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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의 행복테라피] 불가항력적인 불안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2016년 11월호 93p

【건강다이제스트 | 정신과전문의 최명기 소장】

연일 발생하는 지진에 대한 괴담이 떠돌고 있다. 공포심과 불안감은 전파되기 싶다. 특히 원인을 알 수 없거나 앞으로 예측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그 불안감과 공포심이 더 깊어진다.

지진에 대한 불안도 마찬가지다. 우선 지진은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 우선 정보가 부족하다. 지진은 지표면 밑에서 발생하는 지각활동이다. 만약에 10km 간격으로 땅 속 깊이 구멍을 파서 정보를 획득하는 장치를 설치한다면 모르겠지만 예측을 위한 정보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더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가?’ 하는 가능성에 대해 확실하게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

대지진에 대한 괴담은 불신과 군중심리가 더해져 더 큰 공포심이 확산되면서 발생하였다. 마음속에 불안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SNS나 인터넷 상에 유언비어나 괴담 등을 올림으로써 자기만큼 타인도 불안하게끔 영향력을 행사한다. 엄청난 수의 인명이 희생되는 대재난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의 탈을 쓴 저주를 통해서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즉 괴담이 떠도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위기에 처해 있고, 여러 가지 사회적 요인으로 불안감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구나 살다 보면 지진 같은 자연재해 말고도 불가항력적인 불안과 한두 번 마주치지 않을 수 없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같은 대규모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다들 이러다 알거지가 될까 두려웠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위기 앞에서는 누구나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릴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그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같은 지진 다른 느낌

동일 지역에서 똑같은 강도의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누구는 지진을 느끼고 누구는 지진을 못 느낀다. 진앙지 근처에 거주하는 분은 누구나 지진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진앙지에서 멀리 떨어진 경우 누구는 지진을 감지했다고 하는데 누구는 느끼지 못 하는 경우가 있다. 일단 누군가와 만나서 식사를 하건 술을 마시건 뭔가 신경이 분산되는 곳에 있었던 이는 느끼지 못 했을 수 있다. 조용한 곳에서 혼자 있는 경우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어디에 거주하는지도 영향을 준다. 고층건물의 경우 진동을 느끼게 된다.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은 오래된 일반 주택의 경우는 진동을 크게 느낀다. 또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은 일반 아파트의 경우 진동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진에 대한 불안감도 개인차가 있다. 평소에 불안장애가 심했던 분은 불안을 더 심하게 느낄 것이다. 관계적 사고가 있는 분들은 지진과 관련 없는 상황을 지진과 관련을 지으면서 불안의 여파가 더 길게 간다.

과거 외국에서 거주할 때 지진으로 인해서 위험을 겪었던 분들도 그때의 위험이 되살아나면서 불안감을 크게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불가항력적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다음을 명심하자. ▶1. 실질적 예방조처를 취하자. ▶2. 제일 하고 싶은 것을 하자. ▶3. 죽고자 해도 살고, 살고자 해도 죽는 것이 인생이다. ▶4. 걱정 자체를 잠재우자.

불가항력적인 불안 대처법 4가지

1 실질적 예방 조처를 취하자

지진은 급작스럽게 닥치기 때문에 내진설계, 비상대피 등 안전에 대한 준비가 안 돼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더 공포감이 깊어진다. 다른 집들이 무너지더라도 우리 집이 안 무너지면 된다. 만약에 진도 10에도 무너지지 않게 내진설계가 되어 있는 집에 산다면 지진이 걱정되지 않을 것이다. 이사를 갈 돈이 없다면 집의 취약한 부분을 보강하자. 지진이 일어나도 가구가 넘어지지 않게 고정시키자. 지진이 나도 위험을 당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불안도 줄어든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만약 암이 걱정이 된다면 매년 정기적으로 암 검진을 받자. 가난이 걱정이 된다면 지금부터 조금씩이라도 아껴서 저축을 하자. 건강 문제가 되었건, 돈 문제가 되었건 불가항력적인 위험을 대비해서 실질적인 예방 조처를 취하자.

