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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이야기] 암, 심혈관, 비만 위험도까지… 유전자 검사의 ‘명과 암’2020년 10월호 110p
  • 오수연 차움 면역증강클리닉 교수
  • 승인 2020.10.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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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다이제스트 | 차움 면역증강클리닉 오수연 교수】

얼마 전 한 방송사의 요청으로 유전자 검사에 관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다.

암 또는 심혈관질환의 가족력으로 걱정하는 연예인들의 유전자 검사를 해보고, 위험도가 높은 질환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활습관을 짚어보는 내용이었다.

유전자 검사가 예능 프로그램에 도입될 만큼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내 몸의 유전자 검사에 대한 명과 암을 짚어본다.

유전자는 생명 활동의 정보를 저장한다. 생명 활동의 배후에는 생물학, 생화학 시간에 배우는 미세한 수준의 생화학 반응이 있다. 그리고 생화학 반응은 단백질에 의해 매개되는데, 바로 인체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에 대한 정보가 유전자에 저장돼 있다.

유전 정보는 세포 한 가운데에 있는 핵에 DNA(DeoxyriboNucleic Acid, 디옥시리보 핵산) 형태로 보관되어 있다.

DNA는 뉴클레오타이드의 중합체 두 가닥이 서로 마주보며 꼬여있는 이중나선 구조이다. DNA에 저장된 정보는 전달자(messenger) 역할을 하는 RNA(RiboNucleic Acid, 리보핵산)로 전사(transcription)된다. RNA는 세포핵을 빠져나와 세포질에서 단백질로 번역(translation)된다.

유전 정보의 최종 산물인 단백질이 실제적인 생화학적 생명 활동을 담당하게 된다.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최종 산물인 단백질에도 영향을 미쳐 건강에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DNA를 이루는 뉴클레오티드(nucleotide)는 리보오스 당(ribose)과 염기(base), 인산(phosphate)으로 구성돼 있다. 염기는 아데닌(Adenine), 티민(Thymine), 구아닌(Guanine), 시토신(Cytosine)인데, 유전 정보는 바로 이 염기들의 순서 배열에 저장된다.

각 염기의 앞 글자만 따서 보통 A, T, G, C로 지칭하며, 3개 단위 아미노산을 코딩한다. 예를 들면, DNA에 ATG라는 염기 서열은 아미노산 중 메티오닌에 해당한다. 만약 DNA 염기 서열에 염기가 하나 추가되거나 삭제된다면 시험 볼 때 답안지를 밀려쓰는 것처럼 실제 유전 정보와는 전혀 다른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

염기 하나만 바뀌는 경우에도 다양한 결과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TCA는 아미노산 세린(serin)에 해당하는데, 세 번째 염기인 A가 G로 바뀌어 TCG가 되면 여전히 세린에 해당한다.

그러나 가운데 염기 C가 T로 바뀌어 TTA가 되면 류신(leucine)이 될 것이고, A로 바뀌면 TAA가 되어 단백질 번역이 조기에 중단된다. 이렇게 DNA의 변이는 다양한 결과를 낳을 수 있어 해석도 중요하다.

안젤리나 졸리 효과

‘유전자 검사’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안젤리나 졸리다. 졸리의 어머니는 난소암으로, 외할머니와 이모는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 이유는 BRCA(Breast Cancer Susceptibility Gene) 유전자 때문이었다.

BRCA 단백질은 DNA 복제 과정 중 DNA의 이중 가닥이 절단되는 손상이 발생했을 때 손상을 수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BRCA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게 되면 DNA 손상 수복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고 그 결과 암이 쉽게 발생하게 된다.

BRCA 유전자의 변이가 있을 경우 평생 동안 살면서 유방암이 생길 확률은 대략 70%이고, 난소암이 발생할 확률은 대략 50%이다.

안젤리나 졸리는 가족성 유방암과 난소암을 예방하기 위해 유방 및 난소절제술을 택하며 ‘안젤리나 졸리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BRCA 유전자처럼 유전자의 변이가 암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를 유전성 암 증후군(hereditary cancer syndrome)이라고 부른다.

유전성 암은 유방암, 난소암 외에도 대장암, 자궁내막암, 피부암, 췌장암, 위암, 전립선암 등을 일으킨다.

한 종류의 암이 가계 내에서 세대를 거쳐 가며 여러 번 발생하거나, 평균 발병 연령보다 일찍 암이 생기는 경우, 또 한 사람에게서 여러 종류의 암이 생기는 경우 등에서는 유전성 암 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유전성 암 증후군으로 인해 발생한 암 환자 비율은 전체 암 환자의 5~10%에 달한다. 암 유전자의 유병률을 살펴보면, 안젤리나 졸리의 BRCA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은 500명에서 1000명 중 1명꼴이다.

그리고 암 환자의 90% 이상은 암 유전자를 가지지 않은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산발성 암(sporadic cancer)이다.

