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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 상담실] 마음의 거리 두기 사용설명서2020년 5월호 57p
   
 

마음의 거리 두기 사용설명서

글 |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

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사회적 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사회적 거리’란 사회적·개인적 관계를 특징짓는 친밀도와 이해의 정도를 측정 가능하게 만든 용어이며, 최근의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은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국민 참여 운동입니다. ‘거리’라는 물리적 개념과 ‘친밀도’라는 심리적인 개념을 동시에 고려한 내용입니다.

퍼스널 스페이스: 인간의 공간 사용법
우리는 실생활에서 물리적인 거리와 심리적인 거리를 어떻게 사용하며 지내고 있을까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하철을 탔는데 빈자리가 여러 군데 있다면 구석 자리부터 앉습니다.

인, 가족과는 만나면 바로 포옹을 하거나 스킨십을 하더라도 어색하지 않고(밀접한 거리), 친구나 친한 직장 동료와는 얼굴을 맞대고 한동안 얘기하더라도 괜찮습니다(개인적 거리).

사무적이고 공식적인 관계에서 유지되는 사회적 거리도 있습니다. 특별한 노력 없이는 맞닿지 않지만 직장생활이나 개인적인 관계에서 필요한 거리입니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강사, 배우와 관객처럼 개인과 대중 사이의 거리도 존재합니다(공적인 거리).

사람은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본인을 지키고 싶어 하고 상대와 나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를 원합니다. 바로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라 부르는 상대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 공간을 통해서 말이죠.

인간관계에서 자기를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거리에 해당하며, 상대별로 친밀도에 따라 그 거리가 결정됩니다. 이 거리는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허락’되는 거리이며, 당사자 입장에서는 ‘지키고 싶은’ 거리입니다.

네가 가족 같아 하는 말인데?
우리는 격식도 차리고 예의범절도 중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항상 조심하고 상대의 눈치도 보고 따져야 할 것도 많습니다. 동시에 정(情)의 문화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독특한 문화는 어느 정도 친해지고 나면 그 기능을 발휘하게 됩니다. 유대감을 중시하는 동시에 지켜야 할 것들도 참 많습니다. 이렇게 우리에게는 독특한 ‘밀당(밀고 당기기의 준말)의 기술’이 오래전부터 전수되어 왔습니다.

‘네가 가족 같아 하는 말인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많이 듣는 이야기입니다. 퍼스널 스페이스의 관점에서 보면,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너는 나를 사회적 거리 정도로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너를 밀접한 거리라고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정도로 풀이가 됩니다.

그만큼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온도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말 뒤에는 보통 싫은 소리들이 이어집니다. 물론 싫은 소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도 엄연히 룰이 있어야 상대를 존중함과 동시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에서 해결할 일을 친밀한 거리로 프레임을 바꾸고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불필요한 감정소모와 침해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내가 지키고 싶은 나의 퍼스널 스페이스! 누구만 노력해서 지킬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한 명, 한 명이 상대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존중해 주어야 나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지킬 수 있습니다. 상대에 대한 존중, 진심 어린 마음, 그 안에서 갖추어야 할 매너들, 건강한 대인관계. 여러분들의 퍼스널 스페이스는 잘 지켜지고 있나요?

조성준 교수는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삼성기업정신건강연구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 간사, 홍보기획 위원, 여성가족특임위원, 대한사회정신의학회 정신보건 이사 등 다양한 직책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건강다이제스트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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