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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사는 법] 간질환 치료의 대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관식 교수“실력 있고 겸손하며 친절한 의사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누군가가 그랬다. ‘간(肝)’은 숱한 궂은일을 아무 불평 없이 하는 무던하고 진국인 사람과 같다고. 그 누군가는 덧붙였다. 생각이 깊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기에 간을 생각하면 친근한 느낌이 든다고. 닮고 싶었을까? 아니면 스며들듯 닮아버렸을까?

누군가의 주인공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관식 교수의 삶은 그가 보는 간과 많이 닮았다. 특히 어려운 일을 아무 불평 없이 하는 무던한 진국이라는 대목에서 간과 이관식 교수는 꽤 겹친다. 긴긴 세월 간 하나만을 연구하고 치료하면서 간을 치료하는 의사까지 열정적으로 교육해 온 이관식 교수의 ‘간생간사’ 이야기를 시작한다.

국내 최초로 간섬유화 과정 연구한 의사

누가 뭐래도 내과였다. 이관식 교수는 의대생 시절부터 인체의 어느 한 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모습을 연구하고 싶어서 내과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과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갔던 건 소화기내과였다. 소화기내과는 다시 상부위장관, 하부위장관, 췌장담도 및 간 파트로 나뉘게 되는데 이관식 교수는 고민 없이 자신과 잘 맞겠다고 판단한 간 분야 전공을 선택했다.

소화기내과 교수로 임용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이관식 교수에게 해외연수 기회가 주어졌다. 그때 이관식 교수는 간 분야를 연구하던 선배로부터 인상 깊은 조언을 듣게 된다.

선배는 국내에 아직 도입되지 않은 간섬유화 분야를 연구해 보길 권했다. 충분히 의미 있는 일 같았다. 간섬유화 과정을 억제하면 간경변증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고 간질환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으므로 기대를 안고 간섬유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인 미국 UC San Diego로 연수를 떠났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쉽지 않았지만 여러 논문을 작성하고 귀국했다. 여러 대학을 다니며 간섬유화에 대해 강의를 하고 소개도 했다. 그러나 간섬유화 연구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연수에서 돌아온 후 간섬유화 연구를 지속하였지만 동물실험 및 방사성 동위원소 등을 이용해야 하는데 여건이 열악하여 쉽지 않았습니다. 간섬유화 연구의 최종 목표가 항섬유화제를 개발하는 것인데 2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전 세계적으로 개발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개발될 거라고 믿습니다.”

간섬유화는 간세포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만성적으로 반복해서 파괴되고 이후 콜라겐이 쌓여서 간이 굳어지는 현상이다. 피부에 화상을 입으면 흉터가 생기고, 그 흉터가 없어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아직 간섬유화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약이 없어서 간경변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전 국민 ‘간’박사 프로젝트

국내 최초로 전문적으로 간섬유화 과정을 연구한 이관식 교수는 간섬유화 억제라는 벽이 높게 느껴질수록 한 가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일반인도 간의 특성을 이해하고 간섬유화와 같은 간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을 꼭 알고 실천해야 한다는 거였다.

이러한 마음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건강강좌에서 강의를 하고, TV프로에 출연해 간질환 예방법을 쉽게 설명했으며, <알기 쉬운 간질환 119>라는 책을 썼다.

특히 <알기 쉬운 간질환 119>는 일반인이 최소한 간에 대해서는 ‘반 의사’가 되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많은 정성을 들였다.

“간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혹시 간질환이 생겨도 모든 결정을 현명하게 할 수 있습니다. 또 환자가 간에 대해 잘 알고 스스로 노력해야 의사도 더 많이 도와줄 수 있고요.”

