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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의 건강비결] 혈관 속 폭탄 고지혈증 명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한기훈 교수2018년 06월 건강다이제스트 쉼터호 20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콜레스테롤 수치 낮추고 싶으면 근력운동 하세요!”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쉼’을 바라고 산다. 쉬는 시간을 기다리고, 퇴근을 기다리고, 주말을 기다리고, 휴가를 기다린다. 하지만 누구나 꺼리는 ‘쉼’도 있다. 아파서 쉬는 것이다. 그런 휴식은 최대한 늦추고 싶다. 아파서 쉬는 게 싫으면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파서 쉬는 시간이 빨리 온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심장에 백 번 절을 해도 모자라다. 심장은 아파서 쉬는 일을 막으려고 매일 10만 번씩 뛴다. 우리가 쉬고 있을 때조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우리 몸 곳곳에 혈액을 돌게 해 생명을 이어나간다. 이런 심장의 희생과 중요성을 일찍이 눈여겨 본 의사가 있다. 심장혈관을 위협하는 폭탄인 고지혈증 치료 및 예방에 지평을 넓힌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한기훈 교수다. 많은 이의 혈관과 심장을 지키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는 한기훈 교수를 만나 건강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이제 대세는 콜레스테롤 수치다!

콜레스테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자신의 콜레스테롤 수치는커녕 콜레스테롤이라는 단어조차 모르는 이가 많았다. 그랬던 콜레스테롤이 이젠 익숙해졌다. 혈압, 혈당과 함께 건강검진의 핵심 항목으로 떠오르면서 경계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저절로 자신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지 아는 사람도 늘어났다.

어찌 보면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생활은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더 많이 먹고, 고지방 서구식 식사를 하는데 움직이는 일은 줄어들었다. 이렇게 되면 눈에 보이는 지방(살)만 쌓이는 것이 아니다. 혈관에도 지방 찌꺼기가 쌓여간다. 심장혈관도 예외가 아니다. 지방 성분의 일종인 콜레스테롤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면 혈관에 달라붙어 혈관을 막고 좁히는 악동으로 둔갑한다.

“제가 의사가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가 질환 예방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시작된 시기였어요. 그때 서울대병원에서 저를 가르치던 교수님이 앞으로 심장병은 예방이 더 중요해질 거라며 국내 최초로 고지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콜레스테롤을 연구하기 시작하셨고, 저도 자연스럽게 고지혈증 연구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처음의 길은 언제나 힘겹기 마련이다. 당시 미국, 일본 등은 고지혈증 연구가 활발했지만 우리는 시작 단계라 자료가 별로 없었다. 어렵게 손에 쥔 일본 고지혈증 대가가 지은 책을 누나에게 일본어 번역까지 부탁해서 읽기도 했다. 그래도 마냥 즐거웠다. 앞으로는 고지혈증이 큰 문제로 부상할 것이 분명했다. 고지혈증 연구에 힘을 보태면 생사의 갈림길에서 막힌 혈관을 뚫으러 오는 환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으로 건너가 기초연구를 하며 5년의 세월을 보낸 것도 그래서였다. 이후 서울아산병원에 둥지를 튼 한기훈 교수는 지금까지 고지혈증, 관상동맥질환 등의 예방 및 치료법을 꾸준히 연구하며 지내고 있다.

맞춤 치료가 꼭 필요한 고지혈증

우리는 보통 고지혈증의 핵심인 콜레스테롤을 쉽게 본다.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식이다. 우리 몸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물론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음식을 먹으면 콜레스테롤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음식을 먹지 않아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이 적지 않다.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이유는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몸에서 콜레스테롤이 많이 만들어지는 사람, 정상적으로 만들었지만 제대로 쓰이지 못해서 수치가 높은 사람, 장에서 필요 이상으로 지방을 많이 흡수해서 높은 사람, 잘 만들어지고 잘 흡수되지만 필요한 곳에 전달이 안 되어 높은 사람 등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지혈증은 맞춤 치료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나이가 많아질수록 기초대사량이 떨어진다. 콜레스테롤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술을 많이 마시거나 내장지방이 많아지면 간은 콜레스테롤을 마구 만들어 낸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근육의 양이 줄어들면 콜레스테롤이 쓰일 곳이 없어져 수치가 높아진다.

“콜레스테롤이 높다는 것은 내 몸에 지방 찌꺼기 덩어리가 많이 돌아다닌다는 것입니다. 콜레스테롤 중 동맥경화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190mg/dl보다 높다면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190mg/dl 이하라도 심장병, 뇌졸중, 간이나 신장의 기능 이상, 당뇨병, 고혈압 등이 있는지 살피고 그동안의 생활습관을 점검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생활습관으로는 과식, 고지방식, 흡연, 과음, 운동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생활습관은 해로운 줄 알면서도 고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금지’보다 강한 ‘바꿈’의 힘

의사에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말을 들으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말이 있다. “어떻게 콜레스테롤을 낮추나요?”다. 그럼 보통은 뭐는 안 되고, 뭐는 나쁘고 등의 답이 돌아온다. 듣고는 있지만 그대로 실천할 자신이 없다.

