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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병든 간, 병든 마음 치료하는 명의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배시현 교수2021년 7월호 16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급증하는 대사성 지방간, 체중 조절이 필수입니다!”

간은 할 일이 많고 성실히 노력하는 장기다. 우리 몸의 대사, 해독, 면역을 담당하고 담즙을 만드는 등 사람으로 치면 노력파 팔방미인이다. 간암, 간경변증 치료의 권위자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배시현 교수도 이런 간과 닮았다. 지금 하는 일도,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무척 많은 사람이다. 그것도 남을 위해.

지난 30년 동안 진료와 함께 만성 간질환의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는 데 청춘을 쏟아 부었던 배시현 교수는 최근 20년 가까이 매달린 간경변증 줄기세포 치료 연구에서도 희망적인 결실을 앞두고 있다. 올해 12월부터는 대한간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해 C형간염 선별검사가 국가검진사업에 포함되도록 힘을 보탤 예정이다. 간을 살리는 팔방미인 배시현 교수가 전하는 간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지요정’의 등장

매일 아침 7시면 그에게서 편지가 온다. 이름하여 아침편지. 보내는 사람은 배시현 교수, 받는 사람은 은평성모병원 의사들이다. 작년 말부터 배시현 교수는 후배가 보내준 아침편지를 정성스럽게 전달 중이다. 코로나19로 지쳐 있는 동료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5월 17일에 보낸 아침편지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좋은 음식 다음에 먹겠다고 냉동실에 고이 모셔두지 마라. 냉동식품 되면 싱싱함도 사라지고 맛도 변한다. 맛있는 것부터 먹어라. 좋은 것부터 사용하라. 유행도 지나고 취향도 바뀌어 버리는 고물이 된다…”

개원 1년 전부터 은평성모병원 새병원 발전위원으로 활동한 배시현 교수는 병원을 향한 애정이 남다르다. 특히 그 애정이 집중되는 곳은 진료실이다.

“환자에게 편안하고 만족을 주는 진료와 치료에 역점을 두고 고령의 만성 간질환, 특히 간경변증, 간암 환자가 늘어나고 있어서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간질환 환자를 향한 배시현 교수의 남다른 애정은 30년 전 시작됐다. 배시현 교수가 여의도성모병원에서 내과 레지던트로 첫 수련을 받은 분과가 소화기내과였다. 젊은 B형간염 환자가 많아 안타까웠고, 그런 환자를 슬픈 얼굴로 돌보는 가족이 못내 마음이 쓰였다. 이후 차례로 순환기, 호흡기, 종양, 내분비 내과를 수련했지만 간질환 환자를 치료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런 마음은 장인의 영향도 컸다. 배시현 교수의 장인은 아시아에서 C형간염 분야의 석학으로 이름난 김부성 교수다.

평생 간질환을 치료하기로 마음먹자 간 건강이 악화되어 말 못 할 고생을 하는 환자를 위해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 그중 하나가 줄기세포 치료였다.

줄기세포 치료로 희망을 새로 쓰다!

무려 19년! 오래 걸렸지만 꼭 하고 싶은 일이었다. 배시현 교수는 2002년 간질환의 줄기세포 치료법을 연구하기 위해 미국 플로리다대학교로 연수를 떠났다. 2004년에 귀국하자 마침 일하던 강남성모병원에 세포치료센터가 생겼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간질환 줄기세포 치료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오랜 연구의 결실에 거의 다다랐다. 알코올 간경변증 환자를 대상으로 자가 골수를 이용한 중간엽줄기세포 치료 2상 임상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올해 5월부터 220명을 시험대상자로 한 3상 임상 연구가 11개 대학병원에서 시작되었다.

“2상 임상 연구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한 알코올 간경변증 환자의 간 기능 개선과 간경변증의 조직학적인 호전을 확인했고, 세포 치료제에 의한 부작용은 대조군과 차이가 없어 안전성 또한 입증됐습니다. 줄기세포 치료를 받지 않으면 3년 생존율이 보통 50% 정도 되는데 5년 생존율이 84%로 나타나 생존 기간도 연장되었습니다.”

흔히 간경화라고 부르는 간경변증은 만성적인 염증으로 인해 간 조직이 섬유화 조직으로 바뀌어 원래의 간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한 번 발생하면 대부분 계속 진행되며 점차 간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간경변증으로 인해 간이 제대로 기능을 못 하면 복수가 차거나 식도정맥류, 신장 기능 저하 등 다양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간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B형간염, C형간염, 알코올간염, 비만 등에 의한 대사성 지방간염은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특히 B형간염과 알코올간염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대사성 지방간염과 C형간염에 관심을 더욱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앞으로가 걱정인 대사성 지방간

배시현 교수는 대사성 지방간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데 큰 우려를 표한다.

