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건강다이제스트 명의의 건강비결
[명의가 사는 법] 염증성 장질환 명의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박동일 교수2021년 9월호 17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장 건강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채소 많이 드세요!”

작년 여름, 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로 인해 화제를 모은 장질환이 있다. 한 나라의 총리직을 돌연 내려놓은 공식적인 이유였다. 아베 전 총리는 17세부터 앓았던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되어 한 나라의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아베 전 총리처럼 우리나라에도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지만 10년 사이 2배 이상 급증해 많은 이의 일상을 할퀴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박동일 교수는 일찍이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고통을 나눠 짊어진 의사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던 시절부터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법을 연구해왔으며, 최근에는 시행착오 없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오랫동안 염증성 장질환 환자와 함께 울고 웃어온 박동일 교수에게 최근 급증하는 염증성 장질환에 대해 들어봤다.

드물지만 외면할 수 없던 질환

박동일 교수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에서 전임의로 일하던 때였다. 드물지만 유난히 안쓰러운 입원 환자들이 있었다. 젊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였다. 하루에 10번 넘게 설사와 동반된 혈변을 보는 데다 입원 기간도 길었다. 한창 일할 나이인데 설사, 급한 변의 같은 증상으로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못 해서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보였다.

염증성 장질환은 보통 장염보다 치료 기간도 길고 치료를 하더라도 잘 낫지 않는 난치성 만성 장염을 말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크게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나눌 수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장에 염증이 생기고 장이 심하게 헐어서 피가 나는 병이다.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에 비해 염증이 생긴 부위의 궤양이 깊다.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장이 좁아져 협착이 오고 장에 구멍이 날 수 있다. 크론병은 수술 후에 재발하기도 한다.

박동일 교수가 강북삼성병원에서 교수로 일하기 시작한 2003년에는 병원에 오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20~30명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늘어났다. 마침 그 즈음 염증성 장질환에 관심이 많은 의사들이 주축이 되어 대한장연구학회가 만들어졌고 박동일 교수도 가입해 다양한 환자 케이스를 접하고 견문을 넓혀나갈 수 있었다.

“환자가 늘어날수록 관리가 어려워졌습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갑자기 나빠져서 응급실로 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같은 병원에 가면 같은 처치가 이뤄져야 하는데 매뉴얼이 없다보니 응급실 당직이 누구냐에 따라 검사, 처치가 달라지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간단한 응급처치법, 응급실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등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해주고 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이 절실했다. 막막했지만 해야 할 일이었다. 2006년, 박동일 교수는 강북삼성병원에 염증성장질환클리닉을 만들고 직접 그 시스템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서구식 식습관이 주범

할 일이 태산이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를 도우려면 필요한 건 뭐든지 새로 만들어야 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치료, 검사, 입원 매뉴얼을 만들고 환자의 중증도를 점수로 매기는 평가 방식도 만들었다. 환자 교육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1년에 4번씩 환우회를 열었다. 환자와 가족에게 염증성 장질환은 어떤 병이고, 어떤 약을 쓰며, 어떤 단계를 거쳐서 좋아지는지 자세히 소개했다. 포기하지 않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건네는 일도 박동일 교수의 몫이었다.

갈수록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늘어났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2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크론병 환자는 3만 명에 육박하고, 궤양성 대장염은 6만 명 정도다. 이렇게 환자가 많아지는 사이 박동일 교수가 만든 ‘염증성장질환클리닉’은 ‘염증성장질환센터’로 확장을 했다.

박동일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이 최근 들어 급증한 이유로 달라진 식습관을 꼽는다.

“우리의 유전자는 그대로인데 사회가 서구화되면서 즐겨 먹는 음식이 너무 많이 달라졌습니다. 동물성 지방, 패스트푸드, 정제된 당류 등을 많이 먹으면 장내 미생물도 나쁜 쪽으로 변해서 염증성 장질환이 잘 생긴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염증성 장질환이 잘 생기는 식습관과 대장암이 잘 생기는 식습관이 비슷하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장내 미생물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 따라 바뀐다. 염증성 장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육류 및 가공육류 섭취를 줄이고, 의도적으로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 또한 비만도 예방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비만 인구의 분포도와 염증성 장질환, 대장암의 분포도가 일치한다. 비만인 사람은 염증성 장질환을 치료하는 주사의 효과도 떨어진다.

