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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이브사이] 선을 넘는 부부들 부부 사생활 오픈 어디까지?2020년 4월호 92p

선을 넘는 부부들 부부 사생활 오픈 어디까지?

스마트폰은 당신이 지난밤에 한 일을 모두 알고 있다?!
요즘 바람은 스마트폰이 잡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은 양날의 칼이다. 바람피우는 배우자에게는 분신 같은 공범이고, 바람 잡는 배우자에게는 스파이로 둔갑한다. 스마트폰에는 바람뿐만 아니라 거짓말, 몰래 한 대출, 성매매 등 은밀한 사생활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이를 들키면 보통 예정된 싸움이 있다. 부정을 저지른 쪽은 왜 남의 사생활을 훔쳐보냐고 화를 낸다. 부정을 목격한 쪽은 사생활을 들먹이는 적반하장에 기가 막힌다. 서로 더 나쁘다고 할퀴고 물어뜯느라 만신창이가 된다. 보고 싶은 자와 숨기고 싶은 자! 과연 부부가 넘지 말아야 할 사생활의 선은 어디까지일까?
글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서울가정문제상담소 나현정 소장

CASE 1 막내의 사진
기회가 왔다. 매일 성희 씨(가명)를 괴롭히는 의심을 끝낼 절호의 기회였다. 지문 인식으로 철통 보안 중인 남편의 휴대폰을 볼 기회. 남편은 술에 취해 곯아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남편의 엄지손가락을 집어 휴대폰에 댔다. 휴대폰이 열렸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가장 먼저 노란색 메신저 앱을 터치했다. 마지막 메신저 대화는 막내였다. ‘남편이 막내니까 가족일 리는 없고 부서 막내일까?’

막내와의 대화창을 터치하고 나니 심장이 더 터질 듯이 뛰었다. 막내는 여자였다. 목걸이를 걸고 환하게 웃는 여자 사진 밑에 ‘고마워. 너무 예쁘다! 술 조금만 마셔!!’ 라는 글자가 있었다. 얼굴이 낯이 익었다. 기분 나쁜 얼굴. 생각이 났다. 우연히 발견한 남편의 옛날 휴대폰에 도배되어 있던 전 여친이었다. 5년 동안 사귀다가 차였다는 전 여친이었다.

사지가 벌벌 떨렸다. 수없이 머릿속으로 그려봤던 상황이었지만 분노가 이성을 눌렀다. 그래도 냉정해져야 했다. 이혼하려면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을 하고 더 강력한 증거를 모아야 했다. 이혼을 하지 않으려면 터트리고 사과를 받거나 없는 일처럼 묻어야 했다.

당장은 어느 쪽도 고를 수 없었다. 남편은 몇 달째 들떠 있었고, 출장이 잦았고, 성희 씨에게 무심했다. 막내에게 푹 빠져 있었다. 둘의 메신저 대화를 읽으면 읽을수록 이혼하겠다고 하면 남편이 오히려 좋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다시 20대로 돌아가 불타는 사랑을 하고 있었다. 겨우 버티고 있던 다리에 힘이 탁 풀렸다.

CASE 2 보이스피싱의 실체
얼마 전 홍기 씨(가명)의 아내는 보이스피싱을 당했다. 2000만 원을 날렸다. 아내는 신용 등급을 높이면 대출 금리를 낮춰준다는 말에 속았다고 했다. 사기꾼이 아내의 휴대폰에 악성코드를 깔았고, 아내는 가짜 홈페이지와 전화번호에 속아 의심 없이 입금했다고 했다.

홍기 씨는 돈도 아까웠지만 그날 이후 살이 계속 빠지고 우울증 약을 다시 먹는 아내가 신경이 쓰였다. 문득 아내가 자책감에 혹시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 요즘 아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아야 했다.

아내의 휴대폰을 보는 것이 가장 빠를 듯했다. 아내가 씻으러 간 사이 몰래 휴대폰을 봤다. 요즘 들어 처가 식구들과 대화가 많아진 것 말고는 별다른 건 없어 보였다.
그러다 은행에서 온 입출금 문자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아내는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던 그날 처남에게 2000만 원을 입금했다. 설마. 또 처남에게 돈을? 그것도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거짓말을 하고? 아니길 바랐다. 다시 처남에게 돈을 주면 이혼이라고 아내에게 못 박은 게 작년 이맘때였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분노와 배신감이 솟구쳐 올랐다.

이제 진짜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아내를 가장으로 생각하는 처가와의 인연을 끊어야 했다. 그게 이혼이든 뭐든. 다 씻고 방으로 들어온 아내에게 홍기 씨는 그토록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우리 이혼하자.”

외도 잡는 1등 공신 스마트폰
누구에게나 지키고 싶은 비밀이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 전 세계 1위인 우리나라에서 비밀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일 것이다. 통화, 문자, 메신저 내용을 포함해 만난 사람, 이동 경로, 돈 사용 내역 등 많은 사생활이 스마트폰에 담겨 있다. 스마트폰 속 비밀 때문에 부부 사이가 멀어지고 이혼까지 하는 일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서울가정문제상담소 나현정 소장은 “서울가정문제상담소 외도 상담의 약 85%는 스마트폰을 통해 외도를 알게 된 경우”라며 “스마트폰은 외도를 잡는 1등 공신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배우자가 말해주지 않는 은밀한 사생활을 쉽게 알 수 있지만 무턱대고 스마트폰을 보기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법적으로도 보호받는 사생활 침해다.

