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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의 건강비결] 탈모인의 소울메이트,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피부과 강훈 교수2018년 10월 건강다이제스트 결실호 20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내가 탈모일까?’ 불안하다. ‘모두 내 머리만 쳐다보는 것 같다.’ 더 불안하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면 어쩌지?’ 너무 불안하다. 탈모는 탈모라는 진단이 나오기 전부터 불안과 싸워야 한다. 탈모를 걱정하며 병원을 찾는 이들은 마음에 불안을 꽉꽉 채운 채로 진료실로 들어간다.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피부과 강훈 교수의 진료실은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 불안을 비우고 안심을 채워서 나온다. 절망을 비우고 희망을 채워서 나온다. 한 환자는 “강훈 교수는 불안한 마음의 병까지 고쳐줄 수 없다고 말하지만 먼저 불안한 점, 궁금한 점을 상세히 알려줘 아픈 마음까지 치료해준다.”고 말한다. 대한모발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탈모 치료법 연구에 열정을 쏟고 있는 ‘환자 바보’ 강훈 교수를 만나봤다.

소년의 남모를 고통

어릴 적 강훈 교수는 남모를 아픔이 있었다. 피부병이었다. 아토피 때문에, 손발에 생긴 습진 때문에 피부과 병원을 전전해야 했다. 이상하게 병원에 가도 잘 낫지 않았다. 게다가 병원에서 비염, 기침, 결막염 약만 지어다 먹으면 피부에 발진이 돋았다. 하도 답답해 스웨덴 의사가 있다는 국립의료원에 찾아가 조직검사까지 받은 적도 있었다. 스웨덴 의사도 그 이유를 확실히 말해주지 못했다.

“크면서 점점 피부질환은 없어졌지만 그때는 힘들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발진은 고정약진이라고 하는 약 때문에 생기는 면역반응이었던 것 같아요. 피부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해서 늘 피부질환에 관심이 많았죠.”

피부는 우리 몸에서 두 번째로 큰 면역기관이다. 지금도 우리는 피부의 철벽 방어 덕분에 오염된 환경에 감염되지 않고 살고 있다. 이러한 피부면역학 연구에 매료된 강훈 교수는 피부과 의사의 길을 택했다. 청년 의사 시절에는 실험실에 살다시피 하며 피부면역학 연구에 집중했다.

“피부면역학을 공부하면서 모발세포 연구를 많이 했어요. 모발세포는 자극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피부, 지방, 근육 등으로 다양하게 바뀌는 좋은 실험실 재료였거든요. 그렇게 모발세포 연구를 하던 중에 많은 탈모 환자를 만나게 됐습니다.”

진료실에서 만난 탈모 환자의 고통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흔히 탈모가 아닌 사람은 탈모를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적어도 강훈 교수가 봤을 때는 죽고 사는 문제나 다름없었다. 탈모 환자는 매일 자신을 보는 따가운 시선, 치료가 안 되면 평생 이렇게 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싸우고 있었다.

탈모 치료 연구에 빠지다!

강훈 교수는 탈모 환자의 남모를 아픔에 작은 힘이라도 되고 싶었다. 해야 하는 일은 분명했다. 지금까지 탈모 환자에게 도움이 될 만만 연구라면 가리지 않고 해왔다. 특히 모유두세포를 이용해서 남성형 탈모를 억제하는 법, LED를 이용해 모발의 성장 기간을 늘리는 법, 합성세라마이드를 이용해 모발의 노화를 예방하는 법 등을 연구했다.

▲강훈 교수는 탈모가 아닌데도 불필요하게 탈모 치료를 받는 사람이 많다고 우려한다.

“탈모 치료법에 관해 실험을 많이 하고, 논문을 많이 내고, 발표도 많이 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새로운 탈모 치료법 개발과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론적 배경 확립뿐 아니라 탈모 환자의 인식 변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강훈 교수는 오래전부터 탈모를 보는 잘못된 시선과 인식을 바꾸려고 노력해왔다. 탈모는 미용의 개념이 아닌 마음까지 병드는 질환이다. 탈모 환자끼리 모이면 바른 정보를 나누고 서로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다. 탈모 종류는 한 가지가 아니라 수십 가지가 있어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탈모 치료 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가 탈모 치료 전문가로 둔갑하거나 효과 없는 탈모 치료 제품이 인기를 끌어 치료 시기를 놓치고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긴다. 강훈 교수가 회장을 맡은 대한모발학회가 열린 탈모 클리닉, 그린헤어캠페인을 진행하고 원형탈모증 환우회를 발족시킨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중요한 ‘탈모’

강훈 교수는 탈모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면서 특이한 반응을 자주 접한다. 병원에서 걱정했던 병이 아니라고 하면 기뻐하며 돌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많은 이가 진단 후 탈모가 아니라고 하면 탈모가 아닌 것을 의아해한다.

