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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에세이] 봄의 생명수 고로쇠 물

【건강다이제스트 | 김덕종 한의학박사】

고로쇠 물 유감

야간열차에 몸을 싣고 도시를 떠난 것이 3월 10일이었다. 봄을 재촉하듯이, 우리의 남행열차 길에는 보슬보슬 비까지 내려주었다. 구례역에 도착하여 해장국을 먹는 사이에 어슴푸레 날이 밝았지만, 빗줄기는 더욱 굵어져 산행을 망설이게 했다.

비포장 산길을 달려 목적지인 지리산 부근의 백운산 도장동에 도착한 것은 이른 아침. 고도가 높아지니 보슬비는 눈발로 변하였고, 하얗게 쌓인 눈은 온 산을 덮어 봄은 아직 그곳에 이르지도 못하고 있었다.

두어 시간을 올라가다가 길을 잃고 눈 속을 헤맨 끝에 하산하게 되었는데, 일부러 계곡 길을 택하였다. 여기서는 긴 호스와 물주머니를 주렁주렁 차고 있는 고로쇠나무를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음, 저렇게 하는 거로군!’생각하며, 마을까지 내려 왔는데, 햇빛에 빛나던 서너 집 눈 덮인 마을은 선경이 따로 없었다. 도를 닦는다는 노인과 아들은 도포에 망건 쓰고, 수염 기른 모습으로 기품 있게 산객을 맞았다. 아! 조선시대가 아직 그곳에 남아 있었다.

이른 점심을 청해 들면서 그분들에게서 '고로쇠 물'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경칩 무렵에 지름이 20~30cm 이상 되는 큰 나무에 상처를 내면 밤에만 수액이 나오는데, 그 물을 받아 마시면 당신의 경험으로 위장병에 그만이고 신경통, 관절염, 고혈압, 부인병에 좋으며, 눈병과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손님들이 오면 며칠씩 묶으면서 한사람이 몇 말씩 마시고 간다고 한다. 많이 마시기 위하여 짠 말린 오징어를 먹으며 시간을 보낸단다. 그분들이 내놓은 고로쇠 물은 정말 이상한 맛이었다.

여러 곳의 약수를 마셔보았으나 이 고로쇠 물은 달고 시원한 게 마치 이온음료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얼음이 둥둥 뜬 채로 차게 마시는 고로쇠 물은 이가 시렸다. 찬 걸 그렇게 많이 마셔도 되는지 궁금했는데, 그래도 배탈이 나지 않는 게 특징이란다. 그 물로 씻은 손은 종일 부드러웠다.

“좀 쉬었다 가야지, 그냥 가면 고생 좀 하실 걸….”

만류하는 도인을 뒤로 귀경길을 재촉했다. 아니나 다를까,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소변이 얼마나 자주, 심하게 마려웠던지….

이상적인 음료로 인기

전하는 얘기로는 신라의 한 화랑이 훈련 중 물을 찾다가 화살이 박힌 나무에서 흐르는 물을 우연히 발견하여 마셔보니 갈증이 가시고 상쾌하며 힘이 솟아 이때부터 고로쇠 물을 마시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혹은, 신라 말 도선 국사가 백운산에서 오랜 참선 끝에 무릎이 굳어 펴지지 않았는데, 나무를 붙들고 일어나다 가지가 찢어졌고, 거기서 수액이 많이 나와서 이를 마시고나니 무릎을 펼 수 있게 되었다 하여 신경통, 관절염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지게 되었고, 이에 ‘뼈에 이로운 나무’라는 뜻으로 '골이수(骨利樹)'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나무의 수액을 약용으로 사용하는 예는 많지 않다. 소나무 진을 상처에 발라 외용약으로 썼고, 수세미의 수액을 축농증이나 천식에 이용한 정도다.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마시는 것은 지리산 일대에서 잘 알려진 민간요법이다. 그러나 이것은 순수한 우리나라 전통 민간요법이며 한약으로 쓰이거나 처방된 기록은 없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과에 속한 것으로 고로쇠 물은 매이플 시럽의 원액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수액에는 나무가 생장하는데 필요한 다량의 영양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고로쇠 물은 97%의 수분 외에 포도당, 자당, 과당 등 당분과 풍부한 미네랄이 주성분이다.

미네랄은 칼륨, 칼슘이 대부분이며 불소, 망간, 철 등이 있고, 기타 아미노산, 비타민 A·C 등을 함유한다. 자연수에 비하여 칼슘 함량이 3~40배, 칼륨 함량이 1~20배 높아 이상적인 음료수가 될 수 있다. 그 성질은 약간 차고, 단맛이 있으나 독은 없다.

이러한 고로쇠 물은 위장병, 신경통, 관절염, 당뇨병, 고혈압, 부인병, 안질, 피부병 등에 좋으며 치질, 소변장애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즉, 겨울철 축적된 내열로 인한 위완통이나 소화장애, 관절의 부종과 통증, 갈증을 나타내는 당뇨병, 얼굴의 열감을 느끼는 고혈압, 내열로 인한 부인과 염증이나 눈의 피로나 안구충혈, 피부건조증, 열성 변비, 소변장애 등에 유효할 수 있다.

고로쇠 물은 차게 마시는 게 좋다고 하며, 많이 마셔도 배탈이 나지 않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뇨작용이 강하므로 이동 중에는 삼가고, 몸이 허하고 냉한 사람은 짧은 시간에 과음하지 않도록 한다. 조금씩, 시간을 두고 계속 마시는 게 탈이 없고 효과적이다. 또, 수액 중에는 영양물질이 있어 수액을 변질시킬 수 있으므로 장기 보존은 좋지 않다.

특히 고로쇠 잎은 지사, 지혈 작용이 있고, 고로쇠나무의 껍질은 타박상, 관절통과 골절에 이용되기도 한다.

김덕종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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