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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의 건강비결] 췌장 이식의 최고 명의!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한덕종 교수2017년 08월 건강다이제스트 숲향기호 18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첫 번째가 있어야 두 번째도 있고 세 번째도 있다. 그런데 그 첫 번째로 나서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누군가의 생명이 달려 있다면. 국내를 넘어 세계적 췌장·신장이식 권위자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외과 한덕종 교수도 그랬다. 한덕종 교수는 아직도 국내 최초로 생체 췌장 이식 수술을 했던 그 날이 생생하다. 어마어마하게 긴장됐다.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 췌장 이식 프로그램을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 가족과 동료의 기대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세상이 떠들썩했다.

당뇨병 환자에게 새 희망이 열린 거였다. 그로부터 25년이 흘렀지만 한덕종 교수는 별로 변한 것이 없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은 수술실에서 살고 나머지 요일은 진료하며 지낸다. 68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빡빡한 일정이다. 지금도 인생의 황금기를 사는 한덕종 교수의 건강 이야기를 들어본다.

생명을 이식하는 의사의 길

신의 한 수! 소아당뇨병으로 29년 동안 투병하다가 2015년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한 최 모 씨는 한덕종 교수를 만난 것이 ‘신의 한 수’였다고 했다. 하루에 3번 이상 인슐린 주사를 맞고, 혈당 검사를 5번 이상 해야 했던 최모 씨는 이식을 통해 비로소 당뇨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최모 씨처럼 신의 한 수를 겪은 사람이 적지 않다. 한덕종 교수는 국내 췌장 이식의 67%를 차지하는 352명의 환자에게 췌장 이식을 했으며, 신장 이식은 국내 최다 건수인 4664례를 달성했다(2017년 2월 기준).

한덕종 교수가 처음부터 췌장 이식에 뜻을 둔 것은 아니었다. 의사가 되고 한동안은 신장 이식을 주로 했다. 그러다 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췌장 이식 임상경험을 쌓은 후 1992년 국내 최초로 췌장 이식 수술에 도전했다.

“제 첫 췌장 이식 수술 환자는 1형 당뇨병을 앓고 합병증으로 눈이 거의 먼 30대 초반의 여성 환자였습니다. 그분이 저한테 ‘제가 첫 췌장 이식 환자인 것을 압니다. 그래도 교수님이 성공할 거라고 믿고 수술 받겠습니다.’라고 말씀하던 게 기억납니다. 그 환자의 용기가 헛되지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

당뇨병 환자의 인생을 바꾸는 췌장 이식 수술에 처음으로 도전한 의사, 그리고 그 의사를 믿고 첫 수술을 받은 환자. 두 사람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수술 결과가 증명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이후 한덕종 교수는 신장 이식과 더불어 췌장 이식 수술에도 본격적으로 매달리게 된다.

이식의 부정적 인식을 바꿔야

가보지 않은 길은 누구나 부담스럽다. 한덕종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하루에 몇 번씩 인슐린 주사를 맞고도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당뇨병 환자의 고통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우리 몸의 췌장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분비한다. 당뇨병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가 적거나 인슐린이 정상적인 기능을 못 해 혈당이 높아지는 병이다. 고혈당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신장이 망가지고, 눈이 멀어가고, 궤양이나 괴사로 발을 절단해야 하는 등 심각한 합병증이 오게 된다. 그래서 당뇨병은 합병증이 무서운 병이라고 한다.

보통 1형 당뇨병이나 먹는 약으로 혈당 조절이 안 되는 경우에는 인슐린 주사를 맞는다. 그래도 혈당 조절이 안 되면 췌장을 바꾸는 방법이 남는다.

“인슐린 주사를 맞아도 혈당 조절이 안 되고 합병증이 조금씩 진행되기 시작하면 그때 췌장 이식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당뇨병 말고 특별히 아픈 곳이 없다면 이식 전문가에게 이식의 장단점 등을 자세히 상담해보길 권합니다.”

췌장 이식 수술이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수술인 것은 맞다. 수술이 잘 끝나도 거부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하고 관리도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당뇨병은 지속될수록 심각한 합병증이 온다. 이미 합병증 때문에 망가진 신장, 눈, 발 등은 그때 가서 췌장 이식을 해도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췌장 이식을 하면 당뇨병 완치라는 희망이 열린다. 인슐린 주사를 끊고 합병증 진행도 멈추게 되는 것이다.

한덕종 교수팀은 95%에 이르는 췌장 이식 성공률을 자랑한다. 췌장 이식이라면 무작정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당뇨병 치료의 한 가지로 고려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한덕종 교수는 췌장 이식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당뇨병 치료법의 한 가지로 보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등산과 휴식이 체력 유지 일등공신

한덕종 교수는 신장과 췌장 이식 수술로 새 삶을 찾은 환자를 보면 체력 관리를 게을리할 수 없다. 수술은 체력이 따라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후배 의사들이 있지만 췌장 이식 수술의 대부분은 한덕종 교수가 집도한다. 수술 예약도 8월까지 꽉꽉 찼다. 다행히 타고난 건강 체질이라 일흔이 코앞인 지금까지 건강 때문에 수술을 못 하는 일은 없었다. 술, 담배는 안 하고 뭐든지 잘 먹으면서 건강하게 지내왔다.

“토요일은 검단산으로 등산을 갑니다. 심장에 부담이 가도록 숨이 차게 움직여야 운동 효과가 있는데 오르막을 오르는 등산은 그래서 좋은 운동입니다. 또 산은 일단 올라가면 정상까지 가고 싶고, 만약 올라가느라 지쳐도 집에 가려면 내려와야 하니까 반강제로 운동해야 합니다. 러닝머신은 지치면 꺼버리기 쉽지만 산에 가면 충분히 운동하기 좋습니다.”

등산과 함께 한덕종 교수가 지키는 건강 원칙은 일할 땐 열심히 하고 쉬어야 할 때는 꼭 쉬는 것이다. 피곤하면 몸을 위해 푹 쉬고 잠도 잘 잔다.

지금은 일주일에 수술하는 날이 이틀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3일은 꼬박 수술만 했던 한덕종 교수다. 밤새 수술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수술하는 외과의사가 다 그렇듯 한덕종 교수도 수술하는 날이든 아니든 늘 긴장의 연속이다. 이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쉴 때 쉬고 잘 때 잘 자는 습관이었다. 스트레스를 술이나 담배로 풀지 않고 휴식과 잠으로 건강하게 푸는 습관 덕분에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이식수술이라는 험한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길을 준비하고 있다.

▲한덕종 교수는 쉴 때는 쉬고, 잠을 푹 자는 것을 건강비결로 꼽는다.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택한 나눔

한덕종 교수는 사단법인 의료지도자협의체(Medical Leaders Corporation, MLC) 회장이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중국 감숙성, 베트남 빈딩성 등을 대상으로 교육 중심의 국제의료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지도자협의체는 저처럼 정년퇴임한 의사들이 중심이 되어 재능기부를 하려고 만든 보건의료 NGO입니다. 나이 들면 환자를 볼 수는 없어도 의술은가르칠 수 있으니까요. 더 많은 사람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죠.”

병원에서도 한덕종 교수는 의료인의 귀감이 되고 있다. 매년 스승의 날이면 많은 편지와 카네이션을 받는다. 올해도 감사 편지의 내용은 환자를 사랑하고 위하는 한덕종 교수를 본받겠다는 일색이었다.

췌장 이식 분야 선구자에서 시작해 어느덧 닮고 싶은 의사가 된 한덕종 교수. 오늘도 그는 수술실에서 새로운 희망을 이식하고 있다.

정유경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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