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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평생 꼿꼿한 허리로~ 척추 명의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김학선 교수2020년 11월호 16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항중력근을 키우세요!”

인생은 길고 가고 싶은 곳은 많다. 하지만 인생이 길어질수록 못 가는 곳이 많아진다. 걷는 게 힘들어서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걷기 힘들고, 오래 걷기 힘들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자는 노래가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실감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김학선 교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긴긴 인생 내내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면 된다. 장수근육이라 불리는 ‘항중력근’을 키우는 것이다. 지난여름에는 항중력근의 중요성을 알리려고 <100세까지 바르게 서고 싶다면 항중력근을 키워라>라는 책도 냈다. 척추 명의 김학선 교수가 전하는 꼿꼿한 허리를 오래오래 유지하는 법에 주목해보자.

항중력근은 장수근육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지만 현실은? 아프면서 오래 살게 될까 봐 걱정이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더해갈수록 건강을 잃는 게 무엇보다 두렵다. 이는 통계로도 알 수 있다. 2018년 통계청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세지만 건강수명은 64.4세다. 유병기간이 무려 18.3년에 이른다. 통계대로라면 아픈 채로 18년을 살아야 한다.

김학선 교수의 정형외과 진료실에서도 이런 걱정이 현실이 된다. 나이 들수록 허리가 아파서 못 걷겠다는 사람이 찾아온다. 나이 들수록 허리가 굽어서 걷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찾아온다.

“건강수명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잘 걷는 것입니다. 건강수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를 꼽으면 당뇨병과 척추질환인데요. 척추 건강이 허락해서 걷고 운동하면 당뇨병은 어느 정도 조절됩니다. 그래서 잘 걷게 도와주는 항중력근을 미리미리 키워야 합니다.”

항중력근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중력에 대항하는 근육이다. 중력 방향에 대항하여 꼿꼿하게 서 있을 수 있게 해준다. 또 운동할 때 신체 균형을 바로 잡는 역할도 한다. 척주세움근, 배 근육, 엉덩이 근육 등이 항중력근에 해당한다.

항중력근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약해지고 운동을 안 하거나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일수록 약해지기 쉽다. 항중력근이 약화되고 근육이 짧아지면 척추 정렬에도 해롭고 나쁜 자세를 만든다.

나쁜 자세는 근육과 관절에 운동 저항을 증가시켜 미세한 손상을 일으킨다. 미세 손상이 심해지면 관절에 퇴행이 오면서 염증이 생길 수 있다. 근골격계 노화를 앞당기는 셈이다. 김학선 교수는 항중력근 중에서도 엉덩이 근육을 가장 강조한다.

“척주세움근, 배 근육, 엉덩이 근육을 3대 항중력근이라고 하는데 척주세움근과 배 근육은 코어 근육으로 통칭해 다양한 운동 방법이 많이 소개되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는 법은 비교적 소외되어 왔습니다.”

엉덩이 근육의 중요성을 모른 채 엉덩이 근육을 방치한 사람이 많다. 자신이 ‘엉덩이 근육운동 기억 상실증’에 걸린 지도 모르고 말이다.

엉덩이 근육운동 기억 상실증인 당신이라면…

엉덩이 근육을 건물에 빗대면 주춧돌이나 다름없다. 나무라면 뿌리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는 엉덩이 근육을 고이 모셔두기만 했다. 엉덩이 근육운동을 언제 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엉덩이 근육은 전혀 운동이 되지 않는다.

오래 서서 일하면 허리에 안 좋다고 하지만 사실 오래 앉아 있는 직업이 허리에 더 안 좋다. 엉덩이 근육은 항중력근 중 신체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근육이지만 신체활동을 안 하면 가장 빨리 기능이 떨어지는 근육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학선 교수의 아침은 어김없이 엉덩이 근육운동으로 시작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닥을 보고 누워서 다리를 들고 유지하는 수퍼맨 등 운동을 한다. 그다음은 허벅지와 무릎이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가 일어나는 스쿼트 동작을 한다. 예전에는 헬스장에 가서 다양한 기구로 운동했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헬스장을 못 가는 기간이 길어지자 결국 운동기구를 집에 들이기로 했다.

“천장 보고 누워서 엉덩이 들기, 엎드려 누워서 다리 들기, 선 상태에서 다리 뒤로 들어올리기, 스쿼트, 한 발로 서기 등과 같은 쉽고 간단한 동작으로 엉덩이 근육을 키울 수 있습니다. 집에서, 회사에서 조금만 시간을 내어 따라 해 보세요.”

엉덩이 근육운동 기억 상실증과 더불어 김학선 교수가 강조하는 척추에 나쁜 습관이 두 가지 더 있다. 좌식 생활과 거북목 자세다.

