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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의 행복테라피] 외롭고, 우울하고, 여기저기 아프고… 노년기를 행복하게~ 4가지 원칙

【건강다이제스트 | 청담 하버드 심리센터 최명기 소장】

늙는다는 것은 괴롭다. 책에는 나이가 들면 얻는 것도 많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여유도 있어지고, 현명해지고, 인생을 즐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필자가 환자분들을 만나보게 되면 그런 노년의 현명함,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고 말하는 이는 거의 없다. 심장, 폐, 간, 콩팥, 근육, 치아의 힘이 하나하나 약해지면서 먹고, 마시고, 걷고, 씻고, 말하는 일상이 점점 힘들어진다.

그래서 어떤 이는 늙는다는 것은 내 몸의 장기가 하나씩 하나씩 학살당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한다. 그뿐이 아니다. 돈이 없으니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없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다. 일할 곳도 없고 불러주는 곳도 없어지며 소속감이 사라진다. 어딘가에 끼어들고 싶어도 쉽지 않다. 존재의 의미가 사라진 듯하다. 친구도 죽고, 형제도 죽고, 남편 혹은 아내도 죽으면 외로움도 더해진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노년에 행복하기란 정말 어려운 걸까?

늙음을 당당히 받아들이자

필자가 아는 어르신 중 한 분은 최근에 헬스클럽을 또 옮겼다. 왜 그랬는지 여쭈어보자 물이 안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냥 그 분의 표현을 빌리자면 “옛날에 다니던 헬스클럽에 늙은이들이 많이 와서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 시간이 흐르니까 옮긴 헬스클럽에도 늙은이들만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헬스클럽에 다니는 분들의 연령은 그 분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노인들의 경우 자신을 실제 나이보다 열 살 정도 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 나이 또래와 함께 있으면 자신은 또래보다 젊다는 생각을 하면서 늙은이들에게 둘러싸였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의 나이는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자신보다 열 살 정도 젊은 사람들과 있으면 자신과 어울린다고 여긴다.

아직 노년에 이르지 못한 이들은 나이가 든 이들을 노인이라는 이름 아래 통칭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어르신들 사이에서 나이 차는 매우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한 살이라도 더 젊다는 것, 한 살이라도 더 젊어 보인다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젊었을 때는 세월이 무한정 있는 것 같고 젊음이 무한정 지속될 것 같다. 하지만 늙어가면 늙어갈수록 시간이 소중해진다. 죽음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젊어 보이고 싶고, 어떻게든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서 몸에 좋은 것은 다하게 된다.

그런데 늙어서도 행복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지만 일단 늙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늙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기를 쓰다보면 막상 남아 있는 시간을 온통 늙지 않게 하는 데 써버리게 된다. 인생은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즐기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늙지 않기 위해서, 죽지 않기 위해서 죽어라고 노력한다고 해서 노력한 만큼 무한정 노화와 죽음이 미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루 종일 건강에 대해서만 신경 쓰고, 먹고 마시고 노는 육체적 쾌락에 몰두하다 보면 나중에 죽음이 다가왔을 때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는 느낌이 들면서 후회만 남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노인이 되어서도 행복하기 위해 꼭 지켜야 할 원칙은 다음 4가지다.

늙어서도 행복해지는 4가지 원칙

1. 더 이상 잃지 않는 것이 기본

필자가 아는 어느 PB(자산관리사)는 어르신들께는 주식이나 펀드를 절대로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돈이 불어날 때는 좋아하시지만 팔지 못하고 나중에 손해를 입게 되면 괴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다시 벌어서 메우면 된다고 생각하고 털어버리지만 어르신들은 다시 복구할 수 없다는 절망에 사로잡혀 분노하게 된다는 것이다.

위험한 투자라는 것을 알리고 아무리 철저하게 경고를 했더라도 원망을 사게 되고 법적인 문제도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자신은 어르신들께는 철저하게 보수적인 투자를 권한다는 것이다.

