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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의 건강비결] “운동하세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2019년 09월호 16p
   
 

설득의 달인’ 고혈압 명의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성지동교수

누군가가 ‘고혈압’이라고 걱정하면 보통 이런 반응이다. “고혈압인 사람 엄청 많아!” “고혈압은 약 먹으면 괜찮지 않아?” 위로인지 핀잔인지 모를 말이 돌아온다. 물론 고혈압은 흔하고  대부분 약으로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흔한 병이라고, 약을 먹으면 된다고 고혈압 환자가 괜찮을 것으로 생각하진 말자. 혈압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삶이 흔들리는 사람이 많다. 혈압이 언제 올라갈지 불안하다. 머리가 아파도 피곤해도 모두 고혈압 때문인 것 같다. 매일 혈압 약을 먹으니까 중환자가 된 것 같아 맥이 탁 풀린다.
이렇게 모든 일이 기승전 ‘혈압’으로 통하는 사람의 마음을 보듬는 의사가 있다. 고혈압을 치료하는 것에서 나아가 고혈압 환자의 삶을 연구 중인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성지동 교수다. 고혈압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높은 혈압을 떨어뜨리려면 뭐부터 해야 할까? 30년간 고혈압 환자와 울고 웃어 온 성지동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 정유경 기자

 

고혈압, 어디까지 생각해봤니?
오랜 시간 수많은 연구를 통해 고혈압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 뇌졸중, 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예고 없이, 별다른 증상 없이 우리 목숨을 위협한다. 이것이 고혈압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첫 번째 대표적 이유다.

또 고혈압 환자는 무척 흔하다. 성인 3명 중 1명은 고혈압이다. 누구나 안심할 수 없다. 이것이 고혈압을 무시해서 안 되는 두 번째 대표적 이유다.
그런데도 고혈압을 우습게 아는 사람이 많다. 증상이 없고 약이 있으니 불편한 게 없을 거라는 식이다. 

성지동 교수가 진료실에서 만난 고혈압 환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아픈 데는 없지만 혈압이 높은 것만으로 힘들다고 했다. 암 환자, 심부전 환자의 불편한 점에는 관심이 크지만  고혈압 환자의 삶에는 무관심한 현실에서 고혈압을 짊어진 삶의 무게를 알아보고 싶었다.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해왔던 통계를 기반으로 한 양적 연구가 아닌 새로운 질적 연구를 시작했다. 수십 명의 고혈압 환자에게 고혈압 때문에 힘든 점은 무엇인지, 달라진 점은 없는지 인터뷰 형식으로 묻고 답을 들었다. 예상 밖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진료할 때는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고혈압 때문에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은 경험, 불이익을 받을까 봐 고혈압 약 먹는 것을 숨기고 있는 상황, 머리가 아플 때마다 혈압이 더 높아진 건 아닌지 불안한 경험 등 고혈압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불편하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성지동 교수는 고혈압, 고지혈증 환자가 관리를 잘하도록 설득하는 데 많은 정성을 쏟는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가 불안감에 휘둘리고, 직장인이라면 고혈압으로 인해 차별받게 될 것을 두려워했다. 환자 인터뷰를 계속할수록 고혈압 환자의 숨겨진 고통을 논문으로 쓸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고혈압 약도 의사가 아닌 환자 입장에서 보기 시작했다.

환자의 마음으로~
약 없이 잘 참고 있으면 환자가 아닌 것 같지만 약을 먹는 순간부터 환자가 되는 느낌적인 느낌! 고혈압 약도 그렇다. 약 먹기 전에는 고혈압이어도 괜찮은 사람이지만 약을 먹으면 그때부터 진짜 고혈압 환자가 된 느낌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약은 안 먹고 싶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젊다면 더 그럴 것이다. 아프지도 않고, 내 몸이 달라진 것이 없는데 굳이 환자가 되고 싶진 않다. 또 이런 경우 약을 먹고 무슨 증상이라도 나타나면 모두 약 때문이라고 지레 짐작해버리기도 한다.

여기에서 의사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 성지동 교수는 자신을 찾아온 환자가 나중에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과 맞닥뜨리지 않도록 설명과 설득을 거듭한다.    