▲ 김학선 교수는 척추측만증, 디스크, 협착증 등의 척추 수술 분야의 권위자다.

흔히 정좌라고 부르는 양반다리를 하고 허리를 곧게 세우고 앉는 자세가 있다. 바른 자세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그 상태로 엑스레이를 찍으면 허리는 앞으로 굽어있다. 허리 아래쪽 디스크에 부담을 주는 자세다.

다행히 좌식 생활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최근 스마트폰 사용 시간 증가로 인해 거북목 자세를 유지하는 시간은 길어졌다. 목이 앞으로 빠지면 목에 무게가 더 실려서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한다.

따라서 항상 어깨를 펴고, 고개가 앞으로 빠지지 않게 꼿꼿이 세운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목을 앞으로 쭉 빼고 스마트폰을 보지 말아야 한다.

어느 보호자의 잊을 수 없는 눈빛

요즘은 <100세까지 바르게 서고 싶다면 항중력근을 키워라>라는 책을 내면서 항중력근을 강조하고 운동 가르쳐주는 의사로도 주목받고 있지만 김학선 교수는 척추측만증, 디스크, 협착증 등과 같은 수술의 대가로 더 잘 알려졌다.

대한정형외과학회 이사장, 대한척추외과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김학선 교수는 수술 횟수도 남다르다. 200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정리해온 데이터에 의하면 척추 수술 횟수가 1만 2000례에 이른다. 디스크나 협착증에 비해 드문 케이스이고 척추 수술 중에서도 고난도로 꼽히는 수술인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은 사람은 1000명 이상이다.

김학선 교수는 수술을 많이 하는 의사임과 동시에 도전을 많이 하는 의사이기도 하다. 도전은 늘 환자의 불편함을 줄이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흉터 때문에 척추측만증 수술을 꺼리는 환자가 마음에 걸리던 2002년, 우리나라 최초로 내시경을 이용한 척추측만증 수술을 시행했다. 지금도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척추측만증 수술을 내시경으로 하는 의사다.

▲ 김학선 교수는 수술에 대해 솔직하고 자세하게 전달하면 환자가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되어 치료 결과가 좋아진다고 말한다.

2010년에는 수술 기구 특허도 냈다. 척추측만증 수술 기구인 성장형 금속봉이다. 성장형 금속봉을 만들어야겠다는 집념은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은 아이 어머니의 고마움과 아쉬움이 뒤섞인 눈빛으로부터 시작됐다. 아이가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고 난 후에는 수술하길 정말 잘했다던 어머니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수술한 아이의 척추는 성장하지 않고 다리만 성장하자 아이 어머니는 힘들어했다.

“아이 어머니가 특별히 저에게 원망의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수술한 허리는 성장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수술한 이상 차마 원망의 말을 못했겠죠. 그 눈빛이 잊히지 않아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세상에 나오게 된 게 성장형 금속봉이다. 삽입된 봉의 길이를 늘려 척추가 성장할 수 있게 해준다. 정성 들여 개발했지만 흔히 쓰는 기구가 아니라서 만들어줄 회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 회사에 꼭 필요한 기구이고 특허료도 안 받을 테니 만들어만 달라고 사정해서 겨우 생산에 들어갔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성장형 금속봉을 사용하는 아이는 매년 20명 남짓이다. 적다면 적은 수지만 사용할 때마다 느끼는 보람은 결코 적지 않다. 늘 마음의 짐이었던 성장의 꿈을 꺾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다정하게 때론 냉정하게

‘이 상태면 의사인 김학선은 수술하라고 해야 하지만 솔직히 인간 김학선으로 말하자면 수술을 권하고 싶지 않다.’

김학선 교수가 환자와 보호자에게 종종 하는 말이다. 수술밖에 다른 방법이 없지만 좋은 수술 결과를 얻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경우다.

‘환자는 수술하면 좋아질 가능성이 무척 크므로 내가 수술을 더 권하는 걸 수도 있으니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해 달라.’

너무 솔직해서 오히려 환자를 놀라게 하는 말이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결과가 좋다면 수술에 적극적이고 안 좋을 거 같으면 수술을 피할 수 있다는 것까지 밝혀 환자의 결정을 돕는다.

“의사와 환자는 목표가 같습니다. 아픈 게 낫는 거지요. 수술에 대해 솔직하고 자세하게 전달해서 환자가 좋은 결정을 하도록 도와주면 치료 결과도 더 좋습니다.”

항중력근을 키우지 않고, 나쁜 자세로 생활하고,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낸다면 누구나 척추 수술이 포함된 선택지 앞에 앉아야 할 수 있다. 그럴 때 김학선 교수의 다정하면서도 이성적인 말을 떠올려보자. 그의 말을 곱씹고 곱씹다 보면 선택지의 답이 조금은 선명해질 것이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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