산발성 암인 경우에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암의 위험도를 알아볼 수 있는데, 단일염기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을 통해서이다.

단일염기다형성은 인구집단의 1% 이상에서 관찰되는 흔한 유전자 변이를 말한다. 인간의 DNA는 99.97% 동일하지만 대략 0.03%의 다름이 존재하는데, 바로 단일염기다형성에 의한 것이다.

단일염기다형성은 암 유전자처럼 암 등의 중증질환을 직접적으로 일으키는 유전자는 아니고, 소인을 결정한다. 예를 들면 위암은 서구보다 동양권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한국인의 위암 평생 유병률은 4.7%이다.

그런데 염증 과정, 세포 신호전달 등에 참여하는 유전자의 단일염기다형성은 위암 평생 유병률을 10%까지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렇게 단일염기다형성은 암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는 않지만 암의 소인을 증가시키며, 흡연·음주 등의 환경적 인자가 더해질 경우 암의 위험도를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암의 소인을 증가시키는 단일염기다형성이 있다면 금연하고 절주하는 등 생활습관 위험인자를 개선하는 것이 암 예방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

유전자 검사시 알아야 할 사실

최근 몇 년 사이 건강관리 목적으로 해볼 수 있는 다양한 유전자 검사가 선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검사들의 대부분은 단일염기다형성을 바탕으로 한다. 암, 심혈관질환, 만성질환의 위험도부터 비만관리, 피부관리, 영양관리, 운동능력 및 약물반응에 이르기까지 서비스 분야 또한 다양하다.

비만의 경우 살이 찌는 이유가 식욕조절, 스트레스, 탄수화물대사, 지방대사, 운동능력 등의 요인 중 어떤 부분이 유전적으로 취약한지 알려준다. 만약 스트레스 시 간식 섭취나 폭식할 위험이 높은 유전적 소인이 있다면 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해 나가는 것이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지방대사 능력이 유전적으로 취약하다면 요즘 유행하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보다는 전체적인 열량을 줄여서 섭취하는 저칼로리 다이어트가 체중감량에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또 유산소 운동 능력이나 심폐지구력이 약하다면 유산소 운동 시 1회 운동시간을 너무 길게 하지 말고, 몸에 부담이 되지 않는 시간만큼 자주 꾸준히 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이와 같이 유전 정보는 적절한 생활습관, 식단 선정, 운동법을 선택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유전자 검사 한계는 있어

유전자 검사에 대해 한 가지 기억할 점은 현재 건강관리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유전자 검사가 아직 완결판은 아니라는 점이다.

유전자 검사 개발 및 발전은 현재에도 진행 중에 있다. 물론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의 도입으로 유전자를 분석하는 기술적 측면에서는 충분한 발전을 거둔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발전 중에 있는 부분은 유전자 변이에 대한 해석이다. 유전자 변이를 제대로 해석하려면 충분한 연구 데이터가 기반이 돼야 한다. 그리고 데이터를 쌓기 위한 연구는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유전자 검사 업체들은 향후 연구 결과가 누적되면 유전자 검사 결과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주는 서비스를 소개하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유전자가 바뀐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유전자 연구 데이터가 누적됨에 따라 같은 유전 정보라도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유전자 검사 결과를 들으러 올 때 “검사가 잘 나왔을지”를 걱정하며 오는 사람이 많다. 물론 중대한 유전성 질환에 대해 검사를 했다면 그런 염려가 당연하다.

그러나 단일염기다형성 검사를 했다면 단지 유전적 소인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검사 결과에 대해 미리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유전성 질환에 대한 검사를 한 경우라 하더라도 너무 미리 앞서 걱정을 하기보다는 “내 몸에 대한 건강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선제 대응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는 게 좋다.

질환의 발생은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유전적 위험도가 높다면 그것을 미리 파악하고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적극적으로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또 고위험 질환을 정기적으로 검진함으로써 조기진단율을 높일 수도 있다.

1997년에 개봉한 ‘가타카(Gattaca)’라는 미국의 SF영화가 있다.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상류층을 형성하는 사회에서 유전적으로 열등한 주인공이 유전자가 규정한 한계를 극복한다는 이야기이다.

유전자 검사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도 이 영화가 전달하려고 했던 메시지와 같다. 유전자로 규정된 건강의 한계는 그것을 미리 앎으로써 선제적으로, 그리고 의지를 가진 노력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오수연 교수(내과 전문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차의과학대학교 교수로 차움의원 면역증강클리닉에서 진료하고 있다. 만성적인 위장장애, 통증, 피로감, 면역력 저하 등으로 병원을 찾는 많은 이의 불편 증상의 원인이 상당부분 마음에서 기인함을 깨닫고, 심신의 치유를 위해 명상을 진료에 접목하고 있다.

오수연 차움 면역증강클리닉 교수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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