“환자는 약 부작용이라고 해도 의사가 보기에는 약 부작용이 아닌 것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런 환자를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합니다. 약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면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죠. 사실 환자에게 고혈압이니 약을 먹으라고 처방전만 써주면 거의 100% 약을 안 먹습니다. 왜 필요한지 끈기를 가지고 설득해야 치료를 받아들입니다.”

오랜 대화 후 설득은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 특히 대학병원 진료실에서는 녹록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다. 높은 혈압을 그대로 내버려 두면 큰일 난다. 수명이 확 줄어든다.

“변변한 혈압약이 없던 시절인 1950년대에 혈압이 높은 사람을 관찰한 연구를 보면 고혈압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습니다. 혈압이 30대 중반부터 높아지기 시작한 사람 중 절반은 50대 중반 정도에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어요. 환갑을 넘긴 사람은 1/3에 불과하지요.”
개인차가 있지만 혈압은 내버려 두면 계속 올라갈 뿐이다. 당장 뭐라도 해야 한다. 

운동하면 후회 안 하는 이유
고혈압을 예방해주고 혈압 조절을 돕는 생활습관들이 있다. 고혈압 약을 먹고 있더라도 다음의 생활습관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골고루 먹되 싱겁게 먹고 ▶꾸준히 운동하고 ▶담배는 끊고 ▶술을 삼가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지방은 적게 섬유질은 많이 섭취하는 것 등이 고혈압에 좋은 생활습관이다.

성지동 교수는 이 중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사실 해보면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직장인이라면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회식할 때마다 상사의 눈 밖에 나는 등 인생이 바뀌었다 싶을 정도로 노력해야 한다. 그나마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운동, 술, 담배 등부터 먼저 공략해보자.

그중에서 성지동 교수가 꼭 권장하는 것은 운동이다. 꾸준히 운동하려면 포기해야 할 것이 많다. 특히  회식, 모임 등 사람 만나는 시간을 포기해야 한다. 그렇게 운동을 1순위로 놓고 살면 얻는 게 많다.

“저는 환자분에게 운동하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체력이 좋아지면 기분까지 좋아지고 마음이 안정됩니다. 삶이 달라지죠. 무엇보다 운동 안 하던 예전으로 돌아가기 싫어집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성지동 교수는 재작년에 사고로 골반이 골절되기 전까지 10년 넘게 자전거로 출퇴근하던 자전거 마니아였다. 사실은 지금도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싶지만 가족이 걱정할까 봐 실내자전거를 타며 스피드를 올린다.

“운동은 하면 할수록 몸이 좋아져 재밌습니다. 운동중독자가 많은 것이 증명하죠. 매일 운동한다고 하는데 몸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건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운동 강도를 더 높이세요. 숨이 좀 차고 힘들어야 운동이 됩니다. 산책이 아닌 운동을 해야 합니다.”

운동과 달리 체중 조절은 하면 할수록 어렵다. 다이어트를 좋아서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을 봐

도 그렇다. 기운 없고, 힘 빠지고 결국에는 폭식으로 무너진다. 성지동 교수는 체중 조절을 권한 뒤에는 꼭 이런 말을 한다. ‘좌절 금지’다. 다이어트는 원래 굉장히 어려운 거고 노력하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으니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심장질환 처음과 끝 책임지고파!
성지동 교수가 수많은 분야 중에서 순환기내과를 선택한 것은 환자에게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는 과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 마음은 지금도 다를 바가 없다. 여전히 해주고픈 일이 많다. 예전부터 필요하지만 남이 하지 않는 일에 더 마음이 갔다. 의사 가운을 입고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가 많아질수록 심장질환 예방과 재활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서 성지동 교수는 심장뇌혈관병원 예방재활센터장을 맡아 고혈압 관리, 고지혈증 관리를 통해 심장질환을 예방하고, 체계적인 재활로 환자가 일상생활로 무리 없이 돌아가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황제내경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이미 생긴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아직 생기지 않은 병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아직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은 고혈압, 고지혈증 환자가 관리를 잘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지동 교수는 언제나 타협이라는 ‘편한 방법’이 아닌 설득이라는 ‘어려운 방법’을 선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성지동 교수가 점점 ‘설득의 달인’이 되어갈수록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해지지 않을까? 진실과 진심이 담긴 설득은 당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건강다이제스트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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