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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특집] 헬리코박터 균 전문가 4인방 릴레이 심층 분석 - 헬리코박터 균 죽일까? 그냥 둘까?2013년 07월 건강다이제스트 휴식호

【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강한 위산에도 끄덕없는 참 이상한 세균. 각종 위장질환의 발병에 깊숙이 관계돼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우리 몸에는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균.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러한 헬리코박터 균은 심심찮게 논쟁의 중심이 되곤 한다. 분명 해로운 균이고 나쁜 균이다. 그런데 그 대처법은 천차만별이다. 보균자로 확인되면 없앨지, 그냥 둘지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구조다.

의학계의 입장도 의견이 분분하다. 발견 즉시 제균해야 한다는 쪽과 그냥 두고보자는 쪽으로 양분돼 있다. 그래서 마련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국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 연구의 산실로 알려진 대한상부위장관 헬리코박터학회(회장 박수헌)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고 전문의 4인방이 밝히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의 실체에 대해 알아본다. 

PART 1. 헬리코박터 균 발견에서 현재까지

 【건강다이제스트 | CHA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소화기센터 함기백 교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의 발견은 위장질환의 치료에 있어 일대 전환기가 마련된 대사건임에 틀림없다. 위장질환의 많은 부분이 베일을 벗게 됐고, 치료에도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됐다. 이러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은 1994년 국제암위원회(IARC)로부터 암을 일으키는 명확한 원인균으로 규정되기도 했다.

베일 벗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

필자는 대학 77학번인 의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인 58년 개띠다. 격랑의 현대사를 살아왔고, 앞 세대인 장년층보다는 나름 문명과 문화의 혜택을 조금 본 세대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풍요한 편리함을 누리게 해준 일꾼으로 평가를 받는 세대다.

같은 맥락에서 필자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위장학(胃를 전공하는 학문)을 전공하던 80년대 위장병은 한국인의 대표질환이었다. 당시의 매체광고 대부분이 위장약(파란 병의 위장약 암포젤, 노르모산 등) 광고였을 정도로 이즈음 위장병은 온 국민병이라 할 정도였다.

이렇게 위장병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치료 약제가 부족했던 시기였다. 겨우 위통, 속쓰림, 소화불량을 개선시켜 주고, 명확하게 위산 분비 등에 관한 의학지식도 많지 않아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이 지속되고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을 권하던 시절이었다.

이러한 때에 괄목할 만한 발견이 바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라는 세균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었다. 이 세균은 위 속에 살고 있으며, 이 균주로 인하여 위염이나 위통은 물론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심지어 위암까지도 발생한다는 사실은 훨씬 시간이 지난 1990년 중반기에야 인지를 하게 된 사실이다.

1990년 이전에는 이 균주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따라서 십이지장궤양이 자꾸 재발하고, 위궤양의 합병증이 생겨 출혈이나 천공 등이 발생하면 모두 대책 없이 수술을 하거나 환자가 관리를 잘못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바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이 위속에 살고 있고, 이 균에 의하여 각종 위장병은 물론 위장병 이외의 일부 질환도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게 됐던 것이다. 예를 들어 잘 낫지 않는 만성 두드러기, 혈소판 감소증, 편두통, 철결핍성 빈혈 등도 이 균을 없애면 완치가 되는 것으로 밝혀졌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괄목할 만한 사실은 헬리코박터 균 감염은 위암을 일으키는 나쁜 세균이므로 혹시 이 균주를 모두 제거하면 위암도 예방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게 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1994년 국제암위원회(IARC)는 여러 가지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이 암을 일으키는 명확한 원인이라고 단정하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헬리코박터 균 치료를 둘러싼 여러 사실들

이쯤에서 독자들은 ‘헬리코박터 균을 모두 없앨 수 있으면 위암을 포함한 모든 위장병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에 걸맞는 여러 연구 결과들도 발표돼 있고, 균을 제거할 수 있는 많은 약제도 개발이 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에 대한 반박으로 헬리코박터 균을 제거해도 암 발생은 생각 이상으로 줄지 않는다는 데 있다. 즉, 개인차도 있고, 또 언제 균을 제거해야 하는지, 특히 균을 없애고 난 후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런 탓에 헬리코박터 균에 대한 입장은 그리 단순하거나 쉽지만은 않다는 게 의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우리가 정확하게 알아야 할 것은 꼭 균을 없애야 하는 기준에 대한 명확하고 증빙된 가이드라인일 것이다.

