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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의 건강비결] 위암 재발도 이겨낸 주근원 서울대 명예교수2011년 11월 건강다이제스트 황금호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겉옷을 걸어두고 컴퓨터를 켠다. 그 후 인터넷에 접속해 이메일을 확인한다. 이메일을 읽고 답장을 하고 나면 인터넷 뉴스를 클릭해 지난밤 올라온 뉴스를 꼼꼼히 살핀다. 두고두고 보고 싶은 사설이 있으면 마우스로 복사하기와 붙여넣기를 연달아 실행해 한글 문서에 옮긴 후 저장한다.

인터넷 서핑이 어느 정도 끝나면 일기장 폴더를 열어 일기를 쓴다. 어제 한 일, 최근 일어나고 있는 정치, 경제, 문화 이슈 등 일기에 쓰는 내용은 다양하다. 일기 내용을 더욱 알차게 꾸밀 수 있다면 인터넷에서 표, 사진 등도 복사해서 저장한다.

믿기 어렵지만 올해로 94세인 주근원 서울대 명예교수의 아침 일과다. 1918년생인 그가 컴퓨터를 다루는 솜씨는 1988년생 젊은이 못지않게 능숙하다. 서울 연건동에 있는 한국배상의학회에 매일 출근하는 주근원 교수. 그를 지금도 일할 수 있게 이끈 건강비결을 알아본다.

볼펜보다 컴퓨터 자판이 편한 90대

한가위를 며칠 앞둔 한국배상의학회 사무실. 기자가 도착했을 때 주근원 교수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었다. 일기는 매일 오전 일과 중 하나다. 실례를 무릅쓰고 오늘의 일기 내용이 무엇인지 물었다.

“오늘은 안철수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내 생각을 적고 있어요. 요즘 이 뉴스로 세상이 떠들썩하잖아요.” 숨 가쁘게 돌아가는 사회를 향해 여전히 눈과 귀를 열어 놓는 그다.

또한 그는 오래전에 컴퓨터를 배워서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책상 밑에 고이 모셔놓은 컴퓨터 조작법을 적은 메모지들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얼마나 열심히 들여다보고 넘겼는지 메모지는 누렇게 변색되고 손때가 묻어 있었다.

열정으로 빚어낸 값진 70여 년

1918년 함경남도에서 태어난 주근원 교수는 1946년에 서울대 비뇨기과학교실을 창립한 주인공이다. 국내 최초의 비뇨기과학교실이었으며 다른 대학보다 13년이나 앞서 창립된 것이어서 그 의미가 깊다.

이후 그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환자 치료와 제자 양성에 열정을 쏟았다. 당시 그의 별명은 ‘호랑이 교수’였다. 제자들에게 근면 성실과 시간 엄수를 강조하며 한 치의 소홀함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또한 일 년 365일을 의사로 살았다. 서울 하늘 아래 있는 한 일요일에도 병원에 출근해 입원 환자의 상태를 점검했다. 제자들은 엄격하지만 책임감도 강했던 그를 잘 따랐고, 지금도 편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그의 안부를 묻는다.

1983년 정년퇴임 후, 그는 휴식 대신 또 다른 일을 선택했다. 한국자동차보험회사에서 상임의료고문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80세까지 근무한 그는 각종 자동차 사고를 접하면서 적절한 후유장애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1989년에 한국배상의학회를 창립했다. 초대 회장인 그는 여전히 의료계, 법조계, 보험업계가 교통사고에 대해 적절하고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일을 하지 않을 때면 늘 운동복을 입었다. 테니스라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테니스를 즐겨 쳤고, 골프도 좋아했다. 일이면 일, 운동이면 운동도 열심인 그였다. 이렇게 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그에게도 시련의 순간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의 일이다.

암 선고와 재발…그래도 희망은 내 편!

미국 여행을 앞둔 그에게 아내는 건강검진을 하자고 했다. 그리고 그 건강검진에서 위암이라는 말을 듣게 됐다. 믿기 어려웠다. 감기도 안 걸릴 만큼 건강한 그였으니 충격은 더 컸다.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70세가 넘은 나이였지만 위 부분절제 수술을 잘 이겨냈다. 그러나 암의 뿌리는 호락호락 뽑히지 않았다.

“수술한 다음 해에 검사를 했더니 위암이 재발한 거예요. 암 덩어리를 또 떼어내도 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의사에게 위를 전부 절제해달라고 했어요. 제 몸이니까 제가 결정했죠.”

위 전절제 수술 후에는 항암치료를 하지 않았다. 적은 양이었지만 세 끼를 꼬박꼬박 먹고, 간식으로 우유를 마시며 천천히 몸을 추슬렀다. 한평생 운동으로 단련한 몸이라서 그랬을까? 늘 암을 이겨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격려해서였을까? 놀라운 일이 생겼다. 수술하고 한 달 후 그는 골프를 치러 나갈 만큼 기력을 되찾은 것이다.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자 암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은 더욱 강해졌다. 그는 방심하지 않고 평소처럼 부지런히 움직였다.

“건강은 관리하지 않으면 거저 얻을 수 없어요. 노력을 해야 하지요. 나이가 들면 힘이 없다고 운동을 안 하는데 그건 안 될 말이에요. 자꾸 움직여야 덜 늙고, 기운이 나요.”

지금은 무릎이 아파서 쉬고 있지만 예전에는 11시가 되면 한 시간 정도 햇빛을 받으며 대학로를 걸었다. 햇빛을 찾아 걸었던 이유는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가끔 우울해도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걸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머릿속도 상쾌해졌다.

“햇빛 산책은 일거양득이에요. 전신건강도 챙기고 마음건강도 챙기고요. 요즘 같은 선선한 가을이 햇빛 산책을 하기 딱 좋은 때입니다.”

인생은 즐거워

무릎이 아파 운동을 못하는 것 빼곤 모든 일이 즐겁다는 주근원 교수. 아침에 출근할 때도 즐겁고 퇴근하고 아내의 얼굴을 보는 것도 즐겁다. 뉴스를 보고 나서 잠자리에 들 때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단다.

최근에는 또 다른 즐거움에 빠져 있다. 자신이 모아온 물건을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것이다. 평소에도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온 그로선 대단히 즐거운 일이다.

서울대학교병원 박물관에 오래된 의학서적 등 의미 있는 물건 298점을 기증했다. 살아온 세월만큼 정리할 것도 끝이 없지만 천천히 그리고 기쁘게 나눌 물건을 골라내는 중이다.

아흔이 넘는 긴긴 세월 동안 삶을 즐기는 자세를 꿋꿋이 유지한 주근원 교수. 그가 한 세기 가까이 열정과 희망을 마음껏 꿈꿀 수 있었던 힘은 이 즐기는 마음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주근원 교수가 암을 이겨낸 비결

1. 부지런히 움직인다. 다리가 아프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않고 직접 움직인다.

2. 과식하지 않는다. 늘 밥은 한 공기만 먹는다. 고기보다는 생선을 즐겨 먹는다.

3.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 햇빛 산책을 한다. 잠도 잘 오고 기분도 한결 좋아진다.

4. 암은 분명히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정신만 똑바로 차리고 암과 맞설 수 있는 방법을 알면 암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현실이 됐다.

5. 규칙적으로 생활한다. 식사 시간, 일하는 시간, 수면 시간을 정해놓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거기에 맞춰서 생활한다.

정유경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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