▲ 박동일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아주 드물던 시절부터 염증성 장질환에 주목한 의사다. 쉬지 않고 다양한 연구를 하며 염증성 장질환 정복을 위해 힘쓰고 있다.

몸고생, 마음고생, 돈고생까지 줄여주는 의사

박동일 교수는 그동안 염증성 장질환의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기 위해 수많은 연구를 해왔다. 최근에는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데이터를 생성하기 위한 코호트 연구, 바이오샘플을 이용해 염증성 장질환의 장기적인 예후를 예측하는 연구 등을 하고 있다.

진료, 연구, 공동 연구 화상회의, 대장내시경 검사, 염증성장질환센터 업무까지…. 박동일 교수의 하루 일정은 빽빽하다. 그래도 연구할 분야가 많아서 즐겁고, 예전보다 치료할 약이 많아져서 즐겁다. 대장내시경 검사는 대장암을 예방하는 확실한 방법이므로 힘든 줄 모르고 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늘어나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많아져서 바빠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바쁜 건 견딜 수 있지만 가장 견디기 힘든 순간이 있다. 환자에게 해줄 게 없을 때다. 기존에 나와 있는 약을 다 써도 치료가 안 될 때는 속이 많이 상한다. 또 고가의 약을 썼는데 듣지 않을 때는 너무 안타깝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환자라면 더욱 마음이 쓰인다. 그래서 요즘 박동일 교수는 특정 약을 썼을 때 치료가 잘 되는 사람, 효과가 없는 사람을 분석하는 연구에 정성을 쏟고 있다. 환자가 고생을 덜하고 경제적인 부담도 줄일 수 있다면 어떤 연구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

“교수님, 크론병인데 이거 먹어도 되나요?”

다른 병도 마찬가지지만 최근 급증하는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질환은 오랫동안 이 병을 연구해왔고 치료 경험이 많은 의사를 만나야 한다.

경험이 많은 의사는 여러 가지 치료제 중에서 그 사람의 상태에 꼭 맞는 약을 잘 찾아내는 것은 물론, 약을 선택한 후에는 상태가 나아졌는지 정기적,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효과가 없다면 즉각적으로 다음 치료를 결정할 수 있다. 단지 증상만 좋아지게 하는 게 아니라 20년, 30년 후를 내다보고 장이 망가지지 않는 올바른 목표를 세워야 좋은 의사로 볼 수 있다. 박동일 교수는 여기에 한술 더 뜨는 의사다. 환자가 궁금한 것을 바로 답해준다.

▲ 염증성 장질환 치료 분야의 권위자인 박동일 교수는 환자의 20~30년 후까지 내다보고 목표를 세워 치료 성적을 높이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급하게 의료진과 연락해야 하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그럴 때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SNS를 통해 답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꼭 급한 상황이 아니어도 어떤 약이나 음식을 먹어도 되는지 물으면 답을 달아드리곤 하지요. SNS에 염증성 장질환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고 병원 근처 맛집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래전 박동일 교수가 염증성 장질환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 건 도움이 절실해 보여서 였다. 20대 전후의 젊은이가 질병으로 인해 꿈을 포기하고 희망이 무너지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고 싶었다. 그 생각 하나로 쉼 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덧 잃었던 꿈을 다시 찾아주는 주역이 되었다.

그런 박동일 교수는 설사, 복통 등의 장염 증상이 한 달 이상 계속되면 꼭 병원에 가봐야 한다고 당부한다.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이 난치병인 것은 맞지만 증상이 생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치료가 잘되기 때문이다. 염증성 장질환 걱정 없는 ‘장 편한 세상’은 빠르고 적절한 치료로 만들 수 있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인터넷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동일#강북삼성병원#염증성장질환

정유경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여백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