한기훈 교수는 조금 다르다. 의사를 찾아온 이상 환자가 앞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믿는다. 단순히 수치를 줄이는 법에만 매달리지 않고 환자의 전체적인 생활과 환경을 본다. 그리고 부담 없는 해결법을 제시한다. ‘하지 말라’가 아닌 ‘바꿔 보라’고 하는 것이다.

▲한기훈 교수는 극단적인 방법이 아닌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며 고지혈증 맞춤 치료를 하고 있다.

“콜레스테롤이 많으니 그 음식을 안 먹겠다는 접근보다는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적당히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지방 섭취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시는데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등을 줄이고 올리브유, 들기름, 견과류 같은 식물성 불포화지방으로 바꿔서 섭취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고기는 양념을 많이 한 고기보다는 심심하게 조리해서 먹고, 생선은 튀기거나 굽지 말고 생태탕, 대구탕같이 시원하게 조리해 드시면 되겠습니다. 또한 운동도 걷거나 달리는 유산소 운동만 하지 말고 근력운동도 함께 하는 것으로 바꿔보세요.”

콜레스테롤이 높다면 근력운동은 필수다. 근육의 양이 많아지면 기초대사량이 올라가 저절로 몸에서 더 많은 콜레스테롤이 쓰이게 된다. 가만히 있어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내려가는 선물을 받을 수 있다.

바꾸는 것과 더불어 줄여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의식적으로 자신이 하루에 먹는 총량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특히 흰 밀가루, 흰 설탕 같은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이 좋다. 한기훈 교수 역시 골고루 먹고 하루에 먹는 총량을 지나치지 않게 조절한다. 환자에게 강조하는 것과 같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바꾸면 안 생기는 ‘스트레스’

뭔가를 바꾸는 것은 몸의 건강뿐 아니라 정신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는 말마다 무한 긍정 에너지를 내뿜는 한기훈 교수에게는 특별한 취미가 있다. 연구실 인테리어 바꾸기다. 한기훈 교수의 연구실은 어느 하나 평범한 것이 없다. 커다란 책장은 군데군데 색색의 문을 달아 수납장으로 바꿨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철제다리와 나무판을 사서 테이블을 만들고, 양탄자를 깔고, 블라인드도 달아봤다.

“연구실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서 늘 어떻게 더 나은 공간을 만들어 볼까 고민해요. 인테리어를 마음에 들게 바꾸다 보면 기분 전환이 되어서 즐겁습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곳곳에 놓인 운동기구다. 스케일도 남다르다. 환자에게 근력운동을 강조하는 한기훈 교수답게 헬스클럽에나 어울릴 커다란 턱걸이 기구가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아령은 의자에 앉아 살짝 손만 뻗으면 닿을 자리에 놓여 있다. 한기훈 교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연구실에서 근력운동을 한다.

농구에서 배우는 인생

근력운동보다 한기훈 교수의 마음에 먼저 들어온 운동은 농구다. 의대생 시절 친구들과 했던 농구의 재미를 잊지 못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모여 농구를 하게 됐다. 10명 정도 함께 하는데 55세인 한기훈 교수가 제일 나이가 많다.

“농구는 짧은 시간 해도 운동량이 많습니다. 장비도 간단해서 공 하나면 할 수 있습니다. 몸싸움이 있고, 달리기도 있고, 슛을 쏘는 다양한 동작이 있어서 재밌습니다. 무엇보다 농구의 좋은 점은 점수를 낼 기회가 많기 때문에 실수해도 괜찮다는 겁니다.”

실수해도 괜찮다? 만회할 기회가 많다? 우리 인생도 대부분은 그렇다. 그런데 우리는 반대로 살았다. 100%, 아니 그 이상을 바라는 분위기에 눌려 실수해도 괜찮은 일도 이를 악물고 다음 기회는 없는 것처럼 살았다. 슛을 쏘는 것처럼 중요한 일은 힘을 빼야 하지만 잘해야 한다는 부담에 힘을 잔뜩 넣은 채 말이다. 계속 힘을 주고 골을 넣다가는 노골로 인해 마음의 상처가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유명 농구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주제가처럼 힘이 들면 그대로 멈춰 눈물 흘려도 좋다. 이제 시작이란 마음만은 잊지 않은 채 말이다. 한기훈 교수의 ‘인생 운동’인 농구처럼 살면 우리 인생이 더 행복해질지도 모른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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