2 제일 하고 싶은 것을 하자

지진이 나면 걱정이 되는 것은 몸이 다치는 것이다. 몸을 다쳐 장애라도 생기게 되면 사는 것이 너무 불편해진다. 만약에 죽기라도 하면 더 이상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다. 우리는 나중을 위해서 지금 참는다. 그런데 그렇게 참다가 갑자기 불행을 마주 대하게 되면 허탈하다. 결국 이렇게 될 것을 그 고생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따라서 미래를 위해서 마냥 현재를 희생하다 보면 나중에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빠져 들면 후회만 하게 된다. 만약에 내가 어쩔 수 없는 불행에 빠지게 될까 걱정이 된다면 지금 당장 내가 제일 하고 싶은 일을 하자. 그러면 덜 억울한 생각이 들면서 불안도 조금은 잠재워질 것이다.

3 죽고자 해도 살고, 살고자 해도 죽는 것이 인생이다

대재앙에 대한 영화를 보면 인류의 대부분이 사망하는 끔찍한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최근에 일어난 대지진을 봐도 사망하거나 다친 이는 지역주민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폭풍이 밀려와도 사고를 당하는 이는 극히 일부다. 우리는 내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공포감으로 인해서 위험을 과하게 평가하고는 한다. 자동차 사고로 인해서 죽는 사람이 비행기 사고로 인해서 죽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비행기 사고를 더 두려워한다. 왜일까?

자동차는 내가 운전해서 통제가 가능하지만 비행기 사고는 통제가 불가능하다. 자동차는 매일 봐서 익숙하지만 비행기는 상대적으로 낯설다. 자동차는 중간에 내 마음대로 내릴 수 있지만 비행기는 일단 이륙하면 내 마음대로 내릴 수가 없다. 즉 통제할 수 없을 때 인간은 더 불안을 느끼게 된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불안에 사로잡히면 실제보다 위험을 더 크게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죽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더 빨리 죽는다. 최악의 순간이 오기 전에 스스로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성급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암이 무서워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쓸데없이 돈을 낭비하기도 하고, 지레 겁을 먹고 항암치료를 포기하기도 한다. 망하는 것이 두려워서 사채까지 얻어서 버티다가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하고, 망하는 것이 두려워 너무 헐값에 사업을 넘기기도 한다. 하지만 기를 쓰고 매달려도 소용이 없는 반면 아무것도 안 했는데 저절로 해결되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다.

4 걱정 자체를 잠재우자

지진에 대해서 두려워하는 사람은 화재도 두려워한다. 화재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바다나 강에서 사고가 날까 두려워한다. 자연재해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강도를 비롯한 범죄도 두려워한다. 본인은 자신이 뭔가를 두려워한다고 생각한다. 당면한 걱정거리를 해결하면 될 것 같다. 하지만 걱정에 사로잡히는 내 마음을 잠재우지 않는 한 한 가지 걱정거리가 사라지면 또 다른 걱정거리가 나타난다.

어느 사회나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빠지게 되면 집단심리가 발동한다. 이런저런 얘기가 나돈다. 그런데 이야기 하나하나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거나 의미를 과하게 부여하기보다 진짜 위험한 것인지, 소문에 신빙성이 있는지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안전에 대한 긴장감을 놓지 않는 편이 좋지만, 심리적으로 너무 지나친 불안을 안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을 명심하자. ▶1. 실질적 조처를 취하자. ▶2. 제일 하고 싶은 것을 하자. ▶3. 죽고자 해도 살고, 살고자 해도 죽는 것이 인생이다. ▶4. 걱정 자체를 잠재우자.

최명기 원장은 마음경영 전문의.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미국 듀크대학에서 MBA를 취득했고, 듀크대학교 Health Sector Management 과정을 수료했다. <심리학테라피> <트라우마테라피> 등 현대인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저서를 출판했고, 현재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으로 있다.

최명기  harvard33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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