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내 얼굴에 사는 모낭충 퇴치법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CU클린업피부과 명동점 김지영 원장】

【도움말 |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권영아 교수】

40대 직장인 이석진 씨는 요새 거울 보는 일이 많아졌다. 평소 피부 관리라고는 아침저녁으로 하는 세수가 전부였던 그가 거울 왕자가 된 건 다름 아닌 입 주위에 생긴 성인여드름 때문. 이석진 씨는 여드름 때문에 몇 주를 고생하다가 결국 난생처음 피부과를 찾았다. 그리고 뜻밖에도 여드름이 아니라 모낭충 때문에 생긴 입 주위 피부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순간 어안이 벙벙해진 이석진 씨. 도대체 이름도 생소한 모낭충이 뭘 어쨌다는 걸까?

모낭충의 변

나는 모낭충입니다. 털집 진드기라고도 하지요. 나는 주로 당신 얼굴 솜털 모낭에 터를 닦고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아내, 남편, 부모님, 친구의 얼굴에는 모두 제 친구들이 살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 글을 읽고 충격 받으셨죠? 뭐라고요? 듣기만 해도 징그럽다고요? 그럴 줄 알았어요. 하지만 오해는 마세요. 저희 그렇게 나쁜 애들 아니에요.

저희가 얼굴에 있다고 해도 당신은 전혀 느끼지 못해요. 어지간해서는 당신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고요. 저희 이야기 좀 들어주실래요?

모낭충과 여드름은 상관없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해요. 저희 모낭충이 여드름의 원인이라고요. 그런데 모낭충은 여드름의 원인이 아니에요. 억울해요. 여드름이 있는 사람과 여드름이 없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낭충의 수는 비슷해요. 즉, 저희 모낭충을 없애는 것이 여드름 치료의 필수 사항은 아니라는 거죠.

그럼 왜 저희가 여드름을 만든다는 말이 많으냐고요? 우리 때문에 피부트러블이 생기면 꼭 성인여드름처럼 부풀어 오르고, 빨개지기 때문이에요.

보통 사람은 저희 때문에 생긴 피부염인지, 여드름인지 구분을 못하지만 피부과 의사 선생님들은 바로 알아보세요. 그러니까 저희 때문에 생긴 피부염인지, 아니면 진짜 여드름인지 아시려면 병원을 가보시는 게 나아요. 빨리 원인을 찾아야 보기 싫고 불편한 트러블을 잠재울 수 있으니까요.

혹시라도 피부염을 여드름으로 오해해서 짜고, 스크럽을 하다보면 염증이 더 악화될 수 있어요. 오히려 저희의 수가 더 많아질 수도 있고요. 또 모낭이 파괴되면 저희들이 피부 깊숙이 들어갈 수도 있으니 주의하셔야 해요.

약해진 피부, 모낭충 조심!

앞에서도 말했듯이 저희는 어지간해서는 피부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요. 그렇지만 친구들의 수가 점점 늘어난데다가 약해진 피부에 살다 보면 가만히 있기 힘들어요. 우리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숨겨놨던 트러블 메이커 본능이 깨어나는 거랄까요. 특히 스테로이드제를 장기간 바른 사람, 피부질환이 생긴 사람의 얼굴에 사는 친구들은 모낭에서 더 깊숙한 진피층으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기도 해요.

모낭충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저희 때문에 피부염이 생겼다면 죄송해요. 그렇다면 일단 저희 수를 줄이는 것이 먼저예요. 저희를 없애는 여러 가지 바르는 약이 나와 있어요. 심하게 많을 때는 약을 먹어야 할 수도 있어요. 보통은 약을 바르고 2~3주 안에는 피부에 생긴 염증도 나아지고, 저희 모낭충의 수도 줄게 된답니다.

김지영 원장이 밝히는 모낭충 습격 피하는 법

1. 물 세수만 하지 마세요!

거품 세수를 하지 않고 물 세수만 하면 모낭충증을 더 악화시킬 수 있어요.

2. 보습제를 과도하게 사용하지 마세요!

보습제에는 유분이 많아요. 유분이 많은 피부는 모낭충이 좋아하는 피부랍니다.

3. 국소 스테로이드제 사용에 주의하세요!

국소 스테로이드제는 모낭충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빠른 피부 개선 효과를 과대 광고하는 정체불명의 화장품을 주의하세요. 스테로이드제가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건조한 내 눈, 혹시 모낭충?

찬바람이 불면서 부쩍 눈이 건조해지는 사람들 많으시죠? 이실직고할게요. 저희 모낭충은 눈이 건조해지는 안구건조증과도 연관있답니다. 그렇다고 너무 미워하진 마세요. 저희 때문에 눈이 건조해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자, 자세히 설명을 해드릴게요. 간혹 저희 때문에 눈꺼풀에 염증이 생길 수 있어요. 안검염이라고 하지요. 안검염 때문에 눈물 분비가 잘 안 돼서 안구건조증이 생기는 거예요. 이런 경우가 흔치는 않지만 피부에 유분이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저희 때문에 안검염이 잘 생기는 편이에요.

보통 저희 때문에 안구건조증이 생겼다고 해도 오래가지는 않아요. 왜냐면 저희는 눈을 잘 닦아내기만 하면 금방 수가 줄어들거든요. 거즈를 이용해 저희를 닦아내는 용액이 나와 있고요. 편리하게 닦아내는 티슈도 있어요.

염증 아닌 대상포진일 수 있어

저희 때문에 눈꺼풀에 염증이 생기면 안구건조증 이외에도 지푸라기 같은 눈곱이 잘 끼어요. 가려울 수도 있고요. 하지만 무조건 눈곱이 끼거나 가렵다고 저희를 의심하지는 마세요. 눈에 생기는 대상포진이나 눈병에 걸려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거든요.
그래서 꼭 저희 때문은 아니더라도 눈곱이 잘 끼고, 눈이 불편하면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이 중요해요.

권영아 교수가 밝히는 모낭충의 습격을 받은 안검염이 의심될 때…

1. 눈꺼풀에 지푸라기 같은 눈곱이 낄 때

2. 눈꺼풀이 가려울 때

3. 안구건조증이 있을 때

4. 눈꺼풀이 아프고, 눈곱이 많이 낄 때

김지영 원장은 피부과 의학박사이며 주름 개선, 여드름 치료, 피부질환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대한피부과학회 정회원, 대한피부미용학회 정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권영아 교수는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전문의이며, 각막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대한안과학회 정회원, 대한콘텍트렌즈연구회 정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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