실제로 법원 판결에서 남편의 외도 문제보다 남편의 스마트폰을 몰래 봐서 외도 증거를 수집한 아내에게 사생활침해죄를 적용한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배우자의 외도는 부부간의 신뢰를 깨는 행동이지만 배우자의 스마트폰을 몰래 보는 것도 배우자의 사생활을 침해해 부부간의 신뢰를 깨는 행동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는 가정은 공동체이긴 하지만 사적인 공간이며 개인의 사적인 영역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오픈이 필요할 때
배우자의 사생활은 함부로 침범하면 안 되지만 그 사생활로 인해 가정이라는 공동체가 깨질 위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현정 소장은 “결혼생활의 안정이 깨질 위기에 처해 있다면 사생활 보호가 오히려 부부 관계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배우자의 휴대폰을 몰래 봤는데 외도, 도박, 금전 문제 등 가정을 위협하는 문제가 있다면 사생활 존중보다 부부란 공동운명체로 함께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무리한 대출이나 카드빚을 내 가정 경제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았다면 그냥 두고 보는 것은 해결 방법이 아니다. 더 이상의 대출이나 빚을 중단시키는 것이 맞다.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은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나현정 소장은 “사생활 보호를 제한할 때는 문제 배우자의 동의를 받은 후에 진행하고 문제 배우자는 이를 기회로 반성과 변화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생활보다 신뢰가 먼저다!
“왜 남의 스마트폰을 봐?”
“궁금하면 좀 볼 수도 있지. 당신 뭐 숨기는 거 있어?”
“아니, 잘못한 건 없지만 내 사생활이잖아. 의심하고 감시하는 거 같아서 기분 나빠. 당신은 내가 스마트폰 보면 좋겠어?”
“나는 상관없는데? 결혼한 사이인데 못 볼 건 또 뭐야?”

우리 주변에서 자주 벌어질 법한 대화다. 사생활을 지키고 싶은 배우자와 사생활을 알고 싶은 배우자가 있다. 미리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겠다는 합의가 되지 않았다면 이런 갈등이 벌어지기 쉽다.

잘못한 일이 없어도 스마트폰을 오픈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많다. 배우자에게 설명하기 귀찮은 일, 배우자가 알면 잔소리할 일이 있기 마련이다. 더구나 스마트폰을 혼자 오롯이 쓰는 자기만의 방이라고 생각하고 사생활을 채워 넣었다면 스마트폰을 몰래 보는 것은 참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부부는 신뢰로 유지되는 공동체다. 신뢰가 깨지면 원만한 부부관계가 되긴 어렵다. 부부는 중요 사안에 대해 서로 알권리와 알릴 의무가 있다. 사생활이라고 무조건 숨기면 배우자의 불안과 알고 싶어 하는 갈증이 심해진다.

나현정 소장은 “내가 아무리 떳떳해도 배우자가 궁금해 하고 알고 싶어 하는 것이 있다면 이를 알려주는 것도 배우자의 의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체로 신뢰가 잘 형성된 부부는 스마트폰 비밀번호나 패턴을 공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로를 더 깊이 신뢰하고 불안해하지 않는다.

사생활을 존중해줘!”
몰래 내 스마트폰 보는 배우자 현명한 대처법

부부간에도 사생활 노출의 감수성 차이는 존재한다. 만약 동의 없이 스마트폰을 보는 배우자의 행동이 불쾌하다면 다음과 같이 행동할 것을 추천한다.

1단계 : 사생활 존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와 사생활을 침해받을 때 드는 느낌과 생각을 말한다(구속받는 느낌, 신뢰가 깨지는 느낌 등). 이때는 상대를 비난하는 말이 아닌 내 감정을 표현한다.

2단계 : 배우자의 입장과 고충을 들어본다.

3단계 : 충분한 대화를 통해 공유해야 할 부분과 아닌 부분을 확실히 정하고 합의한다.

“사생활보다 가정을 지키는 게 먼저야!”
스마트폰으로 부정을 알게 됐을 때 현명한 대처법

배우자가 건전한 취미생활, 인간관계 같은 사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정서적 만족을 얻는다면 나 역시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배우자의 스마트폰을 봤는데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현정 소장은 “배우자에게 느끼는 실망감, 배신감, 걱정을 표현하고 이성적으로 현실적 문제 해결을 위해 배우자가 해야 할 일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독, 외도 등의 문제 행동은 배우자가 자기 조절력을 상실해서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는 배우자를 포함해 주변의 개입이 필요하다. 적극적인 해결을 위해 함께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

예전에 잘못했다는 이유로 매번 배우자의 사생활을 침해하면서 확인하고 감시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가 있었다면 앞으로는 서로 믿고, 믿게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문제 행동이 가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충분한 대화를 통해 공유하고 서로 신뢰를 회복할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나현정 소장은 부부 상담, 가족 상담 전문가다. 심리치료학 박사이며 국가인권위원회 전문 상담위원, 법원 가사조사관, 범죄피해자 심리상담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건강다이제스트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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