1억이면 엄청난 돈이다. 하지만 1억을 10년에 걸쳐서 나눠쓴다면 1년에 천만 원, 한 달에 83만 원밖에 안 된다. 앞으로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없고 모아 놓은 돈을 가지고 죽을 때까지 생활해야 한다는 불안에 사로잡히게 되면 돈을 굴려야만 할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누가 뭐를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소위 “카더라” 스토리에 넘어가게 되어 몰빵투자를 했다가 전 재산을 잃기도 한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뭔가 좋은 것을 먹어서, 뭔가 몸에 좋은 것을 해서 더 건강해지고자 노력한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에 걸렸을 때는 꾸준히 처방약을 복용해서 현재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완치를 보장하는 검증받지 못한 건강식품이나 민간요법에 기대다 보면 현재의 건강도 지키지 못하고 나중에는 더 높은 용량의 약을 먹거나 아니면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몸에 나쁜 것을 피하는 것도 규칙적인 투약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술, 담배, 위험한 성관계가 그 중에서도 가장 피해야 하는 것들이다. 아울러 망신을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좋은 평판이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서서히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이 들어서 구설수에 오르면 나중에 수치 속에 죽음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돈이 되었건, 건강이 되었건, 명예가 되었건 나이가 들면 한 번 손상을 입으면 복구가 힘들기에 매사에 조심하고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2. 자식은 없는 셈 치자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병원을 찾는 어르신 중의 상당수는 자식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다 병이 생긴 분들이다. 어르신들이 걱정을 하는 주제도 자식의 사업실패, 술 문제, 이혼, 범죄 등 다양하다. 재산이라도 조금 있으면 자식들이 마치 부모가 일찍 죽기를 바라듯이 유산 배분을 놓고 다투기도 한다. 명절도 아닌데 자식들이 찾아오면 반가운 마음에 앞서 돈이라도 빌려달라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는 분도 있다. 자식을 걱정하고 자식에게 도움을 주다가 고생하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막상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자식으로부터 외면 받고 슬퍼하는 어르신도 적지 않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 자식은 없는 셈 치는 것이 좋다. 찾아오면 반갑게 맞이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면 된다. 그러나 자식이 소홀하게 대한다고 서운해하지는 말자. 그리고 자식에 대해서 신경 쓸 시간의 절반이라도 부부 서로에 대해서 신경 쓰고 아껴주면 말년이 더 행복해진다.

3.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라

나이가 들수록 고립되어 지내게 된다. 알고 지내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건강상의 이유로 밖에 나가지 못하게 된다. 개중에는 질병이나 사고로 죽어가는 이도 있다. 사람 중에는 나와 맞는 사람도 있고 안 맞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다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면 그 중에서 나와 맞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관계의 폭이 좁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마음이 맞지 않아서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하면서도 만날 사람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계속 만나게 되기도 한다.

따라서 계속 누군가를 새로이 사귈 수 있어야 노년이 행복하다. 특히나 아프고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만나서 얘기할 이가 있어야 한다.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 가야 한다. 동창회, 친목회, 동문회 같이 기존의 인연을 이어가는 모임도 중요하지만 무료강의나 같은 취미의 사람이 모인 동호회 같이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모임도 그에 못지않게 소중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4. 나에게도 너그럽고 남에게도 너그러워야 한다

사람들이 어떤 장르의 노래를 좋아하느냐에 대해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렸을 때 많이 들어서 귀에 익숙해진 장르의 음악을 좋아한다. 뇌가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외국어를 익히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외국어를 접해야 한다. 특히 발음은 나중에 나아지기가 쉽지 않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나이가 들게 되면 젊어서부터 익숙해진 사고방식을 고수하게 마련이다.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 호감을 가진다. 그러면서 자신의 의견에 누군가 반대하거나 다른 의견을 주장하면 받아들이지 못한다. 막상 자신과 상관없는 사소한 일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말다툼을 한다. 더군다나 지병과 통증으로 움직이는 것이 힘들어지다 보면 남이 나를 위해서 움직여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게 되는데 그럴수록 사람들은 나로부터 멀어지게 마련이다. 내가 까다롭게 굴면서 상대방이 멍청하다고 착각을 한다.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해서 그냥 나는 그것이 싫고, 상대방은 그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대신 나는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에게도 엄격하고 남에게도 엄격하기 보다는 나에게도 너그럽고 남에게도 너그러워야 한다. 그리고 말을 줄여야 한다. 특히 나보다 젊은 사람들을 대할 때 일방적으로 내 말만 떠들면서 그것을 대화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것은 훌륭한 인생의 밑천

사람들은 살다보면 흔히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게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과거가 현재가 되고 현재가 미래가 된다. 최악의 시점이라고 생각이 들던 과거의 한때도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가 지금보다는 나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현재가 최악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세월이 흐른 후 지금을 돌이켜보면 그때가 좋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60살이 되면 50살이었을 때를 생각하면서 그때는 좋았다고 여기고, 70살이 되면 60살이었을 때를 생각하면서 그때는 좋았다고 여긴다. 80살이 되면 70살이었을 때를 생각하면서 그때는 좋았다고 여기고, 90살이 되면 80살이었을 때를 생각하면서 그때는 좋았다고 여기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 들어서도 매순간 계속해서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젊었을 때의 추억만이 나이 들어 힘이 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백 살까지 살 수 있는 세상, 나이 들어서 만들어진 좋은 추억도 훌륭한 인생 밑천이 된다.

노년에 이르러서도 소중한 순간을 만들어가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1. 더 이상 잃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2. 자식은 없는 셈 치고, 3. 새로운 관계를 만들면서, 4. 나에게도 너그럽고 남에게도 너그러워져야 한다.

최명기  harvard33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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