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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의 건강비결] 치매 연구의 대가 건국대학교병원 한설희 병원장2013년 05월 건강다이제스트 푸르름호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평생~교육으로 치매 예방하세요!”

치매의 역습을 예감하다!

알츠하이머. 모두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가장 흔한 치매의 한 종류다. 그런데 한설희 원장이 의대생일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알츠하이머로 확정된 사람은 없다고 여겼다. 그만큼 당시 치매에 관해서는 깊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젊은 의사 한설희 원장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치매를 선택했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빠른 일본은 이미 치매에 대한 관심이 커져 있었고,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래서 미국 듀크대 알츠하이머병 연구소에 근무하며 치매 연구에 매진했다. 귀국한 후로는 치매를 연구하는 젊은 교수들과 대한치매연구회를 만들었다. 이 대한치매연구회가 모태가 되어 2002년에는 대한치매학회가 설립됐다. 대한치매학회가 설립될 당시에는 200명이었던 회원이 지금은 2000명이 넘었다. 그만큼 치매에 대한 관심과 연구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말이다.

“치매는 뇌의 신경세포가 70~80%까지 없어져야 인지기능 장애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병입니다. 사실 치매는 금방 생기는 병이 아니에요. 적어도 20~30년 전에 망가지기 시작해서 서서히 진행되는 거지요.”

뇌는 다른 장기와 달리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안 된다. 대부분 신경세포가 20~30%밖에 안 남았을 때 그제야 치매인 줄 알게 된다. 그래서 치매는 치료제 개발도 어려운 병이다. 감기처럼 증상을 완화시키는 수준의 치료제밖에 없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병. 이 때문에 누구나 치매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두려운 만큼 예방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치매, 두렵다면 예방이 답!

한설희 원장은 치매를 ‘생활습관병’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당뇨병, 고혈압, 비만 등과 같이 나쁜 생활습관 때문에 생긴 병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건강에 좋은 습관을 유지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른 생활습관병처럼 치매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치매의 위험인자를 없애고 그 자리에 좋은 습관을 채워 넣으면 됩니다. 예를 들어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일삼고, 고혈압·당뇨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 등이 치매를 유발하는 위험인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천억 개 이상의 뇌신경 세포들을 가지고 태어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매일 10만 개 정도의 신경세포들이 죽어나간다. 그런데 혈관질환을 치료하지 않고, 과음과 흡연을 낙으로 삼으면 10만 개가 아닌 수십만 개, 수백만 개의 신경세포가 죽는다. 과도한 스트레스, 심한 머리 충격도 많은 신경세포를 없앤다. 처음에는 워낙 신경세포의 수가 많아서 별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이것이 수 년, 수십 년 반복되면 뇌신경 세포는 확연히 줄어들고, 이윽고 치매로 치닫는 것이다.

“앓고 있는 혈관질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뇌혈관질환뿐 아니라 치매 확률도 배로 높아집니다. 반드시 빨리 치료하세요.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건강하게 드셔야 합니다. 그리고 어른들도 왕따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혼자 있으면 뇌의 네트워크가 단순해지거든요. 단순한 네트워크는 뇌를 치매로 몰고 갑니다.”

외국어 공부로 뇌를 건강하게~

한설희 원장은 한 번 치매에 걸리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료실에서는 언제나 따뜻한 말로 치매 환자를 격려한다. 또한 치매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환자에게 외국어를 배우라고 권한다. 성인이 된 후 다른 나라 말을 배우면 모국어를 쓸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과 전혀 다른 곳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문화센터, 복지관 등에 어르신을 위한 중국어, 일본어교실이 많이 개설되어 있으니까 그런 곳을 이용해도 좋아요. 사람도 만나고 공부도 하고 일석이조죠. ‘이 나이에 외국어를 어떻게 해?’ 라는 생각은 마세요. 배우고 금방 잊어버려도 괜찮습니다. 사용 안 하던 뇌의 영역을 골고루 쓰게 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한설희 교수는 이렇게 열심히 뇌를 활성화시키면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

오페라 좋아 이탈리아어 삼매경

환자에게 외국어 공부를 강조하는 한설희 원장. 그도 항상 외국어 공부에 푹 빠져 있다. 예전에는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을 배웠고, 요즘에는 이탈리아어와 한자를 공부하는 중이다. 병원장실의 스케줄 표에는 화요일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이탈리아어 학원에 가야 한다고 적혀 있고, 책상에는 또박또박 한자를 따라 쓴 연습장도 여러 권이다. 뇌를 골고루 발달시키기 위해 읽는 전공과 무관한 책들도 꽤 눈에 띈다.

그나저나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의사. 좀 의외다. 왜 많고 많은 외국어 중에 이탈리아어일까?

“뇌에 안 좋은 스트레스는 바로 풀어야 하는데 저는 오페라로 스트레스를 풀어요. 리브레토(대본집)가 있긴 하지만 오페라를 보면서 바로 어떤 내용인 줄 알고 싶어서 이탈리아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이 대목에서는 한설희 원장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설희 원장은 술을 잘 못한다. 그럼에도 레드 와인 속 뇌 손상을 예방하는 성분을 연구할 때는 와인에 대해 더 깊이 알기 위해 와인 스쿨에 다녔다. 배움과 치매 연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그다.

무언가를 배우고 연구할 때도 좀처럼 ‘꼼수’나 ‘요령’을 부리는 법은 없다. 외국어를 배워도 문법부터 꼼꼼하게 배운 다음에 회화를 배우는 식이다.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병원장

이제 병원장으로 취임한 지 4개월. 병원 경영으로 정신없이 바쁠 법도 한데 한설희 원장의 얼굴에는 활기와 여유가 묻어난다. 자신에게 맞는 신념대로 살아서 스트레스가 비껴가는 탓이다.

“제가 충청도 사람이어서 그런지 더디게 가도 제대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병원 경영도 혁신이 아닌 점진적 개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길게 보면 그게 좋은 방법이라고 보거든요.”

이제 병원을 찾는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심어야 하는 한설희 원장. 지금처럼 환자와 보호자를 가족처럼 보듬는 따뜻한 가슴을 유지하는 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

TIP. 건국대병원 한설희 병원장이 추천하는 치매를 예방하는 건강밥상

1. 매일 매일 드세요!

– 현미나 통밀처럼 정제가 덜 된 곡식
– 제철 과일과 싱싱한 채소(색이 짙은 채소와 과일은 더 좋아요!)
– 견과류, 발효식품
– 물 1.5리터 이상, 붉은 포도주 1~2잔

2. 일주일에 한두 번 드세요!

– 등푸른 생선, 닭 가슴살

3. 한 달에 한두 번만 드세요!

– 육류

정유경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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