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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지친 현대인의 행복설계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2020년 10월호 16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노력해도 바뀌지 않으면 수용해보세요. 행복해집니다!”

참 어려운 게 포기다. 우리는 포기를 유난히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물론 뭐든 자포자기하라는 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건 포기하는 게 낫다는 말이다. 노력으로 바꾸지 못하는 일을 놓지 못하면 불행하다는 말이다. 그래도 포기는 어쩐지 자존심이 상한다. 잘못된 선택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포기하면 후회할까 봐 두렵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는 “그럼 포기하는 대신 수용하라.”고 말한다. 심지어 “그냥 살자.”라고도 조언한다. 치열한 세상이다. 팍팍한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행복하려면 포기하고, 수용하고, 그냥 살라니….

그런데 이게 말이 된다. 신영철 교수의 말대로 살면 조금 다른 삶을 마주한다. 편안해진다. 행복해진다. 유연한 마음이 행복한 삶으로 이끈다고 이야기하는 신영철 교수에게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방법을 들어봤다.

어쩌다 도박중독 전문가

어떤 과를 전공해야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 의과대학 학생이라면 으레 거치는 고민이다. 신영철 교수도 그랬다. 주변에서는 다들 정신건강의학과를 추천했다. 곰곰이 생각했더니 주변 사람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내과, 외과는 몰라도 정신건강의학과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하겠다는 결심이 서자마자 어떤 의사가 유명한지 찾아봤다. 지금은 대한민국 정신의학의 큰 어른으로 불리는 이시형 박사였다. 의과대학 졸업반 때 이시형 박사를 무작정 찾아갔다.

신영철 교수가 만난 이시형 박사의 첫마디는 “정신과 의사는 돈 못 버는데….”였다. “사람을 좋아하고 글도 잘 쓰면 좋고.”라는 말도 덧붙였다. 무조건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이시형 박사의 제자가 됐다.

괜찮다고 했지만 처음부터 괜찮은 건 아니었다. 전공의 시절, 환자의 마음이 왜 힘들고 아픈지 공감하지 못한 적도 많았다. 의욕만 앞서서 환자를 바꾸려고만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불행하다고 호소하는 사람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뭔가를 꼭 도와줘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그저 상대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별 대책이 없음에 함께 아파하고 고민하다 보니 치료 효과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미네소타대학 연수 시절 도박 중독의 치료 연구에 참여하게 됐다. 귀국해서는 15년간 중독 분야, 특히 도박중독클리닉을 운영하며 지냈다. 오랫동안 도박 중독 예방과 치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고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으로도 활동했다.

지난 7월에는 제자 2명과 함께 도박 중독의 핵심 치료법을 엮은 <어쩌다 도박>이라는 책도 냈다. 신영철 교수는 도박 중에서도 주식 도박 문제가 심각해질 것을 우려한다.

“원래 주식은 도박이 아닌 투자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주식을 도박화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초단타 매매로 주식을 사고팔고, 사고팔면서 뇌에 계속 자극을 줍니다. 흔히 도박을 돈 때문에 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뇌가 도박을 원하는 것입니다.”

중독은 뇌가 즉각적인 보상에 빠지는 것이다. 간단하고 빨리 승부가 나는 주식은 도박처럼 중독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

신영철 교수는 도박중독클리닉을 운영할 때 500억 원 이상을 도박으로 잃은 사람을 봤다. 손가락을 자르고 온 사람도 있었다. 더는 도박 중독을 돈을 잃는 위험한 놀이쯤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도박 중독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질병으로 접근해야 풀 수 있다.

직장인의 힐링 멘토로~

국내 몇 명 안 되는 도박 중독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던 신영철 교수는 2013년 새로운 시작점에 선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이 됐다. 직장인은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낸다. 그런데 ‘가슴에 늘 사표를 품고 다닌다.’라는 농담 같은 진담을 하는 사람이 많다. 회사라는 말만 들어도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흔하다. 직장이 행복한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신영철 교수는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이 된 이후 삼성, 현대, SK를 비롯한 수많은 기업에서 행복, 스트레스 관리, 소통, 공감, 좋은 부모, 리더십에 대해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인은 스트레스 홍수 속에 삽니다. 회사는 전쟁터고 집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느 한 곳 마음 편한 곳이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 그냥 살라고 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그냥 살라는 말을 하는 게 의아할지 모르겠지만 이게 최선의 대책입니다.”

