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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치매 분야의 야전 사령관! 해븐리병원 이은아 박사2021년 4월호 20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계속 배우고 꾸준히 움직여야 치매 안 걸립니다!”

경기도 고양시 해븐리병원의 원장인 이은아 박사(신경과 전문의, 신경과학 의학박사)는 일찍부터 ‘일을 많이 낸’ 의사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도 거리에서 치매 치료 캠페인을 벌이고, 초로기 치매의 고충을 알리기 위해 방송 프로그램에 실태를 제보해 전파를 탔다.

서울시 치매지원센터를 만드는 데 앞장섰으며 비약물적인 치매 인지 치료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해븐리병원을 개원했다.

일은 요즘도 내고 있다. 유튜브 ‘이은아의 치매를 부탁해’ 동영상 중에는 조회수가 116만 회가 넘는 것도 있다. 폭발적인 조회수에 걸맞게 각종 방송사 건강 프로그램에서 섭외 전화가 빗발친다. 지난 2월에는 치매 자가진단법과 예방법 등을 총망라한 <치매를 부탁해>라는 책도 냈다.

그래서 이은아 박사는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 치매 분야의 야전 사령관이라고 불린다. 환자 맞춤 치매 정책이 필요한 순간에도, 치매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이 필요한 순간에도 늘 환자 옆을 지켜온 이은아 박사를 만나봤다.

의사도 몰랐던 치매 치료의 진실

요새는 어디를 가든 건강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까지만 해도 60세 이상의 단골 이슈는 치매였다. 그럴 수밖에 없다. 한국의 치매 유병률을 보면 60세 이상 노인의 10%다. 10명 중 한 명은 치매에 걸린다. 다들 치매 만은 피하고 싶은데 70대가 되고 80대가 되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확 높아진다.

치매는 치료가 안 되는 병이라는 인식이 강해 두렵다. 이은아 박사도 한때는 치매는 치료가 안 된다고 여겼다. 전공의 시절 한국 치매 분야의 대가를 스승으로 모시면서도 치료가 안 되는 치매를 전공으로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점점 생각이 바뀌었다.

“도저히 치료가 안 되는 치매 환자라고 생각했는데 의사가 관심을 두고 치료하면 삶을 회복하는 기적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좋아지는 환자가 많아지자 치매도 반드시 치료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죠.”

신경과학 의학박사를 취득한 뒤 서울시립서북병원 신경과에서 일하게 된 이은아 박사는 진료가 없을 때면 밖으로 나갔다. 치매는 불치병이 아니라고 알리고 싶었다. 치매학회 이사로 일하며 치매 치료 체험 캠페인, 치매와의 아름다운 동행 캠페인 등을 개최하고 무료 치매 검진 활동을 했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노인복지관, 교회 등 노인이 모이는 곳이라면 찾아가서 치매 강의를 했다. 빔 프로젝터 스크린이 없을 때는 달력 뒷면을 테이프로 이어 붙여서 강의하기도 하고, 복지관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노인을 대상으로 치매 증상을 소개하고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다른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치매 환자의 뇌를 자극하려면 재미있는 치료를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경과 의사로서는 처음으로 음악, 미술, 원예 등 비약물적인 인지 치료를 도입해 그 효과를 연구해 발표했다.

이러한 활동을 발판삼아 치매는 국가와 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이에 따른 치매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치매지원센터와 인지건강센터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서울시 광역치매지원센터 기술지원단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환자를 마음껏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어 보려고 해븐리병원을 개원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시장 표창, 보건복지부 장관상, 고양시장 표창장 등을 받기도 했다.

환자와 현직 의사들에게 최고라 불리는 의사

치매는 치료되지 않는 병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깨고 진료, 연구, 지원 제도 마련에 힘써온 이은아 박사!

치매 환자가 자신을 불행하고 초라하게 느끼는 게 마음이 아팠다. 아파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병원을 만들고 싶었다.

병원 전체에 노인 환자의 신체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특수 물 시스템을 도입하고, 실내외 원예치료 정원을 만들고, 컬러테라피를 염두에 둬서 입원실을 꾸민 것도 그래서였다.

개원을 하고 야간 당직을 하고 난 후부터는 치매 환자와 가족이 겪었던 어려움을 깊고 넓게 경험했다.

