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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테라피] 지친 뇌를 달래는 최고의 휴식 5가지2019년 11월호 66p

오래전 가수 클론은 노래했다.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땐 산으로 올라가 소릴 한 번 질러보라고. 가슴을 펴고 큰소리로 꿍따리 샤바라 빠빠빠빠를 외치라고. 23년이 흐른 지금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산이든 나무든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가슴을 펴기는커녕 구부정하게 앉은 채로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다. 이런 행동은 뇌를 금방 지치게 만든다. 뇌가 쉴 기회를 빼앗아 버린다. 뇌가 쉬지 못하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행복과 기쁨은 점점 멀어진다는 것을 아는지. 지금 우리의 뇌가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 바로 휴식이다. 지친 뇌에 꿀맛 같은 휴식을 주는 방법을 소개한다. 
글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휴정 교수 

 

뇌를 지치게 하는 잘못된 습관
우리 몸에서 뇌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익히 들어서 잘 안다. 하지만 뇌가 얼마나 고달픈 상황인지는 잘 모를 것이다. 우리가 눈을 감고 가만히 쉬고 있을 때도 뇌는 몸 전체 산소 소비량의 20%를 쓰며 끊임없이 일하고 있다.

뇌과학자 마커스 라이클 교수는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고 멍하게 있을 때 오히려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했다. 최근 정신의학과 심리학의 여러 연구에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잘 기능하면 자아 성찰, 정서 조절, 창의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졌다. 지나친 우울, 불안, 스트레스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기능을 교란한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휴정 교수는 “건강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 즉 마음을 잘 쉬게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우리가 자신도 모르게 뇌를 지치게 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교란하고 있다는 것이다. 뇌를 지치게 하는 흔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마음을 현재가 아닌 과거나 미래에 두고 끊임없이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 계속 누군가를 원망하고, 분노하고, 후회하면 우울해진다. 이러한 마음 습관이 반복되면 심적으로 지치고 무력한 상태가 될 수 있다.

또 미래에 마음을 두고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하면 걱정과 불안이 따라온다. 몸과 마음이 긴장을 늦추지 못할 수밖에 없다. 

둘째, 여러 가지 일을 쉬지 않고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다 잘하는 것에 열광한다. 다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일명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을 동경하고 그렇지 않은 자신을 질책한다. 허휴정 교수는 “쉴 새 없이 정보를 습득하고 판단하여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신경 쓰는 습관은 뇌의 과부하를 만들어 낸다.”며 “우리의 뇌는 대개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일에 집중하여 일을 처리하는 것을 힘들어한다.”고 지적한다.

셋째, 스마트폰과 더 가까워지고 싶은 욕망이다. 스마트폰, 컴퓨터, TV 곁에서 떠나지 않는 생활습관은 뇌를 피곤하게 만든다. 인터넷 서핑, SNS 눈팅(글이나 사진을 눈으로만 보는 것), TV 시청을 할 때는 쉬는 중이라고 생각하지만 뇌는 쉴 수 없다. 끊임없이 화면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지친 뇌가 보내는 긴급 신호
우리는 몸이 피곤한 것은 바로 알아차려도 뇌가 피곤한지는 모르고 산다. 뇌가 매우 지쳐 있을 때 우리 몸과 마음은 다음과 같은 신호를 보낸다. 구구절절 내 이야기라면 당신의 뇌는 지금 휴식이 절실하다.

① 늘 지치고 피로한 느낌이 든다.
② 에너지가 모두 고갈된 것 같다.
③ 쉽게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④ 의학적으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두통, 허리통증, 근육통, 소화불량을 겪고 있다.
⑤ 일에 대해 극심한 스트레스와 좌절을 느낀다.
⑥ 매사에 부정적이고 냉소적으로 되었다.
⑦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한다.
⑧ 다 그만두고 싶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하고 싶은 일도, 되는 일도 없어진다. 해야 할 일도 하기 싫어진다. 결국 삶의 즐거움과 기쁨을 잃어버릴 수 있다.

