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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 상담실 ] 하루 종일 괴롭히는 너무 사소한 것들2019년 09월호 138p

하루종일 괴롭히는 너무 사소한 것들

글 |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의학박사)

루에도 수십 명씩 고민과 증상들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오십니다. 그분들 생각과 마음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다 보면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갑니다.

이 일 저 일 걱정이 되고, 우울하고 불안하고, 그런 감정들 때문에 잠도 오지 않고, 누군가가 밉고 화가 났다가 짜증나고, 빈정 상하고, 속도 타 들어 가고, 여기저기 아프고,  정신없고, 집중도 안 되고, 사람들 시선이 신경 쓰여 하고 싶은 일들도 못 하겠다는 이야기들을 듣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그러다가도 어느 날엔 거짓말처럼 뭔가를 깨달은 도인처럼 마음 편한 이야기들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제 진료실은 항상 참 다양한 삶, 희로애락의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루 종일 힘듭니다”
한 달 전쯤이었습니다. 한 환자가 진료를 보러 왔는데 잠이 안 온다는 겁니다. 중학생 딸과 일이 좀 있었는데, 하루 종일 신경이 쓰여서 다른 일도 못 하고 머리는 아프고 가슴은 답답해서 잠도 못 잤다는 겁니다.

제 진료실에서는 흔한 증상이긴 하지만, 도대체 얼마나 큰일이길래 막 좋아져 잘 지내던 환자가 힘들어졌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제 마음은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질까 조급해지는 동시에 과연 듣는다고 해결은 할 수 있을지 두렵기도 했습니다. 명색이 정신건강의학과에 몸담은 지 12년 차! 불안한 티를 낼 수는 없고 애써 태연한 척 환자분에게 질문했습니다. “많이 힘드셨군요. 어떤 일인지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너무 사소한 vs하루 종일 괴롭히는
힘들었던 본인 이야기를 쉴 새 없이 하던 환자는 갑자기 말문이 막힌 듯 머뭇거리다 답했습니다.

“그런데요 선생님, 말하기 너무 창피하네요. 굉장히 사소한 일이거든요.” 아차 싶었습니다. ‘또 낚였구나. 그렇게 자주 보는 레퍼토리인데 오늘도 낚였구나.’

언뜻 보면 잘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만, 원래 우리의 마음은 그렇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더라도 부정적인 정서와 감정에 압도되기 시작하면 늪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습니다. 하루 종일 괴롭고 마음이 쓰이고 불안하고 기분은 한없이 떨어지니 잠도 못 잡니다. 그러면 우리는 사소한 일들에 마음과 일상을 내주어야 할까요?

알아차리기 기술
사실 기분이 안 좋아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을 때는 그 생각이 생산적일 확률이 높지 않습니다. 사소한 일에 부정적인 정서를 더하면 부정적인 해석이 나오고, 우리의 기분은 점점 늪으로 빠집니다.

이때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정리해 보면 도움이 됩니다. 간단히 해볼 수 있는 게 ‘생각’을 종이에 써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되고, 많은 경우에 나를 하루 종일 압도하고 있던 일들이 ‘굉장히 사소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됩니다.

제가 환자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묻자 환자가 답변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면서 ‘굉장히 사소한 일이구나.’라는 것을 깨닫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평범해 보여도 이 간단한 ‘알아차리기 기술’은 우리를 부정적인 감정의 늪에서 꺼내주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애먼 데 화 그만 내시고 종이 한 번 꺼내서 적어보시기 바랍니다

건강다이제스트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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