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단지 잊고 있었을 뿐! 결핵의 역습 도대체 왜?

【건강다이제스트 | 김연희 프리랜서 기자】

【도움말 |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호흡기내과 인광호 교수】

<어셔가의 몰락> <검은고양이>의 저자이자 탐정 ‘듀팡’을 창조해 추리소설 장르 개척에 영향을 준 애드가 앨런 포, <제인에어> <폭풍의 언덕>의 작가 자매인 샤론 브론테와 에밀리 브론테, <빗방울 전주곡>을 비롯해 소나타, 즉흥곡, 야상곡, 왈츠 등 수많은 명곡을 만든 쇼팽.

당대를 주름잡았던 이들 예술가들을 지독히도 괴롭혔던 질병이 있다. ‘결핵’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결핵 때문에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다. 후세에 남길 훌륭한 작품을 만들었지만 죽는 순간까지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그 결핵이 다시 우리들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 잊혀졌던 질병에서 화려한 부활을 알리며 기세등등한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도대체 왜일까? 결핵의 역습, 과연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다시 활개 치는 결핵, 도대체 왜?

2013년 1월부터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뉴스가 보도됐다. 서울 용산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 3명과 어린이 2명이 결핵에 걸렸다는 것. 또 경기도 용인의 어린이집에서도 결핵에 걸린 보육교사에 의해 원생 22명과 교사 2명 등 24명이 결핵에 걸린 것으로 밝혀져 우리를 놀라게 했다.

물론 이 두 사례는 결핵균에 감염됐으나 결핵균이 잠복해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잠복결핵’ 상태였다.

하지만 60~70년대 가난했던 시절에 많이 발생했던 질병이 수십 년이 지나 다시 나타났다는 사실은 언뜻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결핵은 못 살던 시절을 대변하던 질병이었다. 제대로 못 먹고, 영양부족이 심각하고… 그래서 많이 걸리던 병이 결핵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먹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다. 영양부족? 오히려 영양과잉이 문제가 되는 시대다. 그런데 결핵이라니?

모두들 이 상황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들이다. 하지만 속속 드러나는 역학조사 결과는 우리들의 바람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대전에 있는 카이스트 재학생이 결핵 양성반응을 보였고, 이에 보건 당국이 카이스트 학생들을 상대로 역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1명은 결핵 환자로, 92명은 ‘잠복결핵감염자’로 판정 받아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미 사라졌다고 믿었던 결핵.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2012 결핵환자 신고현황 연보’를 보면 그건 오산이었다. 2012년 총 3만 9545명의 새로운 결핵 환자가 보건당국에 확인됐기 때문이다.
신규 환자 발생률도 인구 10만 명당 78.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OECD 평균 발생률(12.7명)의 8배나 되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왜일까?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이 유독 높은 이유는 뭘까?

이 물음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호흡기내과 인광호 교수는 “택시 안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는 숨만 쉬어도 결핵이 옮기기 쉬운데,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가 많은 한국이 이런 환경에 해당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기에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오는 스트레스, 식사를 자주 거르는 습관 때문에 면역력이 많이 저하돼 있는 것도 결핵의 발생률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인다.

그런데 연보를 보면 의문스러운 부분이 보인다. 70대가 16.9%로 가장 많지만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는 50대(15.9%), 40대(14.4%), 20대(13.3%)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특히 20대 여성은 높은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양상에 대해 인광호 교수는 “젊은 여성들에게 결핵 발생률이 높은 것은 무리한 다이어트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며 “지나친 다이어트가 면역력을 떨어뜨려 결핵에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한다.

치료는 끝까지, 나았다고 방심 말자!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눈부시게 발전한 현대의학으로 결핵쯤은 충분히 치료할 수 있을 텐데 웬 호들갑일까?’ 하는 의문이다. 또 있다.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불주사를 다들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어릴 때 불주사라 불리는 BCG 예방접종을 한다. 이것은 결핵균에 대한 항체를 주사하는 것이다.

아파도 두 눈 질끈 감고 불주사를 맞은 것은 오로지 한 가지 생각, 결핵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결핵이라니…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하나의 속사정이 숨어 있다. 인광호 교수는 “결핵 예방 백신은 15세 미만에게서만 예방 효과를 볼 수 있고, 폐결핵 예방률도 60~80% 정도에 불과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다시금 부활한 결핵은 그 성격도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그것은 일명 ‘다제내성 결핵’과 ‘슈퍼결핵’으로 명명되고 있다.

별도의 이름을 붙여 부르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기존의 결핵약으로 한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다제내성결핵은 기본적인 치료약인 아이나와 리팜핀에 내성이 생긴 결핵을 말한다.

특히 슈퍼결핵은 이보다도 더 심각한 내성을 보이는 광범위 약제 내성결핵을 의미한다.

인광호 교수는 “슈퍼결핵은 2차 항결핵제 주사약제와 퀴놀론계항생제 약제에도 내성을 갖고 있어서 투약, 수술 등 기존의 모든 치료 수단을 다 동원해도 치료 효율이 50%에 불과하고 사망률도 높은 치명적인 질환”이라고 경고한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들어 이러한 유형의 결핵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다제내성결핵 환자 수는 2010년 대비 2011년 15% 증가했고, 그 추세는 이어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결핵의 역습 막을 방법은 없을까?

이쯤 되면 결핵의 무서움에 대해서 다들 경각심을 가졌을 것이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결핵의 역습으로부터 내 몸을 지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이 물음에 인광호 교수는 “결핵 또한 다른 질병의 예방법과 마찬가지로 평소의 건강관리가 중요한 사항”이라며 “건강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들을 잘 지키는 것이 최선의 대비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평소 규칙적인 생활로 생체 리듬을 흐트러뜨리지 말아야 하고, 제때 올바른 식사를 통해 균형 잡힌 영양섭취를 잘해야 한다. 결핵에 대한 적절한 대비는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결핵을 감기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결핵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종종 감기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결핵 또한 기침, 발한, 식욕부진 등 감기 증상과 비슷한 양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감기 증상이 나타나면 결핵의 감염 여부도 신경 써야 한다. 일찍 발견하여 제대로 치료하면 결핵도 쉽게 치료될 수 있다.

인광호 교수도 “결핵 치료 시 최소 6개월간 꾸준히 약을 복용한다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문제는 증상이 호전되면 환자들 스스로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결핵 치료를 어렵게 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규칙적으로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을 불규칙하게 복용하게 되면 다제내성결핵이나 슈퍼결핵을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인광호 교수는 대통령 호흡기 자문의사,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수련이사, 대한폐암학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호흡기질환, 폐암, 천식, 결핵 등을 진료하고 있고, 국가지정 임상시험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김연희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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