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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 상담실] 합리적 선택이 언제나 최선일까?2020년 2월호 134p
   
 

합리적 선택이 언제나 최선일까?

얼마 전에 우연히 후배의 SNS를 보았습니다. 휴가 차 해외를 다녀왔는데, 가는 곳에 대한 정보들이 온라인상에 너무 많아 여행이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얼핏 보면 이해가 가질 않지만 설명은 이랬습니다. “예전에는 어느 도시를 가든 여행 책자를 사고, 그 책자에 담긴 장소를 가고, 식당을 가면 항상 뿌듯하고 좋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어느 도시든 검색을 하면 정보가 너무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보가 많을수록 더 강박적이게 되고 불안해 판단이 어렵다. 예전보다 여행이 더 어려워진 것 같다.”는 요지였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너무 공감이 갔습니다. 요즘에는 어느 도시를 가든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택시도 부르고 숙소 예약도 편하게 하지만 왜일까요? 책 한 권, 지도 한 장 손에 들고 다니던 여행이 더 마음 편했다는 생각을 평소에 저도 한 적이 있으니까요.  글 |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

합리적 선택을 강요받는 사회
요즘은 어디를 운전하고 가든 내비게이션이 참 잘 되어 있습니다. 최적화된 길, 최소 시간의 길, 유료도로를 포함해도 되는지, 몇 시까지 가려면 언제 출발하면 되는지 등 무수한 설정 기능을 통해 나에게 맞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지도, 기사, 비서 없이 길도 잃지 않고 목적지까지 빠른 길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이 참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목적지까지 다른 종류의 내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 몇 개를 켜보고, 어느 길로 갈지 추가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예전에는 길만 잃지 않아도 참 고마웠는데, 이제는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또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결국 몇 분 차이도 안 나는데 말입니다.

물건 하나 사려고 하면 몇 날을 검색하고 살펴보게 됩니다. 찾아볼 것도 너무 많고 참 피곤합니다. 물론 몇 날을 검색하다 보면 합리적 선택을 할 확률도 있고, 그에 따라 뿌듯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못 그런 경우에는 속이 다 쓰립니다.

예전에는 전자제품을 사기 위해 전자상가에 갈 때 “물건을 사고 나서는 절대 옆 가게에 가격을 묻지 말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정보 속에 끊임없이 합리적 선택을 해야 하는 요즘에는 어불성설(語不成說)입니다.

나에게 집중하는 합리적 사고
정보가 많은 게 나쁜 것은 아닙니다. 정보는 합리적 판단과 사고의 근간이 됩니다. 다만, 늘어나는 정보의 양에 비해 그것을 잘 거르고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이용해 합리적 판단을 하는 연습은 그에 걸맞게 늘지 않은 것 같습니다.

Make things simple! 일이나 상황을 단순하게 하라는 뜻입니다. 정보가 많을수록 중심을 잡고 내가 고민하는 일을 간략히 정리하면 판단이 의외로 명쾌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리적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방향은 참고문헌을 끊임없이 늘려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참고문헌들 중에서 나에게 맞고 필요한 정보만 골라내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럴수록 나에게 집중하고 내 판단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부산스러워지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습니다.

그게 정답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요? 정답이겠거니 믿고 지내다 보면 점점 정답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어찌하겠습니까? 어차피 학교 다닐 때 죽어라 공부해도 올백 못 해 보지 않았나요?

조성준교수는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삼성기업정신건강연구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 간사, 홍보기획 위원, 여성가족특임위원, 대한사회정신의학회 정신보건 이사 등 다양한 직책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건강다이제스트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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