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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의 건강비결] 국내 1호 중독 명의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남궁기 교수2013년 01월 건강다이제스트 희망호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올해부터 술 안 먹는 송년회·신년회 하세요!”

웃음이 좋은 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좋은 줄 알면서도 웃고 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알코올 중독 치료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남궁기 교수. 그는 진료실에서 개그맨이나 실없는 사람이 되곤 한다. 자신의 진료실에 들어온 이상 환자가 한 번은 웃고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불러온 훈훈한 장면이다. 주변 사람의 비난에 익숙해진 중독 환자들은 그를 만나 모처럼 웃음꽃이 핀다. 의사의 도움 없이 쉽게 고치기 힘든 중독 질환. 병원에 가는 게 두려운 중독 환자들. 그래서 남궁기 교수는 유머와 칭찬으로 무장하고 환자를 기다린다.

괴로워도 술 찾으면 중독!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알코올 중독은 대략 이렇다. 술에 빠져서 일도 안 하고 집에서 술만 마시는 사람, 술 냄새 풀풀 풍기는 기차역의 노숙자, 매일 술에 취해 부모·어른도 못 알아보고 난동을 부리는 사람…. 심각한 알코올 중독의 비참한 모습이다.

나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고 술을 즐겨 마시는 것뿐이니 괜찮다고? 오해하지 말자. 우리 주변에도 가벼운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많다.

“술을 먹고 들어갈 때마다 아내와 싸우는데 그래도 또 술을 먹는 사람, 술을 마신 다음 날에는 컨디션이 안 좋아 업무에 지장을 주는 데도 또 술을 먹는 사람도 정도가 가벼울 뿐이지 모두 알코올 중독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나와 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라고 생각하시죠? 그런데 술 때문에 그것을 포기했다면 그것이 바로 중독입니다.”

술 때문에 자신의 건강·가족·직장·사회생활·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겨도 술을 마신다면 알코올 중독으로 봐야 한다. 아직 비참해지기 전인 ‘우아한’ 알코올 중독인 것이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은 없다!

술을 먹기 싫지만 직장 상사가 술을 마시자고 해서 또는 인간관계 때문에 술을 먹는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영업을 하기 위해서 꼭 술이 필요하다는 사람도 있다. 남궁기 교수는 그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과연 상사는 술을 잘 마시는 직원을 정말 좋아할까요? 자신이 술을 좋아해도 술 때문에 지각하고 업무에 지장이 있는 직원을 좋아할 리는 없습니다. 술을 잘 마시면 술자리 분위기가 좋은 거예요. 단지 그것뿐인데 자신을 좋아하고 업무적으로도 인정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거지요.”

술자리를 주도하고 술을 잘 먹지만 다음날까지 해롱해롱하는 사람을 승진시킬까? 술은 안 마셔도 일 잘하는 사람을 승진시킬까? 결론은 뻔하다.

정 술을 안 먹어서 사회생활이 어렵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같이 운동을 할 수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준비할 수 있다. 남들이 싫어하는 일을 자발적으로 하는 사람은 술을 안 마셔도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영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한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술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데 술을 안 마시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영업을 한다는 걸까요? 그건 아니지요. 술을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데 꼭 마셔야 한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는 거라고 봅니다.”

만약 진짜 술을 안 마시고는 일을 할 수 없다면 그 일을 계속 해야 할지 잘 생각해야 한다. 건강은 곧 자신과 가족의 행복이다. 그것을 돈과 바꿀 순 없는 일이다.

자꾸 문제가 생겨도 술을 찾게 된다면 스스로도 알코올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알코올 중독은 스스로 치료하기 어려우므로 전문가와 가족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알코올 중독 치료는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아주 힘든 여정입니다. 하지만 길안내(의사)를 해주고 짐을 같이 들어주는 사람(가족), 그리고 오르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정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전 몸매 소유자

술을 가까이하면 잃을 것이 많다는 것을 잘 알아서일까? 남궁기 교수는 술을 잘 안 마신다. 가뭄에 콩 나듯이 마실 때도 있지만 와인 한 잔을 비우면 더는 잔을 들지 않는다.

남들이 술을 마시는 저녁 시간, 남궁기 교수는 운동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외길 운동인생을 산 지 10년이 넘었다.

“10여 년 전에는 스트레스성 두통이 아주 심했어요. 진통제가 없으면 살기 어려웠죠.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온 후로는 거짓말처럼 두통이 없어졌어요.”

남궁기 교수는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6번 이상 하루에 1시간씩 운동을 한다. 원래 7~8년 동안은 하루에 1시간씩 주구장창 걸었다. 그랬더니 서서히 무릎에 무리가 가서 이제는 30분은 걷고, 30분은 자전거를 탄다.

운동을 안 하면 숙제를 안 한 것처럼 찜찜하고, 운동을 하고 나면 숙제를 마친 것처럼 기분이 좋다. 이런 기분 때문에 운동에 중독됐다. 그야말로 건강한 중독이다.

그래서 둥글둥글한 얼굴 뒤에 반전 몸매가 숨어 있다. 축구선수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한 ‘말벅지’다. 10년 넘게 걷고 자전거 페달을 굴리다 보니 저절로 허벅지가 두꺼워졌다. 심지어 바지를 고를 때는 허리가 아닌 허벅지에 맞춰서 산다.

남궁기 교수의 건강한 중독은 한 가지 더 있다. 현미밥과 나물 반찬이다.

“저는 원래 현미밥을 좋아해요.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나이가 들수록 나물이 맛있어요. 아내가 지은 현미밥과 조미료 안 쓰고 무친 나물만 있으면 밥 한 공기는 맛있게 비워요. 그래서 가능하면 저녁은 집에서 먹으려고 노력해요.”

“나도 그래요!”의사

의사로서 첫발을 디딘 85년, 그 당시 남궁기 교수는 주변의 만류에도 중독 치료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중독을 전문으로 고치는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왕에 한평생 의사로 살 건데 소외된 환자를 돕고 싶었다.

이런 그답게 별명 하나도 남들과 같지 않다. 얼마 전 그는 환자에게 자신이 “나도 그래요!”의사로 불린다는 사실을 들었다. 환자를 겁주는 의사는 되기 싫고 안심시키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이런 별명을 만든 것이다. 환자가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하면 “나도 그래요!” “우리 아내도 그래요!” “다 그래요!”란 말이 절로 나온다.

24시간, 단돈 천 원만 있으면 누구나 만취할 수 있는 대한민국. 여기저기서 술잔치가 벌어지는 이맘때가 되면 남궁기 교수의 안타까움은 커진다. “술, 안 마시려면 얼마든지 안 마실 수 있다.”고 강조하는 그의 말을 가슴 속 깊이 새겨야 할 시점이다.

TIP. 나를 슬프게 하는 술! 술! 술과 멀어지는 노하우

1. 가급적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다.

2. 술로 친해지지 말고 운동이나 대화를 하며 친해진다.

3. 술 없이 식사나 문화 활동을 하는 송년회·신년회·회식을 제안한다.

4. 술 잘 마시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착각하지 않는다.

5. 2차, 3차는 제안하지도 가지도 않는다.

6. 스트레스를 술로 풀지 않는다.

7. 잠이 안 온다고 술을 마시지 않는다.

정유경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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