허휴정 교수는 “특히 요즘 큰 변화나 위기를 겪고 있다면 더욱 마음의 휴식과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직, 퇴직, 이혼,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 등의 문제는 극심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다. 이런 일이 닥치면 마음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부정적인 생각들에 몰두하게 되어 자신도 모르게 어려움을 견뎌내고 이겨낼 힘과 에너지를 써버리기 쉽다. 마음에 에너지가 없으면 어려운 상황을 유연하게 보지 못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누군가를 지속적으로 돌보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허휴정 교수는 “보통 심리적 소진은 누군가를 돌보는 직업을 가진 사람, 아픈 가족이나 어린 자녀를 돌보아야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이 경험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자신의 마음보다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주의를 기울이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마음이 소진된 상태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뇌에 주는 최고의 휴식 선물 5가지

지친 뇌가 원하는 것은 간단하다. 바로 쉬는 것답게 쉬는 것이다. 뇌를 쉬게 하려면 생각부터 줄여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심리학에서 유명한 ‘하얀 곰 실험’이 있다. 지금부터 1분간 하얀 곰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고 지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상하게도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하면 더 생각난다. 1초 만에 머릿속은 하얀 곰 이미지와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허휴정 교수는 “부정적인 생각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각 그 자체를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다른 곳에 주의를 기울여 보는 활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지금 당장 쉽고 간단하게 생각을 줄이는 실천법 5가지를 소개한다.

호흡에 가만히 주의를 기울이며 명상한다. 호흡하려면 여러 가지 미세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가슴과 복부가 늘어났다 수축하고 코에서 공기가 들어갔다 나간다. 호흡에 집중해도 금방 잡념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미세한 움직임에 집중하며 다시 주의를 호흡으로 가만히 돌려놓는 일을 반복한다.
허휴정 교수는 “명상을 지속하면 자신의 몸 안에서 오는 여러 가지 느낌을 더욱 더 잘 알아차리게 되고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생각과 감정을 멀리서 바라보는 힘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몸을 많이 움직인다. 운동은 잡념을 줄이는 훌륭한 방법이다. 어떤 운동이든 좋다.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내 몸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감각에도 집중한다. 걸을 때 발바닥이 바닥에 닿는 느낌에 주의를 기울여 보고, 발바닥이 번갈아 가며 바닥에 닿는 속도감을 느껴보자. 가만히 서 있을 때도 오른쪽 발과 왼쪽 발 중 어느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지 느끼고 시선이 어디로 가는지도 가만히 봐보자. 어느새 쓸데없는 생각이 자취를 감추었을 것이다.  

3 좋아하는 감각에 집중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기분 좋은 청각을 느끼고, 반려동물을 안아서 포근하고 부드러운 촉감을 느껴본다. 좋아하는 향을 맡고, 마음 편한 사람과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도 좋다.

4 하루 중 잠깐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치열하고 정신없는 현재의 삶과 거리를 둬본다. 5분도 좋고 10분도 좋다. 기왕이면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고 먼 산을 바라보자. 몇 번 해보면 점심시간 다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5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 이야기한다. 힘들고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면 공감하고 위로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야 한다. 위로와 공감을 얻으면 비로소 나쁜 일이 과거가 되어버린다. 내일을 살아갈 마음의 힘이 저절로 충전된다.

지친 뇌가 가져온 쓰나미
몸과 마음이 지치는 상태가 오래되면 우울증, 공황장애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불안 및 스트레스 질환에 시달릴 수 있다. 당뇨병, 고혈압 등의 각종 성인병이 잘 생기고 면역력도 뚝 떨어지기 쉽다. 일의 생산성과 업무 능력은 떨어지고, 작은 행복도 누리기 힘들어진다.

바쁜 게 미덕이고 잘하기만 하라고 강조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누구나 심리적 소진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때는 마음이 지친 것을 바로 알아차려 휴식 모드에 돌입하자. 쉼이 필요할 때 쉬면 건강과 행복은 저절로 따라온다.

허휴정 교수는 인천성모병원에서 우울, 불안, 공황장애, 직무 스트레스 장애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인지행동치료 전문가이며 마음을 위한 소마 프로젝트 ‘내 맘대로 뒹굴뒹굴’ 공동대표다.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이사,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이사, 대한명상의학회 이사, 대한불안의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건강다이제스트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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