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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라이프] 밤도 대낮처럼 환하게~ 인공빛의 두 얼굴
  • 문종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8.3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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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빛과 어둠! 우리는 빛은 항상 좋은 것으로, 어둠은 나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적어도 건강상의 문제에 있어서는 빛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어둠도 중요하다. 행복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은 빛에 의해서, 수면호르몬으로 불리는 멜라토닌은 어둠에 의해서 생성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빛의 발달, 조명으로 인해서 밤과 낮의 구분이 없어진 지 오래고, 도심의 밤은 항상 밝은 빛으로 가득 차 있다. 과연 우리 건강에 지장이 없을까?

열매를 맺지 못한 들깨

필자는 서울에서 살다가 경북 영양이라는 산골로 이사와 살고 있다. 서울의 밤은 밝은 인공불빛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이곳 영양 산골 하늘엔 달과 별빛으로 가득하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상한 현상을 목격하게 되었다. 필자가 심어 놓은 들깨가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키는 사람 키를 훌쩍 넘게 컸는데 잎만 잔뜩 단 채 씨를 맺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얼마 후 알아냈다. 이유인즉 가로등 불빛이 닿은 곳은 작물이 제대로 된 성장을 하지 못했던 거였다. 결국 그해 에는 들깻잎만 먹을 수 있었다.

이처럼 빛으로 인한 부작용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생태계 교란은 물론 인간의 생체리듬까지 파괴시켜 건강상의 문제를 불러일으키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빛 공해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등 도시의 밤하늘은 밝은 불빛과 대기오염 때문에 별빛을 또렷이 볼 수 없다. 그래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별 하늘 찾기 운동이 등장하기도 했으나 그 성과는 미미하다.

낮처럼 밝은 밤이 건강에는?

경북 영양 산골에는 저녁 8~9시가 되면 대부분 수면 속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도시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필자는 자정을 넘어서야 잠에 들곤 했다. 인터넷 글쓰기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인한 것이기도 하거니와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습관을 쉽게 바꾸지 못했다.

최근에야 라이프스타일에 변화가 생겼다.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 탓에 인터넷이 들어오지 않아 컴퓨터를 이용한 일을 할 수 없게 됐고, 낮에 밭일로 몸을 혹사시킨 탓에 저녁에 일찍 수면 속으로 빠져들 수 있게 됐다.

잠에서 깨는 시간은 대개 아침 5~6시다. 햇살이 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시간이 기상시간이 된 것이다. 이전엔 8~9시가 기상시간이었다. 기상 시 몸 상태도 이전보다는 더 좋아졌다는 느낌이 들었고 베갯머리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아침 햇살을 기분 좋게 맞이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불 꺼진 밤 시간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거리엔 온통 화려한 불빛이고, 차량 불빛, 가로등 불빛, 모든 공간의 실내조명, 심지어 집에서조차 조명이나 빛을 선택할 수 없을 때가 많다. 그것은 이미 생활화되어버렸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도시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행복한 생활을 할 권리를 직·간접적으로 침해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불을 끄고 멜라토닌을 켜자!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빛 속에서 살아간다. 특히 도시의 밤은 화려한 인공불빛으로 가득하다.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의식도 하지 못한 채 빛으로 인하여 생체리듬이 깨지고, 그로 인해 각종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불면증, 우울증, 만성피로, 식욕부진 등은 생체리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불이 꺼진 상태에서 발현된다. 불이 켜진 상태에서는 멜라토닌이 생성되지 않는다. 밤에 불을 켜고 자는 497명의 어린이 중 34%가 근시 현상을 보였다는 <네이처>지의 보고서는 멜라토닌의 생리작용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처럼 멜라토닌은 수면, 체온 조절 등을 통하여 생체 시계의 역할을 하며, 그 밖에도 항산화 작용, 면역 기능 개선, 학습과 기억력 증진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멜라토닌이 불면증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보조제로 생산돼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누가 뭐래도 수면은 건강장수에서 빠질 수 없는 기본 요소 중의 하나다. 잠이 깊게 드는 상태인 숙면을 빼놓고는 건강한 장수를 기대할 수 없다. 질 높은 수면을 위해서는 멜라토닌을 원활히 생성하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밤 10시 이전에는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쉬우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실천이 관건이다.

생태계를 지켜라

빛 공해는 사람은 물론 짐승, 곤충 등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호수 주변의 빛 공해가 물 위의 조류를 먹는 물고기의 포식행위를 막아 적조 등의 해로운 조류가 증가, 물고기를 전멸시키는 원인이 되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한 많은 곤충학자들은 야간의 조명이 벌의 비행능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류학자들은 새들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식물에 24시간 빛을 쬐는 현상이 지속되면 씨를 맺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빛에 특히 민감한 들깨는 꽃과 씨를 맺지 못하고 키만 쑥쑥 자란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연구 결과 6~10럭스 밝기의 빛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벼 수확량의 16%, 보리 20%, 들깨는 94%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처럼 빛은 알게 모르게 자연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며, 우리들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우리는 현대문명에 익숙해져 살아가고 있다. 빛 공해는 대기나 물 오염과는 달리 불을 끄면 쉽게 해소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가정과 상가, 백화점, 공장, 가로등, 스포츠 구장의 조명, 네온사인, 차량 불빛 등 곳곳에서 나온다. 밤이 돼도 대낮처럼 환하다.

이 도시에서 칠흑 같은 어둠을 한 번 경험해 볼 수 있을까? 언제 또렷이 별빛 한 번 쳐다 볼 수 있을까?

세계 인구의 60~70%는 별빛을 보지 못하고 살고 있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에 밀집해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명의 상징이기도 한 인공 빛, 그 화려한 이면에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이 가벼운 것이 아니기에 세계 각국에서는 인공조명, 빛에 대한 규제책을 내놓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빛 공해를 방지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이 잠을 자고 있는데 미량의 빛이라도 있다면 숙면을 취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멜라토닌 생성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가 흥미롭다. 수면 중 미량의 불빛이라도 켜져 있으면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이 40% 정도 증가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는 유방암 발생을 억제하는 멜라토닌이 생성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연의 시계로 돌아가자!

가장 지혜롭게 사는 것은 자연법칙, 즉 자연의 시계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어 충분한 숙면으로 재충전하여 다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에 좋은 밥상을 차려서 먹고,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일을 하면 세상은 그런 대로 살만할 것이다.

현대 문명이 빚어낸 많은 상처들이 부메랑이 돼 우리들을 향해 오고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내 사랑하는 아들·딸들에게 문명의 상처를 그대로 안겨줄 것인가, 아니면 건강하고 행복한 공간으로 넘겨줄 것인가? 우리는 또 하나의 선택에 직면해 있다. 결국 세상이 바뀌기를 기다리기 전에 나부터 바꾸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 당장 가능한 한 불을 끄자.

문종환 칼럼니스트  diegest@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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