우리나라에서 만성 간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은 B형 간염이고 이외에도 C형 간염, 술, 지방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관식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흔한 B형 간염 치료 분야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대한간학회 학술이사로 활동하던 2007년에 B형 간염 진료 가이드 개정위원장이 되어 개정을 주도했다. 이관식 교수를 포함해 전국의 간질환 전문 교수로 구성된 15명의 위원이 1년간 국내와 해외의 최신 자료 및 가이드라인을 정리하고 논란이 된 부분은 합의하여 국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후 2015년에도 다시 개정위원장으로 활약한 바 있다.

▲ 이관식 교수는 2007년과 2015년에 B형 간염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을 주도했다.

“간 질환 중에서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B형 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에 관여했다는 것에 보람과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B형 간염은 예방접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서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지방간의 추세가 심상찮다. 최근 지방간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는 보통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감염되지만 지방간은 다르다. 지방간의 주원인은 술, 비만 및 당뇨병이며 금주, 체중조절, 당뇨병 치료로 간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B형 간염, C형 간염, 술, 지방간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간섬유화를 거쳐 간경변증으로 진행되기 쉽다. 일부 간경변증은 간세포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특히 여러 가지 복합 원인이 있다면 더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B형 간염이 있으면서 술을 많이 마시면 간 상태가 심각한 경우가 많다. 30대에 간암 말기까지 진행할 정도다.

바른 의사의 길이란?

인체의 모든 기관이 소중하고 중요한 일을 하지만 대개는 한두 가지 중요한 일을 한다. 하지만 간은 다르다. 여러 가지 중요한 일을 한다. 각종 영양소를 만들어 저장하고 대사시키며 독성물질을 해독한다.

대사라는 말은 어떤 물질을 다른 물질로 바꾸든지 아니면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그래서 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콜레스테롤, 혈당, 호르몬 균형 등에도 이상이 생긴다.

이렇게 간의 중요성을 잘 아는 이상 이관식 교수는 간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할 수 없었다. 간섬유화를 비롯한 소화기내과 및 간질환과 관련된 국내외 논문 100여 편을 썼고, 뛰어난 연구 업적으로 미국 마르퀴즈 후즈후, 미국 인명정보기관(ABI),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 등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모두 등재됐다. 지난 2019년에는 대한간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면 진료, 교육, 연구를 충실히 해야 의무를 다한다고 생각합니다. 치료 가이드라인 및 개원의 연수 교육은 학문이 업데이트되지 않으면 바른 진료를 할 수 없기에 소홀히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관식 교수는 학생 교육에도 남다른 소신을 가지고 있다. 의대 특성상 강단에서 하는 강의 시간은 몇 시간 안 되고 주로 실습 나온 학생 교육이 주가 된다.

이관식 교수는 보통 간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정리를 하고 진로와 인성 교육도 같이 한다. 의사가 될 학생들이 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우리나라 의료계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를 치료하는 실력을 키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의사가 치료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므로 겸손한 의사가 되길 조언한다. 또 의사는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이 아니라 치료하다 보니 수입이 생기는 직업이므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돈을 벌 생각하지 말라는 충고도 한다.

베테랑 의사의 바람

오랜 시간 간질환 치료와 연구를 계속해 온 베테랑이지만 이관식 교수는 여전히 환자 한명 한명을 진료할 때 긴장을 놓지 않는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의사가 되길 꿈꾼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는 실력이 있고, 겸손하고 친절한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직 그러지 못합니다.”

우리 몸에서 수많은 일을 하는 간이기에 항상 간을 혹사하지 말고 스스로 잘 지켜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이관식 교수!

그런 이관식 교수가 걸어온 길도 간과 많이 닮아있다. 진심을 다한 진료, 수많은 논문, 꺼지지 않는 교육열 등 간 못지않은 멀티플레이어로 살아왔다.

그런데도 바라는 삶은 간단하다. 환자는 최선의 치료를 받아 회복해 감사의 마음으로 살고, 자신은 평안하고 보람 있는 의사의 삶을 사는 것이다. 간단하지만 의미심장한 이 바람 하나로 이관식 교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읽어낼 수 있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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