“입원한 중증 치매 환자의 밤은 마치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와 같았어요. 그 밤에 미국을 가겠다고 막무가내로 나가는 환자, 말을 타는 것처럼 말발굽 소리를 내며 밤새 돌아다니는 환자 등을 보니까 치매라는 병이 어떻게 가족까지 집어삼키는지 실감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조금이라도 치료해야 했다. 미안한 존재가 아닌 당당한 존재로 가족 앞에 서게 하고 싶었다. 남은 인생이 두렵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한 사람의 환자도 포기하지 않았다.

내일은 자식 이름을 잊어버리더라도 오늘은 자식 이름을 기억한 것에 의료인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느끼며 적극적으로 치료했다. 가족 구성원, 집안 환경, 소득 상황도 고려해서 치료 계획
을 짰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이은아 박사는 환자와 가족에게 좋은 의사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물론 치매를 진료하는 현직 의사에게도 치매 치료에 헌신한 의사로 인정받고 있다.

치매 잘 걸리는 사람 vs 치매 잘 안 걸리는 사람

이은아 박사는 심각한 치매 환자를 볼수록 치매를 예방하고 초기에 발견해서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 방송에 출연하고 유튜브 동영상을 찍는 것도 그래서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치매라는 병 앞에서 ‘나는 절대 안 걸릴 거야’라고 생각하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치매 예방법부터 치매에 걸려도 잘 사는 법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은아 박사는 치매에 잘 걸리는 사람의 유형을 5가지로 꼽는다.

첫째, 잘 넘어지는 사람이다.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자주 넘어지면 전두엽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둘째, 법을 잘 안 지키는 사람이다. 사소한 규칙이나 법을 잘 안 지키는 것은 뇌의 아주 중요한 일인 외부 자극에 대하여 적응하고 절제하는 기능이 손상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

▲ 이은아 박사는 치매 환자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진료하고 있다.

셋째, 화를 잘 내는 사람이다. 뇌 기능이 약해지면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욱하고 화를 내기 쉽다.

넷째, 먹을 수 없는 것을 먹으려는 사람이다. 뇌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먹을 수 있는 것인지 관찰하지 않고 어린아이처럼 반사적으로 꿀꺽 삼킨다.

다섯째, 새로운 것을 학습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뇌 기능이 저하되면 새로운 것을 암기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새로운 일,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 등 새로운 변화를 피하게 된다.

이은아 박사는 치매에 잘 안 걸리는 사람의 특징 역시 5가지로 꼽는다.

첫째, 끊임없이 활동하는 사람이다.

둘째,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배우는 사람이다.

셋째,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넷째, 좋은 면만 보는 사람이다.

다섯째, 술과 담배를 끊고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다.

이은아 박사는 치매에 잘 안 걸리는 사람에 속한다. 5가지 특징에 모두 해당하는 사람이다. 여기에 휴대폰 번호를 외울 때 거꾸로 외우고, 아침저녁으로 한 페이지 정도는 하루의 일을 기록하고, 아침마다 노래를 두 곡씩 부르며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다.

“나 홀로 사회적 교류 늘리세요!”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치매에 관한 관심이 주춤하고 있지만 사실 코로나는 치매 발생과도 연관이 있다. 사회적 교류가 치매 예방에 필수인데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매 예방에 역행하는 삶을 살고 있다.

“경도인지장애, 우울증 등이 있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래 할수록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 주변 사람이 치매를 발견하는 역할을 주로 하므로 조기 진단이 늦춰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나 홀로 사회적 교류’를 왕성하게 해야 할 때입니다.”

▲ 이은아 박사는 평생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자세는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혼자 집에 머물러도 영상통화나 전화로 대화를 자주 해야 한다. TV를 볼 때는 우두커니 보기만 하지 말고 대사를 따라 하거나 대답도 하면서 본다. 라디오를 듣고 노래를 듣는 것도 좋다. ‘비대면 소통 시간표’를 짜는 것도 추천한다. 월요일에는 큰딸과 통화하기, 화요일에는 친구와 영상통화 하기식이다.

‘달려라 하니’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치매 치료 환경을 한 걸음씩 변화시킨 주역, 이은아 박사!

최근에 낸 책 제목처럼 이은아 박사에게 치매를 부탁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불행하고 처참한 시간이 아름다운 시간으로 바뀌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아울러 이은아 박사의 당부를 꼭 기억하자. 나는 치매에 절대 안 걸린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치매가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와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비해야 치매 없는 행복한 노년에 가까워질 수 있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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