요즘은 젊은층의 외모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탈모가 아닌데 탈모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옆에서 탈모인 것 같다고 한마디씩 거들면 마음속으로 이미 탈모 환자다. 그래서 탈모인데 탈모가 아니라고 하는 이상한 의사 취급을 받는 일이 많다. 탈모 환자 치료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탈모가 아닌 것을 증명하고 치료가 필요 없다고 설득하는 데 쏟는 일이 벌어진다.

“머리카락은 매일 수십에서 수백 개씩 빠지고 다시 자라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해서 모두 탈모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탈모가 의심되면 먼저 탈모 전문 의사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탈모인 것 같아서 병원을 찾았는데 사실 탈모가 아닌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반면 정말 탈모라면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초기에 치료해야 효과가 좋다. 탈모증은 남성형 탈모, 여성형 탈모, 원형 탈모, 반흔성 탈모 등 다양한 종류가 있어 정확한 진단과 맞춤 치료는 필수다. 보통 탈모 치료에는 먹는 약, 바르는 약 외에 광 치료, 주사요법 같은 보조치료가 쓰인다. 단기간에 효과를 봐야 한다면 시각적으로 풍성하게 보이는 모발 이식이 고려되기도 한다.

탈모 치료는 단기간으로 효과를 볼 수 없다. 나무처럼 머리카락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굵어지고 효과가 눈으로 보인다.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치료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24시간이 모자라도 달린다!

진료, 연구, 논문, 학회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강훈 교수는 매일 새벽 4시 20분에 일어나 6시 전에 병원에 출근해야 맡은 일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일찍 자는 것도 아니다. 12시가 넘어야 잠을 청하므로 매일 4시간 남짓 잔다. 그래도 피곤한 기색이 없이 얼굴이 말끔한 비결을 물었더니 “어렸을 때 많이 자서 괜찮다.”는 농담이 돌아온다. 숨겨진 비결은 달리기였다. 강훈 교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집 근처를 달린다. 한 번에 15km를 뛰는 것도 거뜬하다.

“밴쿠버로 연수 갔을 때 아는 사람은 없고 해도 길어 무료할 때마다 달렸습니다. 7개월 내내 저녁마다 10km를 뛰었더니 딱 10kg이 빠지더라고요.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마라톤을 같이 하자는 사람이 있어 마라톤을 시작했어요.”

이후 풀코스를 4번 완주하는 등 마라톤을 즐겼지만 학회, 연구 등으로 급격히 바빠지자 매번 함께 마라톤 할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시간이 날 때 혼자 달리는 것이다. 퇴근 시간도 이용했다. 토요일 오후에는 병원에서 집까지 뛰어간 적도 많다. 무려 32km에 달하는 거리다. 달리는 것도 모자라 일주일에 3번씩 60km가 넘는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하기도 했다.

▲강훈 교수는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탈모는 사고의 전환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환자 바보’의 작은 바람

천천히 느긋하게 하는 운동보다는 극강의 익스트림 운동을 즐기는 강훈 교수는 환자 사랑도 ‘익스트림’이다. 한때는 탈모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불안해하는 원형 탈모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멀쩡한 뒷머리를 탈모가 있는 것처럼 동그랗게 깎았던 적도 있다. 강훈 교수가 뒷머리를 보여주며 ‘씨익’ 웃으면 불안에 떨며 걱정하던 환자도 따라 ‘씨익’ 웃곤 했다.

“의학적인 치료가 가능한 탈모 질환은 정확한 조기 진단 후 꾸준히 치료하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너무 낙담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시각을 달리하면 탈모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쉽지 않다. 겪어보지 않았으니 쉽게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못할 것도 없는 일이다. 강훈 교수 역시 환우회를 통해 탈모를 받아들이고 극복하여 오히려 다른 환자에게 힘을 주는 탈모 환자를 많이 봐왔다.

지혜로운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을 걱정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30년간 탈모 환자와 울고 웃은 강훈 교수는 말한다.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탈모는 사고의 전환으로 꼭 극복하길 바란다.”고. 외모가 남과 다르다고 고달파하며 보내기엔 우리 인생이 아깝기 짝이 없다. 가슴 벅찬 순간은 늘 남과 같은 순간이 아닌 남과 다른 순간이었음을 잊지 말길 바란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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