 운동도 뼈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임승재 교수는 환자들에게 물속에서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와 같은 저항운동을 추천한다. 저항운동을 해서 뼈에 부하가 가해지면 골세포가 자극을 받아 활동을 많이 해서 뼈가 튼튼해진다. 골다공증과 낙상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불안보다는 잠깐 쉬어가는 기회로~

1년에 500여 건의 고관절 수술을 하고, 끊임없는 연구까지. 그동안 임승재 교수는 쉬지 않고 앞만 보고 걸어왔다. 본의 아니게 요즘에는 조금 여유가 생겼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외부 활동이 없어져 병원과 집만 오가게 됐다. 임승재 교수는 끝이 안 보이는 유행에 막막하고 불안한 지금을 다른 시선으로 본다.

▲ 임승재 교수는 고관절 수술 중에서도 고난도, 고위험, 고령 수술 전문이다.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으로 어려운 수술도 피하지 않는다.

“그동안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지쳤을 겁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 가족과 더 마음을 나눌 기회, 쉬어가는 기회로 이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임승재 교수는 집에 있는 시간을 온전히 몸과 마음을 돌보는 데 쏟는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동네 한 바퀴를 돌고, 화초를 돌본다. 최근에는 테라스에 화단을 만들었다. 사시사철 변하는 화초를 보고 있자면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편안해진 마음은 어떻게든 환자를 포기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돌보는 에너지로 바뀐다. 최신 지식, 독보적인 수술 실력, 풍부한 경험 그리고 최고의 팀워크가 더해져 반쯤은 포기했던 환자도 웃으며 걸어서 나갈 수 있게 한다.

어렵고 힘들다고 물러날 데가 없는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것! 임승재 교수의 이 어려운 다짐은 누군가의 힘찬 발걸음이 되어 다시 세상 속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고 있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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