상사는 매일 진상 부리지만 사표를 던질 상황도 아니고 그럴 용기도 없다. 원수 같은 배우자지만 이혼은 안 하고 싶다. 공부는 죽어라 안 하고 게임만 하는 자식을 보면 열불이 나도 공부를 강제로 시킬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는 신영철 교수의 말처럼 그냥 사는 게 최선이다. 그냥 포기하거나 수용하며 사는 것이다. 작년에는 <그냥 살자>라는 제목의 책까지 냈다.

▲ 신영철 교수는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러한 현실을 수용하면 진짜 해결책이 나온다고 말한다.

세상에는 자신의 노력만으로 안 되는 일이 있다. 고민한다고 달라지지 않는 일이 있다. 그럴 때는 포기하거나 수용한다. 포기보다 수용하는 편이 훨씬 낫다. 질질 끌려 다니며 할 수 없이 하는 게 포기다. 수용은 바뀔 수 없는 것을 인정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그냥 살자’가 ‘대충 살자’는 건 아니다. ‘그냥 살자’는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 현실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뜻이다.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빨리 받아들이고 한쪽은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그때 진짜 해결책이 나온다.

코로나19, ‘수용’으로 이겨내자!

스트레스 관리법 강연을 수없이 하는 신영철 교수가 자주 받는 질문은 “교수님은 스트레스 안 받으시죠?”다. 그럴 때마다 그저 웃고 넘긴다. 사실 신영철 교수는 스트레스에 그리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지나치게 꼼꼼한 면도 있고 스스로에게 불만도 많았다.

“저 역시 인생이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고난의 연속일 때도 있습니다. 쉽지는 않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고 수용합니다. 그래야 도망 다니지 않고 고난을 극복할 기회가 생깁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조금씩 성장해가는 내 모습을 바라보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아플 때 아파하고 힘들 때는 힘들어해도 된다. 실컷 아파하고 힘들어했으면 툭툭 털고 벗어나자. 빨리 일상으로 돌아오자. 스트레스는 일상의 한 부분이지만 딱 거기까지다. 스트레스가 삶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힘들고 앞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긴 인생으로 보자면 지금 이 순간은 아주 작은 부분이다. 우리 몸과 마음은 어지간한 스트레스는 충분히 견딜 맷집이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 모두 스트레스 상황에 몰려있다. 지치고, 힘들고, 화나고, 불안하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이 변화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이 불안과 어려움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스스로 돌아보고 새로운 역할을 찾아간다. 그러면 안정되고 여유가 생기며 편해진다.

아울러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고, 잘 움직이는 생활을 하자. 수면 부족, 과로, 불규칙한 식사, 과도한 카페인 섭취, 빈번한 음주 등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마음이 편해질 수 없다. 삶이 달라졌다고 일상의 리듬이 바뀌면 안 된다.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신영철 교수는 자신이 운이 좋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가진 것보다 큰 대접을 받고 살았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강연을 하고, 좋은 사람과 인연을 맺고,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다.

요즘에는 직장인의 정신건강에 도움을 줄 온라인 힐링마을을 만들고 있고,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 CEO를 비롯한 임원들의 코칭도 하고 있다. 기업에서 직장인의 마음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를 다룬 책을 쓰려고 준비 중이다. 좋은 일도,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아주 오래전 대학병원에 남기로 한 신영철 교수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환자에게는 좋은 의사, 제자에게는 좋은 선생. 이 두 가지를 이루려고 노력하며 살아왔음에 자부심을 느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몇 가지 말씀을 남기셨는데 아직 가슴에 남아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거라. 그런데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은 세상을 바꾸는 큰일을 하기는 어렵단다. 대신 작지만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하면 된다.’ 아버지의 말씀처럼 작지만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며 지냅니다. 쉽지는 않지만요.”

내가 바뀌려고 노력해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이것은 신영철 교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트레스 받아!’를 달고 사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불행한 세상을 행복하게 바꾸는 놀라운 힘은 나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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