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핫이슈] ‘안아키’ 논란으로 불붙은 자연요법과 현대의학 조화로운 화해법

【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인터넷 카페)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시민단체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이 안아키 운영자인 대구 모 한의원 김모 원장과 일부 회원 등 70여 명을 의료법 위반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청에 신고했다. 왜 이런 사태가 일어났을까? 이 즈음에 ‘나는 내 건강과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해왔나?’하고 한 번쯤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자연요법의 근간을 이루는 것들

‘안아키’는 과도한 병원진료를 거부하고 자연치유를 강조하는 부모가 모인 곳으로 한 한의사가 2013년 개설한 온라인 카페이며, 회원 6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카페에서는 자연주의 치유법 정보를 공유한다. 아이가 아플 때 약 처방을 가급적 자제하고, 자연치유로 병을 이겨내고 면역을 키우자는 것이다.

먼저 한 가지 정리할 것이 있다. 자연요법의 개념부터 알아보자. 자연요법이란 화학요법이나 외과요법 등을 주류로 하는 현대의 임상의학과는 상이한 요법으로서, 신체 각 기관이 본래의 기능을 최대한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요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신(新)히포크라테스주의를 반영하는 생리학이나 생태학은 인간 고유의 소질과 환경을 지킨다고 하는 입장에서 자연요법을 중시한다. 따라서 자연요법은 민간요법이나 대체의학과는 다르다.

다음의 내용은 자연요법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다.

● 신선한 유기농식품과 전통발효음식을 밥상에 많이 올려라.

● 해가 뜨면 일어나서 적절히 활동하고 해가 지면 가능한 일찍 잠을 자라.

●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생활하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 자외선에도 불구하고 적절히 햇볕을 쬐는 것은 필요하며, 숲길을 산책하는 것도 생체 치유력에 도움이 된다.

● 질병 발생의 근본원인을 파악하고 그 원인 제거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 필요한 경우 물리적인 방법, 예를 들어 침, 뜸, 수(水), 햇볕 등을 활용하여 치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 들과 산에서 나는 풀과 나무의 꽃, 열매, 뿌리 등이 질병 치유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 비자연적인 물질이나 방법은 가능한 적용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응급조치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최소한으로 처리한다.

이러한 기본 내용을 바탕으로 한 자연요법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 한의학은 자연요법에 가까우며, 유럽이나 캐나다의 오스테오파시, 카이로프랙틱, 자연식요법은 병원치료와 병행되는 경우가 많고, 미국의 경우도 현대의학이 자연요법과의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 세계의 흐름은 자연요법을 배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현대의학과의 조화를 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연요법에 눈 돌리는 사람들, 왜?

세계적인 석학 앤드류 와일 박사는 “의사는 질병에 대해서는 해박하지만 건강에 대해서는 무지하다.”고 말했다. 이 말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동안 질병의 증상을 해소하는 데만 골몰한 결과 우리 몸이 스스로 질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는 인색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몸의 면역력이 급속히 떨어져 도저히 약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과잉진료와 과잉처방이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하는 반성도 동반돼야 할 것이다. 처방한 약에만 의지하여 스스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면역력을 향상시킬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음에 대한 자성도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약 안 쓰고 아이 키우자는 ‘안아키’의 기본 콘셉트는 일견 이해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아이가 감기가 걸렸다고 하자. 우리는 가장 먼저 감기약을 처방 받기 위해 병원에도 가고 약국에도 간다. 그런데 처방받은 약을 복용해도 아이가 바로 낫지 않는다. 약을 먹어도 일주일, 안 먹어도 일주일이란 말이 나온 이유도 곱씹어 봐야 한다. 내 아이의 면역력이 감기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함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감기약을 사 먹이느라 호들갑을 떨지 않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극단적 자연요법은 경계 대상

그런데 문제가 있다. 극단적 자연요법 실천가에 관한 얘기다. 물론 이렇게 극단적인 자연요법 애호가가 된 이유는 있을 것이다. 병원치료로 듣지 않던 많은 질병들이 자연요법으로 성공적인 치유에 이르게 한 것이 자연요법 극렬 지지자가 됐을 것임은 당연하다.

이런 경험을 하지 않고 현대의학적인 지식만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자연요법 맹신자들이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치유 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상, 흔히 말해서 호전반응(명현반응)이 부작용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안아키’ 사태가 발생한 도화선도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한 아이의 흉측한 몰골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자연요법에서는 많은 경우 치유 과정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의료계, 혹은 보통의 사람들은 치유의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해 이것을 병의 악화, 혹은 잘못된 치료방법에 의한 부작용으로 판단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칙적인 자연요법을 실천했다면 이러한 부작용과 비슷한 증상은 대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완화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치료와 병행하여 치료하는 것이 좋을 때가 많다. 찰과상이나 교통사고 등 긁히고 깨지고 한 경우에는 병원에서 응급조치부터 받는 것이 좋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하기 위해서다. 의사의 신속한 처치를 요구하는데도 자연요법을 한답시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의료선택의 자유는 인정해야

우리는 건강 혹은 질병의 치료를 위해서 다양한 선택과 행동을 할 수 있다. 그것이 병원치료일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 자연요법 혹은 생활요법일 수도 있다. 또한 민간요법이나 대체요법일 수도 있다.

통상적으로 현대의학의 치료 성과가 좋다면 모두 현대의학의 진료와 처방을 받아야 하겠지만 아토피 등 만성질환의 대부분에 대한 치료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서게 되고 ‘안아키’와 같은 사태도 일어났을 것이다.

다만 자연요법을 사용함에 있어서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서 적용하는 것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먹는 것과 생각하는 것, 활동(운동)하는 것, 천연물질을 활용하는 것, 절제하는 것, 원리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 등 복합적이고 종합적 접근이 필요한데 대체로 이러한 점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편협한 지식이 때로는 자신과 가족을 망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약 안 쓰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며, 약을 안 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지혜를 담아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간요법·대체요법과 구별되는 자연요법

나와 내 가족이 어떤 질병에 걸렸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질병이 발생하면 병원에서 해결해 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으로 치료에 임하지만 증상이 나아지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로는 약에 얽매여 약으로 사는 삶을 만들기도 하고 약을 중단하면 마치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이럴 경우는 스스로 약,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약을 중단하려는 노력 없이는 평생 약을 복용하며 살아야 하고, 약의 장기 복용에 따른 부작용 등의 위험부담을 안고 살아야 하는데 과연 그것이 현명한지는 각자 선택할 일이다.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질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말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자연요법도 이 같은 토대 위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인체의 생명 메커니즘인 생체항상성, 면역력, 자연치유력을 발현하여 스스로 질병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자신을 돕는 행위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바꾸고 움직이지 않으면 어떤 질병에서도 완전한 치유에 이르지 못한다. 몸과 마음의 완전한 치유를 돕는 우리 자신의 행위가 무엇인가는 스스로 판단해야 할 일이다.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활동을 하며 살 것인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할 몫이다.

문종환 칼럼니스트 diegest@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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