학계에서는 ▶위십이지장 궤양이 발생하거나 ▶발생 후에도 자꾸 재발하는 경우 ▶출혈 등의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에는 반드시 헬리코박터 균이 없어질 때까지 철저하게 제균요법을 시행할 것을 권한다. 물론 이때는 의료보험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말토마(MALToma)라는 위종양이나 위선암이 병발된 경우에도 위암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균을 권장하고 있다.

이외의 경우, 즉 ▶속쓰림을 동반한 기능성 위장장애 ▶만성 표재성 또는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등이 진단된 경우에는 일부의 환자에서는 헬리코박터 균을 박멸시키면 분명히 임상 증상이 호전이 되는 등 이득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현행 규정상 임의급여로 본인이 희망해서 의사의 권고로 시행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약제는 물론 치료 수용도 본인이 부담하고 또 결정해야 한다. 이에 대한 득실은 앞으로 좀 더 깊은 연구와 합의가 모아져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생활습관이 건강한 위 건강을~

최근에는 평균수명이 남녀 공히 80세를 넘게 산다. 그런 때문일까? 많은 노인환자들이 심장질환이나 순환기질환으로 항혈소판제제를 복용한다든가, 퇴행성 골관절염 등으로 진통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

이럴 경우에는 헬리코박터 균이 위장관 염증이나 합병증의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또 위암은 모두 유전이 되는 암은 아니지만 위암 가족력이 있는 집안의 경우에는 대개 암 발생에 유리한 유전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다. 먹는 식습관도 유사하기에 마치 유전이 되는 듯 위암이 많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 설상가상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까지 동반되어 있다면 이는 분명히 암 발생을 높이는 인자이므로 가급적 검사 후에 보험이 안 되더라도 제균을 권고하는 편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에는 비교적 위생환경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위암이 많이 생기고, 아주 발달된 의료기술에도 불구하고 위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제일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비교하면 3위 정도 된다.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 일본 정부는 2013년 2월 21일 과감한 결정을 했다. 즉 지금까지의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암 발생률 및 사망률이 줄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세계 수위인 현실에서 마지막 기대를 걸고 위염과 동반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을 모두 제균시키는 치료지침을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반대나 우려에도 불구하고 위암을 줄여보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인 셈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당장 일본의 의견을 따라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위 질환에 관한 헬리코박터 균의 치료 성과는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만성적이고 재발하는 위십이지장 궤양, 위암의 치료 전후나 가계력이 있을 경우 반드시 제균을 하자. 그리고 나머지 관련 질환은 조금 지켜보자는 것이 우리나라 의학계의 지침이다.

그러나 이때 중요한 사항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 이외에도 위질환을 일으키는 잘 아는 요인들에 대한 주의는 꼭 필요하다. 짠 음식, 술, 담배, 스트레스 등은 위질환의 위험요소로 규명되어 있으므로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된다.

또 하나! TV를 보다보면 여러 가지 음료나 기타의 방법으로 헬리코박터 균을 조절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러한 음료나 기타의 방법은 그러한 희망을 담아서 개발한 보조제이다. 치료제로서 과분한 의미를 두면 안 된다. 또 이것에만 의지해서도 안 된다.

물론 최근에 이르러 날로 발전하는 식품개발 기술이나 과학의 발달로 머지 않은 장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도 제어하면서 장기간 위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과학으로 규명된 기능성 식품이나 기타의 방법도 선보일 것이다. 지금 활발하게 연구 개발 중에 있으나 지금으로선 “건강한 생활에서 건강한 위 건강이 지켜진다.”는 불멸의 진리를 강조하고 싶다.

허미숙 기자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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