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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 변호사가 만난 건강피플]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기선완 교수2021년 1월호 136p

【건강다이제스트 | 강지원 변호사】

술, 그리고 또 술. 우린 사실 그동안 너무 많이 마시고 살아왔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그랬다.

‘부어라, 마셔라’하며 교제하고, 로비하고, 일 따내고, 돈 벌고, 출세하고, 성공한다며 마셔댔다.
밤마다 회식이고, 그 자리엔 술이 거의 빠지지 않았다.

폭탄주라는 괴물도 널리 퍼졌다. 기분 좋은 일 생겼다고 한 잔, 속상하다고 한 잔, 축하한다고 한 잔, 이제는 ‘혼술’까지도 한 잔, 온통 한 잔 공화국이다.

이대로 좋은가? 그 한 잔이 내 ‘몸뚱아리’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잠시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병원에서 “이제 안 끊으면 큰일 납니다.”하고 긴급처방이 내려질 때까지 마시고 또 마셨다.
이제 그만둘 때가 되었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한두 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몽땅 바뀌어야 한다.

거액의 술 접대는 ‘김영란법’으로 잡는다 쳐도, 야간 회식문화부터 축소하고, 땡 치면 곧바로 집으로 직행하는 퇴근 문화도 만들어 내야 한다.

술집도 너무 많다. 오밤중에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마구 마셔댈 수 있는 업소가 이렇게 많은 나라도 세계적으로 드물다.

그 많은 술집들이 타 업종으로 시급히 전업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술을 아무 곳에서나 마구 살 수 없도록 술판매전문점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천연 대체 마실 거리 개발도 절실하다.

무엇보다 내 몸과 상대방의 몸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그동안 우리 몸에 대해 크나큰 잘못을 저질러온 데 대해 회개하고 참회해야 한다. 혹시나 기대해 본다. 이 코로나 사태가 이 나라 술 풍토와 습관을 확 바꾸어 줄 수는 없을까 하고. -강지원의 생각 수첩-

강지원 변호사가 만난 건강피플 4호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기선완 교수

“술로 자주 필름이 끊기면 꼭 의사와 상담하세요”

▲ 기선완 교수

현재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서 알코올 중독 환자 치료에 집중하시고, 전에는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도 역임하셨는데, 어떻게 알코올 중독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연세대 의대에서 공부하고 정신의학을 전공하면서 알코올 중독 환자를 많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미국학회에서 만난 재미 연세대 의대 선배님이 중독 전문가여서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고, 그 후 치료를 통해 애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술이란 게 뭡니까? 술을 마시면 인간의 몸에 왜 해롭습니까?

술은 인류가 개발한 오래된 기호식품인데, 술의 대부분은 물이고, 문제가 되는 공통된 성분은 에탄올입니다. 이 성분은 뇌의 보상회로(쾌락중추)에 작용하여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데, 중독의 위험이 있습니다. 술은 칼로리는 높지만, 영양분이 없는 물질로 건강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과도한 음주는 절대로 해롭습니다.

술을 한두 잔 마시면 잠시 기분이 좋아지는데, 이런 건 어떤 현상인가요?

에탄올은 기본적으로 중추신경계의 억제제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이성적인 기능이 먼저 억제되기 때문에 처음에 기분이 좋아지고 말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과음하면 결국 의식이 혼탁해집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에 비해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인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실까요?

유전적으로 에탄올 대사에 문제가 있어 중간대사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몸에 축적되어 얼굴이 빨개지고 술을 많이 못 마시는 사람들이 동아시아에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술을 잘 못 마셔야 하는데, 사회문화적인 영향으로 술을 많이 마십니다. 알코올 사용 장애는 우리나라 정신건강 문제 중에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폭탄주를 즐기던 권력층이나 현실적인 갈등을 술로 달래던 서민들이 모두 술을 좋아했습니다.

▲ 기선완 교수는 스스로를 비틀즈 음악을 사랑하는 힙합 정신과 의사라고 말한다.

정신건강상의 문제도 심각하겠군요?

알코올 중독이 진행되면 지속적인 음주와 함께 성격이 변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술과 관련된 수면장애, 우울증, 망상장애, 특히 의처증, 그리고 뇌 기능이 손상되어 알코올성 치매 상태까지 진행된 분들도 계십니다. 그리고 술은 폭력이나 자살과도 관련이 많습니다.

술을 마시고 어떤 증상이 나타날 때 의료적 개입이 필요할까요?

첫째, 조절 음주가 안 되고 둘째, 술과 관련된 생리적인 변화 즉, 술이 점점 느는 내성, 술을 안 마시면 생기는 금단 증상, 그리고 지독한 음주 욕구(갈망)가 생기고 셋째, 그 결과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고 기능 유지가 안 되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스스로 ‘나도 이 정도면 의사와 상담을 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해야 할 시점이 있을 듯한데요?

술 먹고 자주 필름이 끊기거나, 가족들이 싫어하면 자신의 술 문제에 대해 의사와 상담해야 합니다. 계속되는 폭음으로 완전히 녹초가 되어 술에 몸과 마음이 모두 소진되었을 때 스스로 치료가 필요하다고 결심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나 마음으로 바닥을 쳐야지, 몸으로 바닥을 치려다간 자칫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은 의학적으로 어떻게 치료하나요?

첫 단계는, 일단 단주를 시작하고 금단 증상의 치료와 영양공급을 하는 해독 단계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일반의학적 합병증과 정신의학적으로 동반된 증상 치료 단계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단주하고 회복 과정에 들어가기 위한 기나긴 재활치료 단계입니다.

정신과 폐쇄병원을 무서워하는데, 사실은 꼭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이 있고, 그런 치료를 통해서 치유되는 환자들도 많지 않습니까?

스스로 음주 조절이 안 되고, 몸과 마음에 술로 인한 문제들이 심각하면 입원치료를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주변에서 술로 인해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어떤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하십니까?

진지하게 환자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 술 문제에 대해 치료를 받도록 권유하되, 환자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야겠지요. 알코올 의존 상태에서 살아가는 것도 굉장히 괴로운 일이기에 어려움을 공감하고 진지하게 권고하면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현실 검증력이 없는 상태의 알코올 중독 환자로 자신과 타인에게 해가 될 정도이면 환자 자신의 동의가 없더라도 냉정하게 입원시켜야 합니다.

강지원  tonggogmoo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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