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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프리즘] TV를 삼킨 먹방 & 쿡방 열풍이 불편한 이유
  • 문종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7.11.2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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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먹는 것을 보여주는 방송이 먹방이라면 요리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쿡방이다. 먹방과 쿡방이 안방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TV 프로그램 편성에는 어떤 형태로든지 먹방과 쿡방이 들어가야 할 처지가 됐다. 실제로도 먹방과 쿡방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이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요즘 대세 먹방&쿡방

요즘 방송은 먹방과 쿡방이 대세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이렇게 먹방이나 쿡방이 대세인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사회경제적 요인과 문화적 이유, 그리고 가족 형태의 변모 등 다양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프랑스 언론에서는 먹방 등은 ‘푸드 포르노’의 전형적 사례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먹방·쿡방은 우리의 방송제작사와 대중문화 평론가가 예쁜 옷을 입혀서 시장에 내놓은 것처럼 우리들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유명 맛집의 배신

길을 가다 보면, 혹은 음식점을 찾다 보면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집, 혹은 ○○○TV에 나온 집이라고 적힌 입간판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한때는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집이라면 음식의 맛이 좋은 것으로 여기고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방송 사가 많아지고, 또 경쟁적으로 먹방을 제작하다 보니 많은 식당이 섭외 대상이 되었고, 음식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 때문이다. 막말로 “전국에 맛집이 아닌 식당이 있을까?” “TV에 한 번쯤 안 나와 본 식당이 있을까?”
이렇게 물어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먹는 방송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게다가 최근에는 쿡방까지 가세하면서 대중문화의 트렌드로 자리를 굳힐 태세다.

먹방에 있어서 먹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 예를 들어 <식신로드>의 정준하처럼 먹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쿡방의 요리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실제로 쿡방에서 요리하는 사람, 즉 셰프라 불리는 사람들은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찾아라 맛있는 TV>, <냉장고를 부탁해>, <수요미식회>, <삼시세끼>, <식객>, <쿠킹코리아> 등 음식에 관한 프로그램 제작은 우후죽순 범람하고 있다.

먹방, 쿡방은 푸드 포르노?

서울에서 혼자 자취생활을 하면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 P 씨는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바쁘게 생활하다 보면 끼니를 거를 경우도 다반사고 설령 시간이 있다고 해도 번거롭고 귀찮아서 제대로 요리를 해서 먹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저 혼자 먹으려고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서 그녀는 먹방과 쿡방을 즐겨 보면서 대리만족, 혹은 눈으로만 음식을 먹는다고 했다.

통상 셰프가 음식을 만들고 게스트가 음식을 먹어보는데, 먹어본 후 그 맛을 말과 표정으로 표현하는 것은 거의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 내가 먹어보지 않아도 내가 먹은 것처럼 맛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니 예술이라 평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구에 사는 주부 L 씨 역시 먹방과 쿡방을 자주 본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L 씨는 방송 나온 것 중에 자신이 한 번 먹어봤으면 하는 요리가 있으면 레시피를 받아 직접 해서 가족과 함께 먹어보면서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통상의 경우 대부분 P 씨와 같은 경우이고 L 씨의 케이스는 아직까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서 먹방이나 쿡방은 타인의 식탐을 관음하는 것으로 ‘푸드 포르노’라는 극단적인 비판까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차승원에서 백종원까지~

모든 생물은 출생과 함께 생명활동을 계속한다. 이 생명활동은 에너지 섭취와 에너지 소모의 반복적 현상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생명활동의 기본은 먹는 것, 즉 식생활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먹는 것에 기본적인 관심과 욕구가 있으며, 이는 사회현상과 맞물려 변화되며 진화한다.

먹방·쿡방이 우리 삶의 일부분을 반영한 것이라면 그것은 바로 기본적인 관심과 욕구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먹는 방송, 즉 맛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송을 했다면 최근엔 맛있게 요리해서 먹는 방송으로 진화했다고 보면 맞다. 쿡방 열풍과 함께 탄생한 것이 스타 셰프. 차승원 씨나 백종원 씨의 경우는 쿡방을 통해서 새로운 이미지를 탄생시킨 스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먹방·쿡방 대세, 건강에는 글쎄?

대중문화평론가들은 먹방이나 쿡방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1인 가구의 증가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건강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됐고 직접 요리하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방송하고 관계없이 집밥이 좋은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급격히 도시화가 되기 전, 우리는 가족문화, 그것도 대가족 문화 속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다. 당시 가족문화 중심엔 밥상이 있었다. 가정교육도 밥상머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식구(食口)의 의미를 생각하면 먹는 것, 음식이나 밥상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1인 가구는 식구가 없다. 혼자다. 먹방·쿡방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이유를 1인 가구의 증가에서 찾는 평론가들은 ‘식구에 대한 향수’란 표현을 쓴다.

먹방이나 쿡방이 건강이나 식구에 대한 향수 등의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겠지만 통상은 우리 삶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부산에 사는 M 씨는 먹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과체중인 그는 먹는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아내가 해주는 밥 이외에 먹고 싶은 것을 참지 못하는 그는 먹방이나 쿡방을 보면서 비슷한 종류의 야식을 배달시켜 먹는다. 아내에게 핀잔을 듣는 것도 잠시 뿐이다. 먹방, 쿡방 방영시간대는 저녁 9시 이후가 많다. 자연히 방송을 보고 있으면 먹고 싶어질 것이다.

이는 결국 만병의 근원인 비만을 불러와 사회적 문제로 확산될 소지도 있다.

이런 먹방과 쿡방은 음식을 말과 눈으로 먹게 한다. 맛에 관한 현학적인 표현으로 시청자들의 침샘을 자극하고 짧은 시간 푸드 디자인으로 시선을 고정시키기도 한다. 이런 먹방이나 쿡방을 건강과 연결시켜 해석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적어도 필자에게 있어서만은. 필자가 생각하는 음식과 건강의 기본적인 관계는 적게 먹어야 하고, 오랫동안 꼭꼭 씹어 목 넘김을 해야 하고, 화학첨가물을 쓰지 않아야 하고, 충분히 숙성시킨 슬로푸드이어야 하며, 또한 유기농 로컬푸드가 최선이고, 그 속엔 철학과 문화가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현 상태의 먹방·쿡방이 장기간 인기를 끌게 된다면 자연히 상업화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대기업들은 인기 높은 프로그램의 레시피를 활용, 보다 쉽고 편리하게 소비자가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관련 음식들은 레토르트 혹은 인스턴트식품화 돼 시장에 쏟아져 나오게 될 것이다. 결국 이런 방송은 대기업에 메뉴 개발을 해준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볶고 튀기고 다양한 소스로 맛을 내고 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먹방이나 쿡방이 새 트렌드로 자리 잡는 것에도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우려가 되는 것은 먹방이나 쿡방을 보면서 야식을 배달시켜 먹는 풍토, 이것도 하나의 트렌드화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먹는 것에 상업화가 잘못 스며들면 천박한 음식이 된다. 우리는 어머니 사랑과 정성이 담긴 집밥이 먹고 싶을 뿐이다.

문종환 칼럼니스트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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