작년부터는 코로나19 유행이 확산되면서 당분간 지방간의 급증세가 계속될 것이 예상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활동량이 크게 줄어들고 배달 음식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배달 음식은 당분이 많이 들어가 칼로리가 높은 경우가 많고 보통 1인분은 배달이 안 되기 때문에 혼자 먹어도 많은 양을 시켜서 먹게 된다. 밤늦게 먹고 자는 일도 흔하다.

“젊은 층뿐 아니라 어린 지방간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게 걱정입니다. 지방간일 때 치료하지 않으면 지방간염, 간경변증, 간암까지 발생할 수 있어 단순히 살이 쪄서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과체중, 당뇨병, 고지혈증 등으로 대사성 지방간이 생겼다면 적극적인 치료, 식습관 개선, 철저한 운동과 체중 관리를 통해 지방간에서 벗어나야 한다.

평소에 대사성 지방간 환자를 자주 접하는 배시현 교수 역시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특히 하루에 만보는 꼭 걸으려고 한다. 귀가할 때까지 만보를 걷지 못하면 집에 들어가기 전에 주변을 걸어서 만보를 채우고 들어간다.

미세먼지 등으로 밖에서 걷기가 어려우면 손잡이 스테퍼로 30분 이상 운동한다. 주말에는 운동을 나가는 경우 외에는 반드시 가족과 함께 한강 근처를 한 시간 이상씩 걸어서 만보를 채운다.

아울러 배시현 교수는 지방간을 예방하려면 잠을 푹 자야 한다는 조언을 덧붙인다. 많은 연구에서 짧게 자고, 깊게 못 자면 지방간 위험이 커진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조기 발견, 조기 치료 필요한 C형간염

대사성 지방간과 함께 배시현 교수는 C형간염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그동안 배시현 교수는 C형간염 선별검사가 국가검진사업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최근 대한간학회에서는 56세를 대상으로 진행한 C형간염 선별검사 결과 모두 검사를 받는 것이 간질환 부작용 발생을 막을 수 있고,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 배시현 교수는 대사성 지방간을 바로 알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시현 교수 역시 대한간학회 차기 이사장으로서 질병관리청과 함께 C형간염 퇴치를 숙원사업으로 정하고 C형간염 선별검사가 국가검진사업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C형간염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전파되는 감염병이며, 감염자 대부분 증상이 없다. 10명 중 약 7명이 만성간염으로 진행되고, 이 중 30~40%는 간경변증이나 간암이 된다.

“자신이 C형간염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으므로 빨리 발견해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요즘은 좋은 치료제가 개발되어 발견만 하면 8주 만에 완치할 수도 있습니다.”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릴 만큼 간 기능이 저하되어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적절한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간암 위험군인 B형간염, C형간염, 알코올 간염, 간경변증과 같은 만성 간질환이 있다면 간암 정기검진을 꼭 받아야 한다.

도울 수 있어 행복한 사람

배시현 교수는 어린 나이에 지방간이 생겨서 온 아이들에게 아들, 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른들에게 오랫동안 살을 빼라는 말과 실망의 눈초리를 받아온 아이들이다. 배시현 교수는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의사다. 그 노력을 믿고 지지해주는 의사다. 그리고 체중을 줄여서 오면 반드시 해낼 줄 알았다는 미소를 지어 보이는 의사다.

“지방간의 경우 젊을 때는 간이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60대가 되면 초기 간경변증이 오고 간이 빠른 속도로 나빠질 수 있어요. 그때 가서는 후회해도 소용없으니까 생활습관을 고치길 강조하곤 합니다.”

배시현 교수는 자신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라서 행복한 사람이라 여긴다. 치료 성적이 좋았을 때는 물론이고 잔뜩 긴장해서 온 환자에게 다행히 큰 병은 아니니 안심하고 푹 자라는 말을 할 때는 자신이 축복받은 존재라고 느낀다.

배시현 교수의 하루에는 아픈 환자를 걱정하고 어떻게든 돕고 싶은 마음이 녹아있다. 이런 하루하루가 쌓일수록 간도 덜 아프고, 마음도 덜 아픈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동료에게는 매일 활력을 주는 아침편지를, 눈앞이 캄캄해진 간질환 환자에게는 희망의 빛을 선물하는 배시현 교수의 값진 하루를 응원한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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