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끊게 하는 법칙] “21일 법칙을 기억하세요”

【건강다이제스트 | 다사랑중앙병원 김태영 원장】

“무엇이든 21일간 계속하면 습관이 됩니다. 21일은 우리의 뇌가 새로운 행동에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입니다.”

미국 의학박사이자 심리학자인 맥스웰 몰츠(Maxwell Maltz)의 ‘21일 법칙’을 아십니까?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최소 21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만약 2021년 1월 새해부터 술을 끊기로 계획했다면 적어도 2020년 12월부터는 술을 끊기 위한 계획을 실행에 옮겨 최소 3주 이상은 뇌가 단주에 익숙해지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술을 끊고 싶다.’는 희망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실제로 술을 끊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의학전문지 〈란셋(Lancet)〉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중독성 물질 20가지를 비교한 결과 알코올은 대마나 암페타민, 엑스터시보다도 강력한 심리적·신체적 의존성을 가진 물질로 분류되었으며, 이로 인한 신체적·사회적 피해도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알코올은 의존하기 쉬운 물질이므로 만약 당신이 오랜 기간 술을 마셔왔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알코올 의존 단계로 접어들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당신이 세운 새해 금주 계획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실패하더라도, 그것은 의지가 약하거나 인내심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10명 중 1명의 확률

알코올 의존은 음주에 대한 조절 능력을 상실한 뇌의 질환입니다. 우리 뇌의 구조 중에서도 쾌락을 담당하는 보상 회로가 오랜 기간의 음주로 인해 정상 기능을 상실하여 점차 많은 양의 술을 마시게 되는 것이고, 그로 인한 금단 증상도 점차 심해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알코올 중독에 걸릴까요? 앞서 밝혔듯이 알코올 중독은 뇌의 질환이기 때문에 정신력이나 의지와 관계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습니다. 모두가 ‘나는 절대 알코올 중독자가 될 리 없어.’라고 착각하지만 알코올 중독은 술을 마시는 어느 누구라도 걸리기 쉬운 흔한 질환 중 하나입니다.

주요 정신질환 17개를 대상으로 한 ‘2016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의하면 알코올 의존이나 남용 등 알코올 중독이 포함된 알코올 사용 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12.2%로, 남자 18.1%, 여자 6.4%로 나타났습니다. 술을 마시는 10명 중 1명은 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만 보더라도 그 시작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처음에 가볍게 한두 잔을 즐겼을 뿐이고, 또 누군가는 술자리마다 사람들이 반기는 애주가였을 뿐인데 어느 순간 알코올 중독자가 된 것뿐입니다.

200가지 질병과 연관된 ‘술’

술이 우리 몸에 나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실제 술은 우리 몸의 뇌, 신장, 간, 피부, 호흡기, 소화기 등 전신에 광범위하게 작용하여 세포와 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200여 종의 질병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술이 주는 많은 유해성 중에서도 알코올이 우리 ‘뇌’에 치명적이라는 점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술이 뇌에 끼치는 영향은 신체적인 합병증만큼 겉으로 드러나지만 않을 뿐, 서서히 시작되어 후기로 갈수록 알코올 의존의 핵심 증상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혹시 ‘술을 끊어야지.’라고 늘 계획만 세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술잔을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자책한 적이 있으신가요?

주변의 친한 사람들도 당신의 술 문제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하고 언제부턴가 술을 끊으라는 말을 하고 있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이미 오랜 기간의 음주로 인해 의존성이 시작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바로 술을 끊어 보십시오. 아무 어려움 없이 바로 금주가 가능하다면 최소 21일이라는 기간 동안 술 없이 살아가는 습관을 들이고 앞으로도 꾸준히 금주 목표를 지켜 나가면 됩니다.

하지만 만약 다음 날 나도 모르게 술을 마시고 있다면 ‘내일부터 혹은 내년부터 새로 시작하면 되지.’라며 가볍게 넘기지 말고 꼭 자신의 음주 문제를 점검받아 보시길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술 한 잔 쯤이야!’라고 가볍게 생각하지만 결국 그 한 잔이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지는 첫 시작임을 반드시 명심하십시오.

김태영 원장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수료 후 현재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전문병원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알코올중독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다사랑중앙병원 김태영 원장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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